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태봉 대중문화평론가

영화 명량, 영웅 안중근, 강철무지개 등 실존인물 이야기는 영화 속에서 실존인물을 어떻게 그려나가야 하는지에 대한 적지 않은 압박감과 스트레스에 시달린다. 잘못 표현했다가는 비난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개봉예정인 영화 ‘대장 김창수’는 백범 김구의 젊은 시절을 다룬 작품이다. 이 영화에서는 김구 인생의 가장 클라이막스였던 상하이 망명, 임시정부 활동과 항일 무장투쟁, 대한민국 임시정부 주석의 이야기를 그리지 않았다. 우리가 언론이나 책을 통해 알고 있는 김구는 한국의 독립운동가며 상하이로 망명해 대한민국임시정부 조직에 참여하고 1944년 대한민국임시정부 주석에 선임된 인물이다.

김구의 개명 전 이름이 김창수이고 젊은 시절 명성황후 시해범을 죽이고 인천 감옥 안에서 삶과 죽음을 오가며 죄수들에게 글을 가르치고 시종일관 담담함을 가진 청년이었다는 스토리는 이 영화를 보지 않고서는 우리 모두 몰랐을 것이다.

다만 이 영화의 시나리오는 김구에 대한 애착과 사명감, 1인 영웅주의를 너무 집중적으로 다뤘고 자칫 김구에 대한 잘못된 이야기가 전달되지는 않았을까라는 걱정도 앞선다. 어차피 영화는 허구다. 픽션에 사실을 배가시켰을 때 그 사실이 잘못됐다고 다른 이들이 평가했을 때 문제가 된다.

작가가 그 시대의 자료를 조사하고 참고문헌을 통해 역사를 알리겠다는 사명감은 충분히 인지할 수 있으나 등장인물이 허물하나 없이 맑고 의지 있고 순결하다는 영웅주의는 현 시대에는 곤란할 수 있다.

‘대장 김창수’는 조진웅에게 너무 많은 기대를 건 이원태 감독이 ‘조진웅 원맨쇼’로 이야기를 풀어갔으며, 플롯이 엉성해 보이기도 했다. 20대 김창수의 백스토리와 미래(임시정부 시절)를 영화 미드포인트 전후로 플롯포인트와 피치에서 몇 장면을 보여줬다면 이야기는 스케일이 더 확대되고 김창수 인생의 전체적인 영웅주의화가 관객들에게 이해됐을 것이다.

20대 한정된 김창수 이야기와 더불어 런닝타임 115분간 조그만 감옥에서만 거의 올인한 미장센은 관객들에게 답답함을 제공했으며 눈에 보이는 결말은 누구든 감지했을 것이다.

1인 영웅화를 무겁게만 가져간다면, 관객들이 싫어할 수 있기에 곳곳에 포진된 개그와 코믹 설정은 영화에 힘을 불어넣기도 했다. 다만 관객들에게 극적인 반전과 스릴을 빠뜨린 점, 1인에 대한 과도한 미화는 날선 비평을 받기에 충분하다.

김창수 역에 캐스팅 된 조진웅은 적절한 캐스팅으로 보인다. 3040 배우 중 가장 파워 있는 목소리를 가지고 있는 그에게 독립과 애국을 부르짖는 ‘대장 김창수’는 어울려 보였다. 아쉬운 점은 주인공 김창수의 적대자인 강형식(송승헌)이 약해보였다. 좀더 잔인하고 폭력적이며 맹목적인 친일파로 이야기를 밀어붙이고 감옥 안에 죄수들에게 자신이 하는 친일 행적에 대한 정당성과 확고함을 보여줬다면 스토리는 더 살아났을 것이다. 김창수의 행동을 보고 감옥 안 김창수와 죄수들에게 연민의 정을 느끼고 공감하는 부분은 강형식 부하 간수들로 충분하다.

이 영화는 자칫 프랭크 다라본트 감독의 ‘쇼생크 탈출’의 이야기와 흡사하다. 강력범들이 수감된 곳에서 재소자들은 짐승 취급당하고, 간수 눈에 잘못 보였다가는 죽음을 당하기 십상이다. 처음엔 적응 못하던 앤디는 간수장의 세금 면제를 도와주며 간수들의 비공식 회계사로 일하게 되고, 마침내는 소장의 검은 돈까지 관리하고 교도소 내 도서관을 열어 영웅역할을 한다. 차이점은 있다. 쇼생크 탈출의 앤디는 개인적인 탈주를 꿈꾼 반면, 대장 김창수는 자신보다 죄수들과 집단권력을 형성해 탈옥을 도모하고 그들의 생존과 권익을 추구한다는 점이다.

어쩌면 이 영화는 현 시대에 희생하면서 국민과 나라만 생각하는 진정한 리더의 결핍으로 만들어졌을지도 모른다. 이 영화는 자신의 목숨을 파리 목숨으로 여기고 국가를 위해, 독립을 위해, 심지어 자신을 짓밟은 자들을 용서하는 뜨거운 리더의 정신을 우리에게 선물한다. 자신이 영웅이라고 외치는 것이 아니라, 그 흐름을 지켜보는 안티들이 대장이라 부르고 변화의 싹을 틔우는 이야기는 우리를 각성하게 만든다.

이 영화가 가장 잘한 점은 가장 낮은 곳에서부터 평범한 인물이 변화되어 가는 과정, 무시하고 아무도 주목하지 않은 인물이 깨달음을 통해 어둠을 빠져나와 타인들에게 묵직함과 진정한 울림을 주고 그들을 깨우치고 변화하게 만들었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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