▲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삼성물산 건설부문 본사 입구를 직원들이 오가고 있는 모습. (출처: 연합뉴스)

항소하더라도 1심 판결 범주에서 벗어나지 못해
“재벌들의 편법적 경영권 승계의 길 열어준 것”

[천지일보=명승일 기자] 법원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간 합병의 위법성을 인정하지 않는 판결을 내리면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항소심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서울중앙지법 민사16부(재판장 함종식)는 19일 옛 삼성물산 주주인 일성신약이 삼성물산을 상대로 낸 합병 무효소송에서 “합병 절차에 위법성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며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

재판부는 이날 “삼성물산 합병이 포괄적 승계 작업의 일환이었다고 하더라도 경영상의 합목적성이 있었으므로 경영권 승계가 합병의 유일한 목적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이재용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 문제와 함께 지배구조 개편으로 인한 경영 안정화 등의 효과로 삼성그룹과 각 계열사의 이익에도 기여했다는 게 재판부의 판단이다.

김종보 변호사는 이번 재판 결과에 대해 “재판부의 논리대로 라면 부당·편법·불법성이 낮은 경영권 승계는 법원이 제어할 수 없다고 인정한 것”이라고 말했다.

김 변호사는 이어 “이번 재판 결과가 향후 박근혜 전 대통령이나 이재용 부회장의 재판에 유리하게 작용하게 될 것 같지는 않다”면서도 “다만 다른 재벌들의 편법적인 경영권 승계의 길을 열어준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번 민사소송 결과가 형사재판인 이재용 부회장의 항소심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긴 어려울 것이라는 견해다. 다만, 다른 대기업의 경영권 승계 과정에서 불법성이 있더라도 그 정도가 심하지 않으면 이번 재판의 판결이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일성신약에서 항소하더라도 1심 판결 범주 내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을 것이라는 견해도 있다.

또 다른 변호사는 “고등법원이 이재용 부회장의 항소심을 1심과 같은 판결을 내린다고 할지라도 형사사건의 유죄 판결이 민사사건의 패소 판결로 귀착되지는 않을 것 같다”며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사건의 항소심도 그런 정도의 범주 내에서 민사재판의 판결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번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판결이 특검이 그동안 내세운 ‘경영권 승계를 위해 국민연금에 손해를 입혔다’는 핵심 논리를 인정하지 않은 것인 만큼 향후 이재용 부회장의 항소심에 간접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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