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준 민속 칼럼니스트 

 

불과 40~50년 전만 해도 아이를 낳은 집은 반드시 대문에 금줄을 걸었다. 마을 어귀의 당산나무에도 금줄을 둘렀다. 금줄이 쳐진 곳에는 함부로 출입을 금했다.

집 대문의 양 기둥을 가로지르는 금줄에 빨간 고추가 꽂혀 있으면 남자아이, 푸른 솔가지가 꽂혀 있으면 여자아이가 탄생했다는 표시다. 삼칠일(21일) 동안 금줄을 치고 외부인의 출입을 금했다. 

각종 세균으로부터 갓 태어난 아기와 출산으로 면역력이 떨어진 산모의 건강을 염려해 외부인의 출입을 막았다. 송아지를 낳은 외양간에도 금줄을 쳤다.

마을수호신 당산나무에 금줄이 처져있다면 이 마을이 정월보름에 당산제를 올렸다는 뜻이다. 액운을 물리치는 벽사(僻邪)의 의미다. 마을에 나쁜 것들이 들어오지 못하게 해달라는 염원이 담겨있다. 

뿐만 아니라 맛나게 숙성되라고 장을 담근 장독에도 금줄을 둘렀다. 옹기는 철륭신이 깃들여있다. 나쁜 세균이 침범하지 말라고 우물에도 금줄을 쳤다. 우물은 용이 머물고 있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신성하게 여겼던 성황당, 장승, 바위 등에도 금줄을 쳤다. 집 짓는 나무를 구하기 위해 산을 찾을 때에도 금줄을 맸다. 

금줄은 반드시 왼쪽으로 꼰 왼새끼를 사용했다. 일상생활에 사용했던 새끼는 오른쪽으로 꼰 오른새끼를 사용했다. 우리 조상들은 오른새끼는 인간의 세상, 왼새끼는 신들의 영역으로 이해했다. 제의(祭儀)에는 반드시 신성성이 부여된 왼새끼를 사용했던 것이다. 

따라서 왼새끼는 신성한 장소를 구별하고 나쁜 기운의 접근을 막는 기능을 한다. 

도깨비를 만났을 때 왼손이나 왼발로 넘어뜨려야 쫓을 수 있다든지, 뒷간에 들어갈 때 헛기침과 동시에 왼발을 먼저 들여 놓아야 주당(뒷간에 있는 신)을 피할 수 있다는 속신도 이와 마찬가지다.

금줄의 주재료는 볏짚이다. 짚은 쌀을 길러낸 힘을 상징한다. 붉은 고추는 귀신을 쫓고, 숯은 정화작용, 생솔가지는 생명의 건강과 절개, 한지는 신에게 바치는 공물(供物)을 뜻한다. 

그렇다면 출입을 금하는 금줄을 훼손하거나 이를 어기고 무턱대고 들어가면 어떻게 될까? 

삼신할머니가 노하여 아이가 죽거나 중병에 걸리고, 산모의 젖이 나오지 않는다고 믿었다. 부정한 사람이란 상갓집에 갔던 사람, 시신을 본 사람, 병자나 거지, 백정 등을 말한다. 

금줄이 걸려 있는 당산나무를 함부로 하게 되면 몸이 상하거나 죽는다는 속신이 있다. 금줄을 칠 때 못을 박아도 안 된다. 아이에게 눈병이 생긴다고 여겼다. 

사용한 금줄은 태우거나 삭을 때까지 담장 밑에 둔다. 아들을 많이 낳은 가정의 금줄은 귀하게 여겨 자식을 낳지 못하는 집에 주기도 했다. 

훔친 금줄을 방 안에 걸어두거나 밥 지을 때 땔감으로 쓰면 임신한다는 속설도 있다. 

금줄을 매는 풍속은 우리나라만의 문화는 아니다. 시베리아, 몽골, 중국, 일본과 대만 등지에도 있다. 다만 쌀농사를 짓지 않는 유목민들은 말총으로 줄을 치고 오색 천을 걸었다. 일본 오키나와는 우리와 같이 볏짚으로 만든 왼새끼 금줄을 사용하고 있다.

한동안 보기 힘들었던 금줄이 최근 주목받고 있다. 일부 지방자치단체가 신생아 탄생축하 ‘금줄 달아주기 운동’에 나섰고, 출산기념 선물로 예쁘게 표구한 금줄을 선물로 주고받기도 한다니 새삼스럽다.
오래전부터 우리 선조들은 금줄이 액운을 막고 나쁜 기운을 쫓아낸다고 믿었다. 조상들의 지혜가 오롯이 담겨있는 ‘금줄문화’의 부활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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