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병 정치평론가 

 

국민의당이 기회와 위기를 동시에 맞고 있다. 인사청문회 정국에서는 사실상 캐스팅보트 역할을 하면서 제3당으로서의 존재감을 발휘하고 있다. 반면에 여권으로부터는 반개혁적인 자유한국당과 보조를 맞춘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으며 자유한국당으로부터는 ‘사쿠라 정당’이라는 모욕까지 받고 있다. 물론 그런 비판이 적절한 것은 아니지만 국민이 볼 때는 다소 혼란스런 것이 사실이다. 이것이냐, 저것이냐를 강요하는 우리 정당체제에서 제3당의 역할은 그만큼 중요하고도 어렵다는 점을 확인시켜 주고 있다.

탈이념과 탈지역의 중도정치론

최근 서구 민주정치의 현실을 보면 과거 어느 때보다 기성정당에 대한 반감이 커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과거 수십년을 지켜왔던 기성정당의 기득권이 깨지고 신생정당이 돌풍을 일으키거나 집권하는 경우도 볼 수 있다. 프랑스 대선에서 중도 실용노선을 견지하던 앙마르슈의 마크롱 후보가 당선된 것이 그 상징이 아닐까 싶다. 의석 한 석도 없는 신생정당 앙마르슈가 집권당이 될 수 있는 프랑스의 민주정치가 부럽기도 하지만 반대로 기성정당에 대한 불신과 불만이 얼마나 컸으면 이런 결과를 만들어 냈을까 하는 생각도 지울 수 없다. 기성정당을 주축으로 하는 기득권정치에 대한 불신과 저항, 그것이 유럽의 민주정치 지형을 바꾸고 있는 핵심 동력이라 할 수 있다.

기성정당에 대한 불신이 큰 것은 우리나라도 예외가 아니다. 이념과 지역을 바탕으로 구축된 양당체제는 이미 정치발전의 적폐가 된 지 오래다. 겉으로는 사생결단의 대결정치를 보이면서도 안으로는 ‘적대적 공생관계’를 공유했던 그 ‘정치기득권’은 생각보다 훨씬 견고했다. 간혹 제3당의 싹이 보이다가도 금세 양당체제로 수렴될 수밖에 없었던 것도 각종 선거제도와 정치담론 등이 양당체제를 더 강화시켜 주었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제3당은 거대 양당체제에서 버텨낼 수 없었던 것이다. 이런 점에서 비록 19대 대선에서는 실패했지만 지난 20대 총선에서의 국민의당 돌풍은 우리 정당정치사의 획기적 사건이며 향후 그 발전 경로는 한국정치의 수준을 가늠하는 중요한 잣대가 될 수 있을 것이다.

국민의당은 단순한 제3당이 아니다. 패권주의를 핵심으로 하는 기득권적 양당체제에 대한 거부와 ‘정치적 양극화’를 뛰어 넘는 ‘새로운 정치 패러다임’을 모색하고 있다는 점에서 ‘제3지대’를 지향하고 있다. 따라서 유럽에서 일고 있는 새로운 정치 변화와 맥을 같이 하고 있는 셈이다. 다만 유럽과는 달리 선거제도와 유권자의 정치인식 그리고 주체적 한계로 인해 시대적 흐름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지금 이 순간에도 국민의당은 우왕좌왕하고 있다. 어디로 가야 할지, 무엇을 취하고 무엇을 버려야 할지가 명확하지 않다. 의제에 접근하는 방식이나 제3당으로서의 전략적 태도마저 서툴다. 그리고 모든 판단의 기준이 무엇인지도 애매하다. 난세에서 새로운 대안으로 냉혹한 현실주의를 설파했던 한비자(韓非子), ‘백성의 편익과 이익을 따른다(便衆庶利民萌之道)’는 경구가 생각난다. 국민의당, 말 그대로 ‘국민’의 당이 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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