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병 정치평론가 

 

문재인 대통령이 25일 ‘검찰개혁’을 강조하며 문무일 검찰총장에게 임명장을 수여했다. 이날 문 대통령은 검찰의 정치적 중립과 검·경 수사권 조정 그리고 공수처 신설에 대해 이례적으로 하나하나씩 강조하며 검찰개혁의 당면 과제를 당부했다. 이는 문 대통령의 대선공약이었을 뿐만 아니라 검찰개혁에 대한 국민적 요구에 대한 화답이기도 했다.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에서 드러났듯이 검찰개혁은 거의 임계점에 와 있는 상태이다. 더 이상 미룰 수도, 이쯤에서 접을 수도 없을 만큼 검찰조직에 대한 국민적 불신과 분노는 생각보다 훨씬 더 크다. 자칫 정의와 법치의 보루가 송두리째 무너져 내리는 것은 아닌지 두려울 정도이다.

문무일, 저항인가 전략인가  

문무일 검찰총장은 인사청문회에서 여야 의원들의 정책 검증 때 검찰개혁에 대해 사실상 소극적 의지를 밝혔다. 이런 모습은 검찰개혁을 시대적 소명으로 제시한 문재인 정부의 초대 검찰총장 후보자로서 정말 실망스러울 정도였다. 문재인 정부의 검찰개혁에 적극 동참하겠다고 해도 부족한 판국에 사실상 등을 돌리는 듯한 발언은 충격적이었다. 오죽했으면 여당 위원들이 목소리 높이며 다그치는 모습을 보였겠는가.

문무일 검찰총장의 이런 태도는 임명장을 받는 청와대에서도 계속됐다. 대만학자 난화이진(南懷瑾)의 한시는 ‘4월 하늘’을 바라보는 다양한 군상들의 서로 다른 바람을 거론하고 있다. 다시 말하면 검찰개혁을 바라보는 여러 가지 입장이 있을 수 있다는 말을 대변한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말하는 검찰개혁과는 다른 의견을 내놓은 셈이다. 청와대도 당황했을 것이다. 그 즉시 문재인 대통령의 뜻과 다르지 않다는 아전인수식 해석을 내놓은 것도 이런 배경으로 보인다.

문무일 검찰총장은 그 직후 검찰청으로 가서 취임식을 가졌다. 문 총장은 이 자리에서 더 노골적으로 검찰개혁과는 다른 얘기를 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언급한 검찰개혁 과제는 특별한 언급조차 하지 않은 채 검찰 수사와 결정에는 검사만 간여할 수 있다며 형사소송법을 거론하는 모습이었다. 검찰의 반성과 성찰, 검찰개혁에 대한 간곡한 호소가 아니라 ‘그들의 밥그릇’을 챙기는 듯한 발언은 안타까움을 넘어 적잖은 실망감으로 다가왔다. 과연 문재인 정부 초대 검찰총장으로서 적절한 인물이란 말인가.

사안이 간단치 않음을 간파한 것일까. 청와대는 애써 문무일 총장의 보수적 발언을 두둔했다. 검찰 후배들 앞에서는 조직의 수장으로서 그럴 수밖에 없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과연 그런 것일까. 문 총장이 검찰조직 내부를 이끌고 더 큰 개혁의 길로 가기 위한 ‘전략적 발언’이라면 이해할 수 있다. 검찰의 급격한 동요를 막고 더 강력한 검찰개혁으로 가기 위한 포석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것이 아니라 검찰개혁을 놓고 청와대와 결이 다른 조직적 저항이라면 어떻게 할 것인가. 조금 더 지켜볼 일이지만 문과 문이 사실상 충돌로 간다면 검찰개혁은 또다시 물 건너 갈 수도 있음을 알아야 한다. 문무일 검찰총장 발탁이 부디 인사참사가 아니길 바라는 마음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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