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순휘 청운대교수, 정치학박사 문화안보연구원 이사 

 

‘택시운전사’는 1980년 5.18 광주민주화운동(이하 5.18)을 배경으로 한 영화다. 광주시민과 전남도민이 중심이 되어 신군부의 퇴진과 민주정부수립 등을 요구하며 시위를 할 때 당시 신군부의 진압과정에서 빚어진 사회적 비극의 단면을 한 서울 택시운전사와 독일인 카메라기자 힌츠페터씨가 주인공이 되어서 취재한 광주시내에서 벌어진 사실(facts)을 재구성한 작품이다.

영화 ‘택시운전사’에서 힌츠페터 기자는 당시 신군부에 의해 언론이 철저히 통제된 상황에서 독일ARD 주일특파원으로 무작정 광주현장으로 갔다. 이 과정에서 택시운전사(김사복)의 극적인 도움을 받아 시내 잠입에 성공해 시위현장을 다니며, 광주시위대에 가해지는 무자비한 진압군의 곤봉세례와 사살과정 및 병원마다 처절한 부상자 치료모습 등을 생생히 촬영한다. 외신기자로서 위법을 무릅쓰고 잠입취재한 행위였기에 쌍방의 객관적 취재가 불가했던 점이 있었지만 영상예술로 재연한다면 제작진은 상대적 객관성도 고려해야 하지 않겠는가? 각종 사건사고에는 원인에 따른 결과가 있고, 작용과 반작용의 법칙이 존재하는 것이다. 아쉽게도 ‘택시운전사’에서 영상예술제작 측면에서 작품성은 있으나 다큐멘터리적 객관성에서 유감이 남는다고 볼 수 있다.

우선 5.18의 원인을 도입부분에서 ‘10.26’과 ‘12.12’ 및 ‘3김 민주화의 봄’ 등 일련의 정치적·사회적인 정치상황을 화면스케치기법이나 에필로그식으로 전제돼야, 왜 광주시민의 분노가 시작됐는지 그리고 왜 한때 폭도로 오해가 있었는지를 연계할 수 있을 것이나 이 점이 생략이 됐다. 영화 ‘택시운전사’에서는 바로 군부대가 광주시 외곽일원을 완전포위한 상황으로 시작이 되어 ‘악과 선’의 복선을 의도적으로 충돌시킨 점에서 편파성이 엿보였다.

둘째로 5.18의 원인에 대한 논점에서 ‘과격시위냐’ ‘과잉진압이냐’라는 엇갈린 주장이 있는데 영상에서 군이 선제적으로 조준사격하는 장면이 나온다. 이 장면은 아직도 진실규명이 안된 부분이기도 하지만 비무장 시민에 대한 사격장면 위주로 반복적 재연한 점은 다른 5.18영화 ‘화려한 휴가’의 쌍방 총격의 영상과 비교해 편파적인 구성이 엿보였다. 추가적으로 영상장면을 편집하자면 5.18 증언을 토대로 군 지휘부와 시민대표와의 충돌을 피하고자 했던 고뇌어린 회의상황이나 접촉노력이 재연됐어야 하는 아쉬움이 있다. 서로 희생을 줄이고자 애썼던 부분이 있었음에도 영상은 비껴나간 것이다. 

서울지검의 1995년 7월 발표문에 따르면 당시 사망자는 193명이다. 민간인이 166명, 군인 23명, 경찰관 4명이다. 특히 군인은 부대 간 오인사격으로 12명 사망, 시민군에게 피격당한 군인이 11명이다. 영화에서는 군인 피해는 없고, 민간인 피해위주로 영상화된 점이 있다.

셋째로 광주시민의 주장하는 대의명분에 대한 표현이 약했다. 유언비어가 난무하던 당시 상황에 대한 걷잡을 수 없는 통제불능 상태로 어지럽게 표현된 점이다. 특히 대사 중 “군인들이 왜 총을 쏘는가?”라는 반문으로 모든 원인을 덮고, 선에 대한 악의 폭력으로 결과를 남긴다. 

군인복무규율(1970.4.20 대통령령 제4923호)과 위수령(1970.4.20 대통령령 제4949호)에 의한 ‘자위권’ 규정이 있는데 군인은 군인복무규율 제123조에 “신체 생명 또는 재산을 보호함에 있어서 상황이 급하여 무기를 사용하지 아니하면 보호할 방법이 없을 때”에는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사살할 수 있는 ‘자위권’이 말단병사에게도 부여돼 있다. 물론 영화 ‘택시운전사’의 작품상 선과 악을 논하자는 것이 아니다. 다시는 군이 국민을 위해(危害)하는 죄악에 동원돼서는 안 된다는 큰 교훈을 남겼다. 권력자가 다시는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소임에 전념할 군대를 악용하는 일이 없어야 한다. 

사실 문제는 장훈 감독의 사상성이다. 장훈 감독은 과거 ‘의형제’ ‘고지전’을 통해 알려졌으며, 그의 작품성향은 무정부주의, 탈권위주의적 민중중심으로 허무주의를 추구한다. 장훈 감독은 공권력에 대한 민중저항의 대결구도로 긴장을 구성하고, 코믹한 대사로 영화의 상업성을 추구하는 흥행사이지 결코 다큐적 진실을 영상으로 남기려는 예술가는 아니다. 

그럼에도 영화 ‘택시운전사’는 광주민주화영령들의 희생이 오늘날 이 나라 민주주의에 커다란 헌신이 되신 점을 재조명하는 데 기여했다. 그 당시 죽음을 무릅쓰고 광주의 진실을 세상에 밝혀주신 힌츠페터 기자의 영면을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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