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병용 칼럼니스트

 

미국에서 가장 무서운 법 가운데 하나가 ‘아동학대 죄’이다. 아동학대는 단지 구타와 같은 육체적 체벌만 해당하는 게 아니라 감정적 학대, 무관심과 같은 방임도 포함된다. 영국에도 신데렐라의 이름을 본 딴 ‘신데렐라 법’이 있다. 2014년 제정된 신데렐라 법은 기존의 아동학대방지법이 신체적 학대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는 부분을 보완하기 위해 정서적 학대를 신체적 학대와 동일한 아동학대로 규정한다.

넓은 의미의 정서적 학대에 방임을 포함 시키면 정서적 학대의 비중이 전체 아동학대의 절반을 차지할 정도로 높다. 정서적 학대는 성장하는 아이들의 자존감을 낮추며 정서를 불안하게 만든다. 아이들을 잘 관찰하여 신체적 학대뿐 아니라 정서적 학대도 예방해야 하는 이유다.

우리나라도 2014년부터 ‘아동학대 방지 특별법’이 시행되고 있지만 욕실에 갇혀 학대를 받다 숨진 7살 ‘원영이 사건’을 막지 못해 사회적 공분을 일으켰다. 이 사건은 아동학대에 대해 사회가 큰 관심을 갖게 된 계기가 됐다. ‘우리 사회가 좀 더 일찍 관심을 가졌더라면 막을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반성을 하게 된 계기도 됐다.

아동학대를 방지하기 위해 만든 ‘아동학대 방지 특별법’이 엉뚱하게 교육현장으로 불똥이 튀어 교사들이 학생지도의 어려움을 토로하고 있다. 이 법이 너무 광범위하게 적용되다 보니 교사의 손발을 묶어 학생들을 지도하지 못하게 하는 수단으로 남용되고 있다.

아동학대 방지법 위반으로 적용되는 사례들을 보면 당연히 금지해야 할 내용도 있지만 교사가 학생 지도를 포기하게 할 정도로 과도한 규제가 많다. 예를 들면 급식을 많이 남긴 학생에게 교사가 “몸에 좋으니 먹어라”며 수저나 젓가락으로 먹이는 지도, 잘못한 아이를 생각 의자에 앉혀 두거나 벽을 보고 서 있게 하는 지도, 산만한 아이를 양팔로 꽉 잡고 움직이지 못하게 제압하는 지도, 싸우는 학생의 팔을 거칠게 잡아떼거나 밀쳐 낸 후 야단치는 지도, 교실에서 쿵쾅거리며 뛰어 다니는 아이에게 “뛰지 말라!”고 제지했으나 계속 말을 안 들어 붙잡아 군밤을 먹이는 지도, 지나친 비속어나 반말을 사용하는 지도(이놈, 이 새끼들, 처먹어, 똥개, 바보, 멍충이 등), 학생을 때리는 대신 아이의 가방이나 물건을 집어 던지거나 발로 차면서 화가 났음을 표현하는 지도 등 그동안 묵시적으로 행해온 지도방식들이 모두 불법이 돼 버렸다.

수업시간에 산만한 학생에게 행하던 벽보고 앉아 있기, 벽보고 서 있기 등의 체벌이 모두 금지된 이유도 이 법의 영향이다. 이를 아는 학생들이 교사들의 지도에 반항을 해도 아무런 제지를 할 수 없게 되어 버릇없는 학생들을 양산하고 교권 추락을 가속화 시키고 있다.

지난 6월에 대구 모 초등학교에서 현장학습을 가던 학생이 버스에서 용변을 봐 창피함에 중도 하차를 결정했다. 담임교사가 보호자의 요청에 의해 학생을 홀로 고속도로 휴게소에 1시간 여 방치해서 기소됐고 담임은 직위해제 징계를 받았다. 바로 아동학대방지특별법이 적용되어 중징계를 받은 것이다.

서울 남부의 S중학교의 교사는 수업시간에 계속 친구와 떠드는 학생에게 주의를 줬으나 말을 듣지 않는 학생을 앞으로 불러내 볼을 잡고 야단을 쳤다. 이 학생이 “에이 *발” 하면서 볼을 뿌리치는 과정에서 얼굴에 생채기가 났고 학생의 부모가 교사를 고소하여 1천만원의 합의금을 지불하고 징계를 피한 사례도 있다.

동대문구 D중학교 교사는 수업을 방해해 뒤로 나가 서 있게 한 학생이 뒤에서도 다른 학생을 건드리며 장난을 계속 쳐 “저 자식 정말 웃기는 놈이네!”라며 큰소리로 야단을 쳤다가 부모에게 정서적학대로 고소당했다. 교사의 지도과정의 실수에 대해 학부모가 고발하면 경찰의 조사가 이뤄지고 바로 검찰로 송치되어 기소된다. 이후 벌금형이라도 받게 되면 바로 해임이 되고 3년간 공직에 취업을 하지 못하도록 제한된다.

교권을 보호하기 위한 대책이 강구되지 않고 학생들만 보호하는 특별법으로는 교실붕괴를 가속화시켜 공교육 정상화를 기대하기 힘들다. 모든 법은 공정해야 한다. 아동학대는 분명 엄하게 처벌해야 한다. 다만 청소년 범죄, 교권 추락 행위도 강력하게 처벌해야 한다. 폭력 청소년이 자라서 아동학대하는 부모가 될 가능성이 높다. 학생들이 교사를 무시하고 때리는 세상이다. 쉽게 아이들만 보호하는 쪽으로만 생각할 문제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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