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순휘 청운대교수, 정치학박사, 문화안보연구원 이사 

 

지난달 29일 새벽 5시 57분 평양 순안비행장에서 동쪽으로 중거리급 탄도미사일(IRBM)을 발사했다. 미사일은 일본 홋카이도(北海道) 상공을 지나 북태평양 해상에 낙하했다. 우리 군과 국정원은 “미사일 비행거리는 2700㎞, 최대고도는 550㎞였다”고 발표했다. 북한의 IRBM 발사는 지난달 26일 단거리 탄도미사일 3발을 발사한 지 3일 만이다. 당시 청와대는 ‘탄도미사일’이 아닌 ‘방사포탄’으로 추정하면서 “전략적 도발이 아니다”라고 유연하게 대처했는데 한국정부의 대화노력을 무시하는 ‘전략적 도발’을 한 것이다. 

이 도발은 한국과 일본에 대하여는 북한 미사일의 사정권 안에 있다는 공갈협박이고, 미국에 대해서는 ‘괌 포위사격’ 능력을 과시하려는 전술적 무력시위로 분석이 된다. 

손자병법 시계편(始計篇) 첫 문장은 “병자(兵者), 국지대사(國之大事), 사생지지(死生之地), 존망지도(存亡之道), 불가불찰야(不可不察也)”라고 하여 ‘국방이라는 것은 국가의 가장 큰 일이고, 국민이 살고 죽는 일이며, 나라의 흥망이 걸린 길이므로, 잘 살피지 않을 수 없다’고 그 업무의 중차대함을 강조했다. 한마디로 국방에 관한 일이 국가의 일 중에 가장 중요하다는 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난달 17일 문재인 대통령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보여준 안보관련한 한반도 전쟁주도권에 관한 발언은 많은 우려를 자아내고 있다.

남북한이 종전(終戰)이 아닌 정전(停戰)상태로 일촉즉발의 안보위기가 심상치 않은 시점에서 적에게 손쉽게 안보전략을 보임으로써 주도권을 내준 것은 아닌지 우려스럽고, 허허실실(虛虛實實) 전법이라면 과연 북한군의 전력을 제대로 알고 한 것인지도 걱정스럽다.

또한 손자병법에는 “병자(兵者), 궤도야(詭道也)” 즉, ‘군사작전은 적을 속이는 것이다’라고 가르침을 주고 있는데 하물며 적에게 “우리는 북한과 전쟁할 의사가 없다”는 오해의 여지가 있는 발언을 하여 김정은의 자만심만 키워준 것이 9번째 미사일 도발로 돌아온 것이 아닌가?

문 대통령은 기자회견에서 “한반도에서 두 번 다시 전쟁은 없을 것이라고 자신 있게 말씀드리겠다”고 했는데 과연 이런 자신감이 무엇을 근거로, 어떤 정보자료를 분석한 결과인지 재질문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전쟁은 자고로 적(敵)이 있는 게임이므로 그 도발권(挑發權)이 적에게 있는 것이다.  

이어서 “한반도에서의 군사행동은 우리 대한민국만이 결정할 수 있다”며 “대한민국의 동의 없이 누구도 한반도에서 군사행동을 결정할 수 없다”라는 말에 이어서 “전쟁은 없다. 국민께서 안심하고 믿으시기 바란다”라고 낙관적 발언도 했는데 이것은 한마디로 어떻게 해석해야하는 것인지를 모를 만큼 황당무계(荒唐無稽)하다. 

동서고금의 모든 전쟁은 기습(奇襲)으로 시작이 되는 것이다. 전쟁은 상대방의 사정을 봐주며 하고 안 하는 송양지인(宋讓之仁)이 아니고, 다른 수단으로 이루어지는 정치의 연속으로서 무자비한 폭력행위인 것이다. 6.25전쟁에서 북한군의 기습을 당해 3일 만에 수도 서울이 함락당한 것 아닌가? 북한이 핵·미사일 도발할 때마다 때와 장소를 변경해가며 기습적으로 감행하는 것을 모르는가? 언제 북한이 대한민국의 동의를 받아서 군사행동을 하겠다고 했는가? 대한민국이 전쟁은 없다고 하면 북한도 전쟁이 없다는 것인가? 국민이 정말 믿어도 되는 것인가?

마치 한반도에서의 전쟁이 ‘대한민국 대통령 결재사항’으로 장담한다는 것을 어떻게 해석해야할지 난감하다. 그랬으면 좋겠다는 바램은 없지 않으나 지금 안보의 운동장은 ‘기울어진 운동장’이다. 핵과 미사일로 무장한 북한이 우리의 주적(主敵)이라는 사실을 한순간도 방심할 수 없는 것이 안보의 현실이다. 그래서 군 통수권자인 대통령의 안보식견은 중요한 국가운명을 좌우하는 기본인데 문 대통령의 낙관론적 안보식견은 상식적으로 우려스럽다.  

물론 대통령이라고 모든 것을 다 알 수는 없는 것이다. 하지만 국가안보분야의 국익과 관계되는 예민한 용어는 반드시 전문가 참모들과 심사숙고해 사용하는 것이 기본이다. 문 대통령은 안보문제에 관해 어설픈 상식선에서 사언행(思言行)하지 말고, 군사안보문제의 전문가들과 국방부의 심층분석자료를 토대로 업무하기를 예의주시하고자 한다.

끝으로 6.25전쟁 정전회담 유엔군 측 대표였던 조이(Joy) 제독은 그의 저서 ‘공산주의자들의 협상기법’에서 몇 가지 충고를 남겼다. 그중에 하나가 ‘공산주의자들과 협상하다고 해서 우리 측이 무력사용을 포기한다고 믿게 해서는 안 된다’고 했는데 명심할 조언이다.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