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세곤 호남역사연구원장

 

1430년 8월 10일에 상당수 관료들은 공법을 적용하되 토지의 비옥도와 풍·흉년에 따라 차등과세를 하자는 의견을 제시했다.

봉상시 주부 이호문, 예조 좌랑 조수량 등, 총제 하연, 그리고 경기도와 전라도 수령 등의 의견이었다.

봉상시 주부 이호문은 전지의 등급을 9등으로 나누어서 상상전(上上田)의 세는 1결마다 16말을 수납하게 하고, 한 등급에 1말씩 체감하면 하하전(下下田)에 가서는 8말을 거두자는 의견을 제시했다.

예조 좌랑 조수량, 좌랑 남간 등은 아뢰기를, “우리나라의 전토는 기름지고 척박한 것이 지역에 따라 달라서, 상전은 1결에 조세로 10두를 징수해도 너무 적은 편이나, 하전 1결에 조세를 역시 10두를 징수한다면 너무 많으므로, 전토의 등급을 나누어 9등으로 하고 조세도 역시 9등으로 정해 민생의 편익을 주소서” 하였다.

총제 하연은 아뢰기를, “현재 3개 등급의 전세의 차이가 그리 많지 않으며, 또 상등전은 오직 경상·전라도 등에 1천결에 겨우 1, 2결이 있고, 중등전도 역시 1백결에 1, 2결이 있을 뿐, 그 밖에 각도에는 중등전이 역시 1천결에 겨우 1, 2결이 있는 정도입니다. 대부분이 하등전(下等田)입니다.

이는 온당치 않사오니, 메마르고, 습하고, 비옥하고, 척박한 것 등으로 땅을 구별해 9등급으로 정하고, 상상전은 벼 30두를 거두어들이고, 상중전은 25두, 상하전은 20두, 중상전은 17두, 중중전은 15두, 중하전은 13두, 하상전은 10두, 하중전은 7두, 하하전은 5두를 거두게 하소서” 하고,

경기도 양주부사 진중성은 아뢰기를, “좋은 토지를 부치고 있는 자가 풍흉을 막론하고 1결마다 10두의 세를 납부한다면 이는 너무 경하고, 척박한 토지를 부치는 자가 역시 풍흉을 막론하고 1결마다 10두를 바친다면 이는 너무 과중하오니, 이제부터 토지의 품질을 상·중·하 3등으로 나누어 놓고, 풍년에는 상등(上等)은 1결에 20두, 중등(中等)은 15두, 하등(下等)은 10두를 거두고, 중년(中年)에는 상등은 1결에 15두, 중등은 10두, 하등은 7두를 거두며, 흉년에는 상등은 1결에 10두, 중등은 7두, 하등은 3두를 거두어 그 해 농사의 풍흉에 따라서 세를 거두게 하소서” 하고,

전라도 낙안군사 권극화는 아뢰기를, “만일 현재 경작하는 전지 1결에 10두만을 거둔다면 너무 경하고, 경작하는 전지와 묵어 있는 토지를 분별하지 않고 모두 10두씩을 거둔다면, 일찍이 척박한 전지를 부치다가 마지못해 묵혀 버린 자는 사실 불만이 있을 것입니다. 이제부터 전주(田主)가 묵히고 경작하는 곳을 신고하면, 수령이 직접 이를 심찰하여 묵혀져 있는 수량을 제외하고 경작한 전지 중에서 풍년에는 15두를 거두고, 중년(中年)에는 10두를 거두고, 흉년에는 7두를 거두게 하소서. 이와 같이 하면 풍년에 너무 적게 거둬들이는 불만과 흉년에 너무 많이 거둬들이는 한탄이 다 없어질 것입니다” 하였다.

세종은 이러한 현장의 목소리를 경청했다. 그는 토지의 등급을 9등으로 나누자는 의견, 농사의 작황을 풍년·평년·흉년으로 나누어 세금을 걷자는 의견들을 참작해 14년 후인 1444년(세종 26년)에 연분9등, 전분 6등 조세법을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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