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춘태 중국 북경화지아대학교 교수

 

동물들의 겨울나기는 나름 비법이 있다. 따뜻한 곳을 찾는 철새가 있는가 하면, 주변 온도와 비슷한 체온을 유지한 채 겨울잠을 자는 동물 등 다양하다. 그 가운데 혹한의 날씨에도 불구하고 겨울나기에 감동을 주는 새가 있다. 이 새의 특징은 날개가 있어도 날지 못하는 새로, 펭귄(penguin)이다. 특히 칼바람이 불어 닥치는 망망한 얼음대륙에 사는 펭귄은 역사적으로 볼 때 6500만년 전 백악기 말 공룡기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현존하는 펭귄의 종류로는 약 18종이 서식하고 있고 있으며, 그 가운데 몸집이 큰 펭귄은 추운 지방에 살고 있다. 이는 열을 잘 보관할 수 있는 특징이 있기 때문이다. 펭귄의 이동 특징은 질서 있게 무리를 지어 다닌다는 점에 있다. 왜 그런가. 첫째, 적의 공격을 피하기 위해서다. 아무리 천적이라 하더라도 무리를 지어 있으면 쉽게 덤벼들지 못한다. 둘째, 협력을 통해 먹이를 구하는 것이 쉽기 때문이다. 무리를 지어 먹잇감을 사냥하는 것이 훨씬 효율적이라는데 착안했다고 볼 수 있다. 이런 면에서 무리를 이룬다는 것은 그들 간의 협력을 시사한다 하겠다.

남극의 기온은 영하 50도 이상까지 내려간다. 펭귄은 이러한 극한의 추위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오히려 추위에 맞선다. 참으로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렇다면 수천 마리의 펭귄이 강한 눈바람과 추위에 맞서는 방법은 무엇인가. 서로 몸을 밀착하는 데 있다. 이렇게 함으로써 그들은 서로 체온을 나눌 수 있다. 그렇다고 무질서하게 섞여 있는 게 아니다. 그들은 무질서 속에서 질서를 유지하고 있다. 밀착 과정에서 눈을 여겨 봐야 할 점은 작은 펭귄과 큰 펭귄의 역할 분담이다. 작은 펭귄들은 틈과 틈 사이를 메워 줌으로써 바람이 통과할 수 없도록 벽을 만드는 역할을 하는 반면, 큰 펭귄들은 지지대 역할을 한다. 이렇듯 빈틈없는 준비는 아무리 혹독한 추위가 기승을 부려도 극복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고 있다 하겠다.

펭귄들의 협력, 동료들 간의 배려에서 공존공생의 철학을 찾을 수 있다. 모두가 협력하면 어려움과 장애물을 극복할 수 있듯, 공존공생을 위한 기본 실천 방안으로 협력, 협업 문화를 구축하는 것에 인색하지 않아야 한다. 이와 반면에 이기주의 문화는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한다. 물론 이미 오랜 기간에 걸쳐 고착화된 이기주의 문화를 바꾸는 게 쉽지는 않을 것이다.

펭귄들의 움직임을 보자. 그들은 질서를 유지하면서 원을 그리듯 천천히, 지속적으로 움직인다. 게다가 온기를 골고루 나누기 위해 바깥쪽에 있는 펭귄과 안쪽에 있는 펭귄이 수시로 위치를 바꾼다. 감동적이지 않을 수 없다. 동료에 대한 배려와 협력을 몸소 실천하고 있다 하겠다. 무리를 지어 움직이는 펭귄이 속한 바깥과 안의 온도차는 무려 10도씩이나 된다. 펭귄인들 따뜻함을 싫어할 리 만무하다. 그럼에도 안쪽 무리의 펭귄은 따뜻함을 바깥쪽 무리의 펭귄에게 양보하기 위해 가장자리쪽으로 나온다. 이 얼마나 아름다운 배려인가. 함께 더불어 살아가는 방법과 지혜를 우리에게 제시해 주는 듯하다. 만약 펭귄들이 서로 안쪽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하거나, 펭귄들이 안쪽에만 계속 눌러앉아 있다면 어떤 결과를 초래할까. 바깥쪽, 안쪽의 펭귄 모두 얼어 죽을 것이다. 그러기에 자리에 연연하지 않고 양보하는 미덕은 펭귄 스스로가 생존하는 방법이다.

추위에 떠는 동료를 따뜻한 곳으로 안내하는 펭귄처럼, 어려움에 처한 이웃에 온정의 손길을 보내는 것은 결국 우리 모두가 더불어 잘살게 하는 방법이 아닐까 한다. 펭귄이 보여준 배려는 공존공생의 방법을 실천적으로 보여줌과 동시에, 이기주의로 치닫는 우리 사회에 던져 주는 신선한 충격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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