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병 정치평론가 

 

열흘 앞으로 다가온 자유한국당 ‘7.3 전당대회’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누가 당 대표에 당선될 것인가도 중요하지만 최고위원을 포함해 당 지도부가 어떻게 재편될 것인가 하는 문제는 자유한국당의 미래와 직결돼 있기 때문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 자유한국당은 사실 존망의 위기에 몰려있는 것이 사실이다. 지난 국정농단 사태에서 가장 큰 책임을 져야 할 정당이며 동시에 엄청난 촛불민심의 직격탄까지 맞고 있기 때문이다. 이 국면을 제대로 극복하지 못한다면 자유한국당의 미래는 더 어려울 것이다.

혁신? 무슨 혁신?

자유한국당이 가야 할 길은 ‘보수의 혁신’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을 상징으로 하는 폐쇄적이고 극단적인 수구세력의 준동이 아니다. 상식을 짓밟고 법치의 원칙까지 폄훼하는 오만한 권력으로는 더 이상 버티기 어렵다. 아니 어쩌면 ‘적폐의 대상’으로 몰리기 십상이다. 불행하게도 지금 이 순간까지도 박 전 대통령을 비롯한 그 주변 인물들의 언행을 보면 말문이 막힐 정도이다.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눈을 감고 귀를 막고 싶은 심정이다. 대한민국을 어떻게 저런 사람들에게 맡겼는가 하는 분노까지 치밀어 오를 정도이다.

자유한국당의 미래는 바로 이 지점에 서 있다. 사멸하는 권력을 끝까지 감싸고 옹호하면서 그 연장선에서 생존할 것인가, 아니면 사멸하는 권력을 철저히 배제하고 그 위에서 ‘새로운 보수’를 세울 것인가 하는 선택이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당 대표경선에 나선 세 후보들 모두 변화와 혁신을 외치고 있다는 점이다. 신상진 후보는 구태 청산 없이는 자유한국당 재건이 불가능하다며 가장 큰 목소리로 혁신을 외치고 있다. 원유철 후보도 혁신과 재창당 수준의 변화를 강조하고 있다. 홍준표 후보는 좀 더 구체적으로 친박계 청산을 역설하며 특유의 거친 발언들을 쏟아내고 있다. 물론 최고위원 후보들도 예외가 아니다. 김태흠 후보까지도 당원만 빼고 다 바꾸겠다며 당의 총체적 혁신을 외치고 있을 정도이다.

이것만 본다면 자유한국당은 박근혜 정부를 향한 적폐청산에 더해서 당의 진로를 ‘새로운 보수’로 방향을 잡았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과연 그럴까. 정우택 원내대표를 중심으로 하는 원내전략은 이전과 달라진 것이 별로 없다. 과거보다 더 했으면 더 했지 뭔가 새로운 가치를 발견하기 어렵다. 문재인 정부를 바라보는 당의 시선도 건강한 비판의 수준이 아니다. 심지어 ‘주사파 정권’으로 비난하거나 ‘탄핵’ 가능성까지 언급하고 있다.

그렇다면 당의 변화와 재창당은 무슨 뜻일까. 경선 때면 흔히 나오는 ‘선거용 멘트’이거나 아니면 변화하는 것처럼 보이려는 ‘이미지 정치’에 다름 아니다. 이런 방식으로는 국민의 지지를 받기 어렵다. 언제까지 특정 지역과 특정 세대에만 치중할 것인가. 스스로를 고립시켜서 결국 ‘영남 자민련’으로 남겠다는 것일까. 구호가 아니라 좀 더 구체적이고 실현 가능한 혁신의 청사진을 내놓아야 한다. 그 위에서 ‘사즉생’의 각오로 ‘보수의 혁신’을 말하고 행동으로 보여야 한다. 당연히 뼈를 깎는 고통이 동반될 수밖에 없다. 이런 성찰과 고통도 없이 말로만 변화를 외칠 것인가. 자신들을 향한 국민의 차가운 시선을 아직도 모른단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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