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인질 외교의 희생양이 된 미국 대학생 오토 웜비어의 사망으로 미국 전역이 들끓고 있다. 미국 버지니아 주립대생 웜비어에 대해 주변인들은 호기심 많고 공부에 전념한 학생이었다고 기억하고 있다. 그는 지난해 1월 관광차 방문한 북한에서 정치 선전물을 떼내려 한 혐의로 출국과정에서 체포돼 ‘국가전복음모죄’ 명목으로 노동교화형 15년을 선고 받았다. 최근 혼수상태로 송환된 웜비어에 대해 북한은 웜비어가 보툴리누스 중득증을 앓다 수면제 과다복용으로 혼수상태에 빠졌다고 했지만 미 신시네티주립대 병원 측은 보툴리누스 중독증에 걸렸다는 증거를 발견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결국 웜비어는 송환 엿새만인 19일 사망했다. 서울 종로 미 대사관 앞에는 웜비어를 추모하는 파랑 리본이 오가는 이를 숙연하게 만들고 있다.

한미 양국이 사드배치를 두고 묘한 신경전을 벌이는 상황에서 이 같은 일이 빚어져 곧 있을 한미 정상회담에서 논의될 대북 문제에도 웜비어 사태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그간 북한은 외국인을 대상으로 한 인질외교로 짭잘한 수입을 얻어왔고, 이번에도 그런 수입을 기대했다가 스스로 덫에 걸리고 말았다. 국제사회에서 북한의 입지도 더욱 좁아지게 됐다. 바라기는 이번 사태를 반면교사 삼아 인질외교와 같은 악질적인 행태가 제발 줄어들기를 바랄 뿐이다. 별도로 우리 정부는 억류된 자국민의 송환을 위해 더 적극적인 방법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 현재 북한에는 수많은 사람들이 억류돼 있지만 우리 정부의 구호활동은 영 소극적으로 보인다. 범죄자와는 협상을 벌이지 않는다는 기본 원칙 때문에도 그렇겠지만 대한민국 국민을 반드시 송환시켜야 한다는 절박감이 있는지도 의문이다.

웜비어는 혼수상태로라도 돌아왔으나, 수많은 한국인은 죽어서도 이 땅에 돌아오지 못하고 북에 억류된 채 죽음을 맞고 있다. 이런 현실에 그 가족들만 애탈 뿐이다. 2015년도에 정부가 파악한 북한 내 국군포로 560여명을 비롯해, 납북 어부와 최근 탈북민을 돕다 억류된 선교사들까지 파악된 숫자만 부지기수다. 미국은 단 한 명 자국민의 죽음으로 저렇게 들끓는데 우리 정부는 과연 수많은 우리 국민의 송환을 위해 얼마나 노력을 해왔는지 되새겨봐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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