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의 식민통치에서 벗어난 광복절. 그 72주년을 맞은 광화문 일대는 혼잡했고 어수선했다. 여느 때 같았으면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리는 광복절 중앙경축식 행사와 부대행사로 다소 복잡하기는 했지만 이날처럼 무질서하지는 않았다. 한쪽에서는 민노총과 한국진보연대 등 200여개 단체로 구성된 ‘8.15범국민평화행동 추진위원회(이하 평화행동)’가 사드(THAAD, 고고도 미사일 방어 체계) 배치 철회와 한미훈련 중단을 외치며 반미 시위를 가졌고, 다른 한곳에서는 사드 배치에 찬성하는 보수단체가 맞불집회를 열었으니 마치 거대한 궐기장이나 다름없었다.

평화행동에 참여한 일부 단체 회원들은 광복절 전날부터 반미(反美) 분위기 띄우기에 착수했다. 14일 오후에는 민노총과 한국대학생연합 등으로 구성된 통일선봉대 소속 10여명이 서울 광화문 세종대왕상 위로 올라가 ‘한·미 합동 군사훈련 중단’을 요구하는 현수막을 펼치고 기습 적으로 시위했다. 이 시위대들은 북한의 미사일 공격 등에 대비해 오는 21일 시작되는 한·미 합동 군사훈련 ‘을지 프리덤 가디언(UFG)’을 중단하라는 요구와 함께, 북한의 ICBM(대륙간탄도미사일) 공격을 방어할 수 있는 사드를 국내에서 완전 철수하라는 주장을 펼친 것이다.

‘트럼프 미 대통령이 한반도 전쟁 위기를 고조시키고 있다’는 통일선봉대원의 주장에 대한 적부는 차치하고서라도 한반도는 북한 김정일의 오판으로 인해 자칫하면 일촉즉발(一觸卽發)의 위기에 봉착될 수 있는 상황이다. 세계의 이목이 한반도에 쏠려있고 유럽에서까지 위기설이 나도는 지금이다. 그런 위기일수록 직접 이해 당사자국인 대한민국과 우리 국민은 무게의 중심을 잡고 능동적으로 대처해야 한다. 특히 대북 제재와 북한의 미사일 포기 노력에서 미국, 중국 등 강대국만의 협상이 된 채 ‘코리아 패싱’이 되는 우려도 서둘러 차단해야할 것이다.

가뜩이나 지금의 북핵 리스크로 안보, 외교 등 국제정치 분야에 비상등이 켜진 상태에서 미국과 북한의 정면충돌은 글로벌 금융시장에까지 악재를 끼치고 있다. 당연히 한국경제에도 큰 타격을 주고 있는바, 정부의 총체적 대응이 절실히 필요한 시점이다. 이 위기에서 벗어나려면 정부와 국민은 현실에 대한 냉정한 판단을 해야 하고, 판 깨는 부회뇌동은 금물이다. 어느 때보다 위급한 안보 위기 상황에서 반미든 찬미든 국론분열의 집단시위는 자제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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