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학수 한체대 스포츠 언론정보연구소장 

 

문재인 대통령은 대통령 취임후 처음으로 맞은 여름휴가 첫날인 지난달 30일 강원도 평창을 깜짝 방문했다. 동계올림픽 현장을 둘러보기 위해서였다. 문 대통령은 노태강 문화체육관광부 차관과 이희범 조직위원장의 안내로 동계올림픽 현장에서 모노레일을 타고 스키점프대로 올라가 4층 전망대에서 평창동계올림픽 시설물들을 둘러봤다. 전망대에선 바로 밑 스키점프대를 비롯, 올림픽 스타디움, 알파인 경기장, 크로스컨트리센터 등이 시원스레 펼쳐진 모습을 감상했다. 내년 2월 개막을 앞두고 평창올림픽 현장은 거의 단장을 마친 상황이다. 

문 대통령이 지난달 24일 평창 알펜시아에서 열린 ‘G-200’ 행사에 공식 참석한 뒤 1주일 만에 다시 평창을 찾은 것은 올림픽 관심을 적극 유도하고 싶기 때문이었다. 평창올림픽 붐이 아직 일지 않는 데 대해 안타까운 마음이 큰 문 대통령은 올림픽 현장에서 첫 휴가를 시작함으로써 국민들의 올림픽에 대한 관심을 높이고자 했던 것이다. 이날 문 대통령은 올림픽 현장에서 만나는 시민들마다 올림픽 홍보에 열을 올렸다. ‘G-200’ 행사에서 피겨 여왕 김연아로부터 홍보대사로 위촉받았던 문 대통령은 올림픽의 성공적 개최에 적극 힘쓰는 모습을 몸소 실천해 보였다.

문 대통령의 이 같은 홍보 활동은 3천억여원의 부족재원 확보에 비상이 걸린 평창동계올림픽조직위에 큰 힘이 될 것으로 보인다. 평창동계올림픽은 수입 2조 5천억원, 지출 예상 2조8천억원으로 운영예산을 편성했는데, 3천억여원의 부족분을 스폰서 영입을 통해 메워야 할 형편이다. 이미 사기업 등으로부터 올림픽 스폰서 목표액을 모두 달성한 조직위는 한국전력 등 공기업의 스폰서 참여를 적극 기대하고 있다. 문 대통령이 올림픽에 적극적인 관심을 보임에 따라 공기업이 본격적으로 스폰서로 나서리라는 예상이다. 그동안 공기업들은 지난해 터진 ‘최순실 사태’와 최고 경영자의 교체 등을 이유로 올림픽 스폰서에 미온적인 반응을 보였다.

평창동계올림픽은 문 대통령과 깊은 인연이 있었다. 2007년 7월 과테말라 IOC 총회서 노무현 대통령까지 현지로 날아가 평창의 두 번째 동계올림픽 유치에 나섰으나 푸틴 대통령이 적극 나선 러시아 소치에 밀리는 아픔을 대통령 비서실장으로 지켜봐야 했다. 문 대통령은 4년 뒤 이명박 대통령 시절 남아공 더번 IOC 총회서 세 번째 도전 끝에 평창동계올림픽 유치가 결정된 것을 무엇보다 기쁘게 생각했다. 2009년 ‘영원한 정치적 동지’ 노무현 전 대통령의 자살로 본격적으로 정치에 뛰어든 문 대통령은 노무현 정부 정책의 계승의 하나로 평창동계올림픽의 성공적 개최를 손꼽았다.     

올림픽을 개최한 대부분의 국가에서 올림픽의 성공적 개최는 국가지도자의 리더십을 평가받는 중요한 요소였다. 1936년 베를린올림픽, 1964년 도쿄올림픽 등 역대 올림픽서 각국의 지도자들은 올림픽을 국가의 발전을 이끄는 발판으로 삼았다. 우리나라도 결코 예외는 아니었다. 박정희 전 대통령은 1988 서울올림픽의 준비에 나섰으며, 전두환 전 대통령은 1981년 바덴바덴 IOC 총회서 일본 나고야를 제치고 서울올림픽 유치에 성공했다. 노태우 전 대통령은 서울올림픽을 소련 등 사회주의 국가들이 대부분 참가하는 ‘동서 화합’의 장으로서 역대 최대참가규모로 성공리에 치렀다. 역대 대통령들은 올림픽 개최를 통해 고도 경제성장과 국가발전을 국민들과 세계인들에게 보여줌으로써 빼어난 통치력을 보여주고 싶었던 것이다. 

국민과의 진정성 있는 소통을 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는 문 대통령은 휴가 중에도 평창동계올림픽을 찾아 철저히 준비하는 모습을 보임으로써 고도의 ‘올림픽 정치학’을 펼친 셈이었다. 그 평가는 내년 2월 평창동계올림픽이 끝나면 나올 것이다.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