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충제 성분이 검출된 친환경 계란’ 사태는 이름만큼이나 황당함과 배신감을 안겨 줬다. 친환경 인증 마크를 믿고 비싸게 사먹은 계란에 대한 배신감이자 정부가 만든 친환경 인증 시스템에 대한 배신감이기도 하다. 일반적으로 친환경 인증을 받으면 가격은 1.5배에서 2배로 뛴다. 그럼에도 소비자 입장에서 친환경 인증은 안전한 먹거리를 위해 다소 비싼 가격을 주고 구입할 만한 기준이었다. 실제로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에 나와 있는 친환경농축산물 인증제도는 ‘소비자에게 보다 안전한 친환경농축산물을 전문인증기관이 엄격한 기준으로 선별·검사해 정부가 그 안전성을 인증해주는 제도’라고 표기돼 있다. 

살충제 계란의 충격은 가습기살균제 사태로 촉발됐다 잠시 잠잠해진 케미포비아(화학제품공포)를 다시 확산시키며 친환경 제품 전반에 대한 불신으로도 이어지고 있다. 아울러 새 정부의 100대 과제에 포함된 ‘화학물질·제품에 대한 철저한 위해성 평가’ 등을 추진하면서 각종 인증시스템을 대대적으로 점검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사실 국민 대다수는 친환경 인증은 정부가 직접 한다고 생각했기에 믿고 의심하지 않았다. 그러나 이번 사태를 통해 알려진 바에 따르면 친환경(무항생제 축산물) 인증은 민간 기관이 하고, 정부는 관리·감독의 책임이 있을 뿐이다. 결과적으로 인증은 부실했고, 관리·감독은 허술했으며 국민은 기만당했다. 

거기에 지난 4월에 이미 살충제 계란이 유통됐다는 사실이 확인됐는데도 무슨 배짱인지 여론이 들끓을 때까지 제대로 사태 수습에 나서지 않은 공무원들의 안일무사, 복지부동(伏地不動)이 이 지경까지 만들었다. 이번 사태를 보면서 정부는 관료들의 안일함이 국민을 얼마나 불편하게 만들고 나라를 혼란스럽게 할 수 있는지를 뼈저리게 느껴야 한다. 

또 친환경 마크를 국민이 믿도록 만들어놓고 정작 관리·감독이 허술했던 연유를 찾아내 국민이 먹거리로 인해 이런 대혼란을 겪는 일이 다시는 일어나지 않도록 해야 한다. 국민이 원하는 건 정부가 인정하면 국민이 안심하고 구입할 수 있는 시스템이다. 정부가 만든 인증마크가 곧 안심마크가 되도록 정부는 이번 사태를 반면교사 삼아 대대적인 인증시스템 점검과 대책마련에 나서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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