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17일로 취임 100일을 맞았다.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도 밝혔듯이 문재인 정부는 지난겨울 광화문광장을 뜨겁게 달궜던 1700만 촛불민심의 결과였으며 새 정부는 촛불광장으로부터 시작됐다. 문 대통령은 인수위도 없이 국정 책임을 맡았지만 취임 100일째의 국민적 지지율은 역대 최상급이다. 촛불민심은 지금도 진행형이라는 뜻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북한 도발과 한반도 주변의 혼란스런 안보 위기에서도 국민을 안심시켰다. 어떤 경우에도 한반도에서 전쟁은 안 된다는 단호한 의지 천명은 국민의 박수를 받기에 충분했다. 내치에서도 예외가 아니었다. ‘피플 파워’로 이뤄낸 정권교체에 딱 어울릴 만큼 문재인 정부는 100대 국정과제 가운데 그 첫 번째를 ‘적폐청산’으로 꼽았다. ‘촛불민심’에 곧바로 화답한 셈이다. 그리고 집권 민주당이 적폐청산을 위한 당내 기구를 만들어 입법화에 나선 것은 구체적인 ‘액션 플랜’으로 보인다. 말로만 그치지 않겠다는 강력한 의지의 표현이라 하겠다. 본격적인 국정개혁 드라이브를 예고하는 대목이다.

무엇보다 문 대통령은 국민과의 소통에 주력한 점이 가장 인상적이다. 과거 정권의 ‘철통같은 경호태세’의 어두운 그림자는 지워버렸다. 국민 속으로 들어가 함께 인사하며 손을 잡았다. 시민들과 자유롭게 사진을 찍는 모습은 비록 낯설긴 했지만 따뜻했다. 세월호가 침몰하면서 우리 아이들이 물속에 잠기는 그 와중에서도 ‘경호 문제’로 시간을 지체했던 박근혜 전 대통령과는 차원부터 다르다. 이것이 ‘비정상의 정상’이 아니겠는가. 이것이 ‘나라다운 나라’의 한 단면이 아니겠는가. 

그러나 앞으로 갈 길은 정말 멀다. 지금의 역대 최고급 국민지지율이 언제까지 갈지도 속단하기 어렵다. 그리고 언제까지 국민지지율에 연연하면서 국정을 운영할 수도 없는 일이다. 문 대통령이 약속한 국정개혁과제 대부분이 국회에서 입법화돼야만 제대로 된 성과로 나타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야당과의 협치는 선택이 아니라 필수이다. 그럼에도 과연 협치의 원칙과 진정성을 보여줬는지는 의문이다. 입법과정이 결코 간단치 않을 것이다.

국정과제의 주요 이슈를 돌파하는 리더십도 불안하다. 사드 배치에 대한 입장을 하루아침에 바꾸는 태도는 정부에 대한 ‘신뢰성의 위기’를 가져온다. 원전 문제와 증세 문제도 마찬가지이다. 국민적 지혜는 물론이요, 국회에서의 공론화가 먼저 이뤄져야 한다. 그것이 민주정부의 원칙이며, 야당을 존중하고 배려하는 ‘협치의 리더십’이다. 그럼에도 내가 옳으니 나를 따르라는 것은 협치가 아니라 ‘통치의 모습’이다. 과연 이런 방식으로 국정과제 100개를 어떻게 풀어갈지, 적폐청산을 또 어떻게 해나갈지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취임 100일, 큰 박수를 보내면서도 마음만은 무겁고 착잡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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