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라곤 논설실장/시인

 

장미대선이 끝나자마자 정당의 할 일이 많아졌고 더욱 바빠졌다. 선거에서 자당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된 더불어민주당에서는 집안에 경사났다며 쾌재를 부르고 있는 와중에서도 당청관계가 다소 삐꺽거리고 있고, 낙선의 멍에를 짊어진 나머지 정당들은 체제 정비 등에서 골머리를 앓고 있다. 당 안팎에서 불만을 터트리며 조여드는 일부 세력들과의 갈등, 혹은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한 견제로 시달리고 있다. 지난 대선에서 2, 3, 4위를 한 원내정당들은 당대표와 최고위원들이 선거 패배의 책임을 지고 물러나 현재 비상위원회 체제가 가동되고 있는 중이다.

당 입장에서 본다면 여당이 된 민주당도 속사정은 복잡하다. 당직을 겸했던 일부 인사들이 문재인 대통령후보 선거 캠프에서도 역할을 했으니 당장 당의 부름보다는 문 대통령의 호출을 기대하는 눈치이고, 인사에서도 청와대 차출이 우선이니 당청관계가 껄끄러워하는 것은 사실이다. 대선 승리로 여당이 된 민주당의 추미애 대표는 ‘민주당이 의회정치 시대를 열겠다’고 다짐하면서 정당이 정치적 실권을 쥐는 정당정치 구현을 구상하기도 했다. 하지만 청와대 측과의 한바탕 갈등을 겪고 나서 “청와대 인사에 당은 개입하지 않는다”고 한발 뒤로 물러섰다.

잔치집이라 할 수 있는 민주당의 당대표가 과욕 또는 사심으로 내몰릴까봐 겪는 마음고생이 이러한데, 하물며 정권의 핵심 축에서 완전히 벗어나 있는 자유한국당,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의 사정은 어떠하겠으랴. 이는 야3당의 비대위 체제가 현실을 잘 말해주고 있다. 비대위가 운영된다는 것은 선거 패배 후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 할지라도 정당이 정상 운영되지 못하고 체제가 불안하다는 것을 말하는 것이다. 야3당이 6~7월중에 전당대회를 개최해 정식 지도부를 구성한다는 전략이지만 이를 두고서도 당 안팎에서 말들이 많으니 숱한 험로가 예상된다.

대선을 전후로 많은 정치 뉴스들이 생활주변에서 자주 거론되다보니 이젠 어지간한 사람들도 정가 소식을 소소히 알고 있다. 한국당에 대해서는 아직도 일부 사람들은 박근혜 정부의 국정농단 사건이 있게 만든 정당이라는 낙인을 찍고 있다. 그런 만큼 잘못에 대한 철저한 반성 후에 친박 청산과 함께 새로운 리더십을 세워야 한다는 게 주변의 이야기다. 오는 6월 4일 미국에서 귀국하는 홍준표 전 경남지사의 향후 행보에 따라 당 체제 변화가 있을 테지만 신보수의 가치가 바르게 세워지고 국민 속에 자리 잡도록 해야 한다는 말이 이구동성으로 들려온다.

바른정당 역시 고민이 크다. 주호영 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가 비대위를 이끌고 있지만 선거 과정에서 한국당으로 원대복귀한 의원으로 인해 당세가 줄어들었다. 현재 20명인 의원에서  앞으로 단 1명이라도 이탈할 경우에는 원내 교섭단체 자격마저 잃게 되는바, 집안 단속이 먼저인 것이다. 다음달 26일 새로운 당대표 등 지도부 선출 계획으로 있지만 누가 당심을 잡더라도 당내 화합이 우선이 될 테고, 동시에 보수진영을 두고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해 경쟁 상대인 한국당과의 선명성과 이미지 경쟁에서도 당의 명운이 달렸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국민의당은 총선 이후 원내 제3당으로서 국회운영에서 난제가 있을 때마다 이를 해결하는 헤게모니 역할을 해왔다. 양대 정당이 주류를 이뤘던 의정 구조를 다당제로 바꾸게 한 정당으로서 평가받을 만하다. 그렇지만 지난 대선에서 안철수 후보가 700만명의 표심을 얻었지만 중도를 넘나드는 애매한 전략적으로 한국당에게 2위 자리를 내주는 등 수모를 겪었다. 그러면서 온갖 구설수에 휘둘리고 있는바 ‘선거에는 2등은 없다’라는 말이 실감나는 대목이기도 하다.

급기야 박주선 비대위원장 체제를 갖춘 국민의당이 국민 지지를 받는 민주정당으로서 재기를 다짐하고 있지만 당 세력 간 갈등이 조장되고 있다. 지난주 정가에서 구설수에 올랐던 “대선 3위 안철수 석고대죄해야 한다”는 명대사(?) 한마디로 인해서다. 정대철 국민의당 상임고문이 CBS 라디오에 출연해 당 대선후보였던 안철수 전 대표에 대해 “대선에서 떨어지고 3등까지 한 것은 국민한테 죄악이다. 석고대죄 후 충전해서 정치를 하거나 정치를 못하거나 하는 자세가 맞다”는 말을 해 적지 않은 파문을 가져왔다. 원로정치인 나름대로 평가한 말이라 하더라도 선거에 지면 죄악이라는 주장은 민주주주의 선거제도를 폄훼한다는 비난도 따른다.

한국의 정당들은 여야를 가리지 않고 대통령선거 후에 심한 후유증을 앓아왔다. 어찌 보면 정당과 국가 발전을 위한 당연한 과정처럼 보이지만 본연의 역할을 제대로 이행하는가 여부에 따라 정당의 존망이 반복됐던 것이다. 정당은 정책을 통해 국민 이익을 도모하는 결사체로서 4년 또는 5년마다 실시되는 선거를 통해 정기적으로 국민평가를 받으니 자만해서도 결코 안 될 것이다. 생물(生物)인 정치의 속성상, 정권을 잡은 정당이라 할지라도 잘못된 한순간에 훅 간다는 사실이 최근 교훈에서도 여실히 드러났다. 낮은 자세로 임하면서 국민 눈높이에 맞춰 국민 속으로 파고드는 진정성 있는 정당만이 국민에 의한 영원한 승자가 됨은 변함없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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