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 전북=김도은·이진욱 기자] “그 교사는 학교의 군주와 다름 없었습니다. 다시는 후배들이 이런 일을 당하지 않도록 뿌리를 뽑아내야 합니다.”

전북 부안여자고등학교의 체육 교사 박모씨가 학생 20여명을 성희롱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는 가운데 해당 교사에 대한 졸업생들의 제보가 이어지고 있다.

21일 다수의 졸업생들은 “박씨가 성희롱으로 경찰 수사를 받게 됐지만, 이보다 더한 일도 많았다. 기사에 알려진 것은 1/10도 안 된다”고 입을 모았다.

졸업생들에 따르면 박씨는 소위 ‘왕’처럼 학생들 위로 군림했다. 박씨 눈 밖에 나면 학교생활이 괴로워졌기 때문이다. 박씨의 주요 무기는 학생들을 이용한 따돌림과 수행평가 점수였다.

해당 학교를 졸업한 김모(가명, 27, 서울시)씨는 고교생활 3년간 박씨 때문에 악몽같은 나날을 보냈다. 시도 때도 없이 불러내 박씨의 요구사항을 전하고 이를 하지 않았을 때는 수행평가 점수를 깎는다고 협박을 했다.

학급 반장의 경우에는 더 심했다. 졸업생인 최모(가명, 27, 서울시 용산구)씨는 “담임 교사가 아님에도 발렌타인데이, 스승의날은 물론 수학여행에도 박씨의 선물을 챙겨야 했다. 그렇지 않으면 반 전체의 체육 수행평가 점수를 깎는다고 해서 거부할 수도 없었다”며 “3년간 수도 없이 선물을 바쳤다. 부모님 돈이 몇 백만원은 깨졌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씨는 “나는 반장이라는 명목으로 선물을 바쳐 박씨 눈에 들었지만 반장도 아니고 선물을 사지도 않은 학생들에게 박씨는 가혹했다”며 “거의 투명인간 취급을 했기 때문이다. 이게 어떻게 교사라고 할 수 있나”고 말했다.

최씨에 따르면 박씨는 각 학년에 한 명씩 맘에 드는 학생을 꼽아 놓고 ‘애인’처럼 행동했다. 최씨는 “교무실에 가면 그 학생이 박씨의 무릎에 앉아있거나 박씨 책상을 청소하고 있었다”며 “그 친구는 공주 취급을 받았다. 누가 그 친구랑 싸웠다는 소문이 들면 다른 학생들을 시켜 싸운 친구를 따돌림 시키기도 했다”고 말했다.

졸업생들은 한목소리로 “다른 교사들도 박씨의 악행을 다 알았다. 몰랐다고 하는 것은 새빨간 거짓말”이라고 주장했다. 성희롱 한 사실 조차 몰랐다는 학교측의 반박에 배치되는 입장이다.

최씨는 “이런 사실을 우리가 다른 교사들에게 호소하지 않았겠느냐. 설사 말하지 않아도 다 보이는 부분이다”며 “다 알고 있었지만 박씨에게 약점을 잡힌 교사들도 있었고 ‘그럴수도 있지 않냐’며 묻어가는 분위기였기 때문에 우리도 빨리 여기서 벗어나자는 생각뿐이었다”고 말했다.

이 같은 수모에도 학생들은 지역적인 이유로 학교를 다닐 수밖에 없었다는 설명이다. 부안읍내에서 인문계 여학생이 다닐 수 있는 학교는 해당 학교뿐이기 때문이다. 또한 농어촌 지역 학교의 특성상 내신 점수가 중요해 수행평가 1점이 아쉬운 상황이었다.

최씨는 “중학교 때에도 야한 질문을 하지 않으면 수행평가 점수를 주지 않는 도덕 선생님이 있었는데 고등학교에 와서도 이런 일을 당할 줄 몰랐다”며 “경찰도 수사 범위를 넓혔으면 좋겠고 이번 기회로 교사들의 악행을 뿌리뽑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에 졸업생들은 트위터(https://twitter.com/buangraduate_)를 통해 박씨의 비리와 범죄를 고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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