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병 정치평론가 

 

자유한국당이 다시 노무현 전 대통령을 향해 날선 비난을 쏟아내고 있다. 이미 고인이 됐을 뿐더러 벌써 정권이 세 번이나 바뀌었지만 노무현 전 대통령을 다시 정국의 갈등요인으로 불러들이고 있는 셈이다. 자유한국당이 정국의 주요 고비마다 ‘노무현 때리기’에 나선 것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2012년 대선정국에서는 그 유명한 ‘NLL 포기 발언’이 있었다. 국정원 댓글사건으로 위기에 몰린 자유한국당은 남북정상회담 발언록까지 들이대며 노 전 대통령을 공격했다. 그러나 사실이 아니었으며 어쨌든 이후 박근혜 정부가 들어섰다.

민주세력의 가장 약한 고리, 노무현 프레임

지난 대선 때는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가 노무현 전 대통령의 ‘640만 달러 뇌물사건 의혹’을 다시 거론했다. 대선정국에서 다분히 계산된 발언이었지만 이렇다 할 반향은 없었다. 이번에는 정진석 의원이 나섰다. 노 전 대통령의 사망 원인을 뇌물과 부부싸움으로 몰았다. 물론 근거가 약할 뿐더러 이 또한 ‘노무현 때리기’에 다름 아니다. 이 발언으로 정진석 의원은 검찰 수사를 받는 처지가 됐다.

중요한 것은 보수세력이나 자유한국당이 중요한 고비마다 왜 ‘노무현 때리기’에 나서는가 하는 점이다. 이번에도 정진석 의원이 코너에 몰리자 홍준표 대표가 ‘640만 달러’를 다시 거론하고 있다. 심지어 특검을 해야 한다는 얘기까지 나오고 있다. 이렇게 ‘노무현 때리기’에 지속적으로 그리고 집요하게 나서는 배경은 결국 국내정세를 ‘노무현 프레임’으로 몰고 가겠다는 뜻으로 보인다. ‘노무현 프레임’이 지금의 여권을 비롯해 민주개혁세력의 ‘가장 약한 고리’라고 보고 있기 때문이다.

사실 노무현의 참여정부는 국정운영 전반에 걸쳐 아쉬운 대목이 너무 많았다. 그래서일까. ‘친노’라는 딱지는 지금도 정치공세의 유효한 ‘무기’로 작동된다. 게다가 정권재창출에도 실패했을 뿐더러 노 전 대통령까지 비명으로 세상을 떠났다. 그리고 검찰이 밝힌 내용이긴 하지만 ‘640만 달러 뇌물 의혹’은 여전히 노 전 대통령 측의 발목을 잡고 있다. 따라서 보수세력이 볼 때 노무현 프레임은 여전히 유효하며 나아가 보수세력 결집까지 견인할 수 있다고 보는 것이다. 이를 통해 이명박 전 대통령을 구하고 적폐청산 작업까지 무력화 시킬 수 있다는 계산까지 하고 있을 것이다. 게다가 내년 지방선거도 이제 얼마 남지 않았다. 자유한국당 입장에서는 지금 이보다 더 좋은 기회가 없다고 판단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최근의 노무현 프레임은 그리 오래가지 못할 것이다. 이미 약효가 다 떨어졌기 때문이다. 아무리 좋은 약도 자주 쓰면 약효가 없는 법이다. 더 결정적인 문제는 자유한국당을 바라보는 국민의 시선이 곱지 않다는 점이다. 말로는 ‘친박청산’ ‘보수의 혁신’을 말하지만 ‘도로 새누리당’의 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게다가 홍준표 대표의 최근 언행을 보면 ‘희망’이라는 것을 찾아보기도 어렵다. 이런 상황에서 위기 탈출을 위한 노무현 프레임인들 무슨 힘이 실리겠는가. 자유한국당은 위기의 본질부터 직시해야 할 것이다.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