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출처: 연합뉴스, 뉴시스)

채권단, 채무연장 카드 꺼내
1.3조 만기연장 내달 초 부의

상표권 사용 허용 요구할 듯
박삼구 회장 막판 선택 주목

[천지일보=유영선 기자] 금호타이어 채권단(주주협의회)이 채권 만기 연장 카드로 상표권 사용 허가 압박에 나서면서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이 선택의 기로에 섰다.

26일 산은과 금융권 등에 따르면 금호타이어 주주협의회는 이날 오후 서울 여의도 KDB산업은행(산은) 본점에 모여 1조 3000억원의 채권 만기를 9월까지 연장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산은은 다음 달 초 채권 만기 연장 안을 주주협의회에 공식 부의할 예정이다.

금호타이어는 총 2조 2000억원 규모의 채무를 상환해야 하며, 이 중 1조 3000억원은 다음 달 30일 만기가 도래한다. 산은은 1조 3000억원 중 약 9900억원의 채권을 보유하고 있다.

금호타이어 인수 우선협상대상자인 중국 더블스타와 협상을 이어나가기 위해 채권단이 일단 9월 말까지 3개월간 한시적으로 채무 만기 연장하기로 한 것이다. 매각 종결 시한은 9월 23일이다.

채권단 관계자는 “이날 회의에선 만기가 도래하는 채무의 상환을 3개월 연장하는 게 불가피하다는 내용을 공유했다”며 “현재로선 매각이 최선의 대안이라는 점에 대해서는 공감대가 있었고 6월 초쯤 만기를 연장하는 안건이 부의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금호타이어는 유동성 어려움을 겪고 있어 채권단이 만기 연장을 해주지 않을 경우 법정관리가 불가피하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채권단이 채권 만기 연장을 무기로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 측에 금호타이어 상표권 사용 허가를 요구할 것으로 보고 있다. 박 회장이 상표권 사용을 허용하지 않으면 채권단이 더 이상 채권 만기를 연장해주지 않겠다고 압박할 것이라는 게 업계의 관측이다.

앞서 채권단은 중국 더블스타와 9550억원에 금호타이어 지분 42.1%를 매각하는 주식매매계약서(SPA)를 체결하고 매각 협상을 진행해왔다.

하지만 매각 쟁점인 금호타이어 상표권 사용 문제를 놓고 채권단과 박삼구 회장의 팽팽한 기싸움이 이어지고 있다. 상표권 사용 문제로 더블스타의 인수가 무산되면 박삼구 회장의 우선매수청구권이 부활하게 된다.

다만 더블스타의 매각 협상이 실패하더라도 채권단이 채권 만기가 연장해주지 않으면 박 회장은 금호타이어를 인수할 수 없다. 매각이 불발돼 법정관리에 들어가서 채권 회수가 즉시 이뤄질 경우 박 회장의 금호아시아나그룹 경영권으로 불똥이 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여신에는 금호홀딩스 지분 40%가 포함돼 있는데, 금호홀딩스는 금호아시아나그룹의 지주사 역할을 한다. 따라서 담보로 잡고 있는 금호홀딩스 지분 40%가 채권단에게 넘어가면 박삼구 회장의 경영권마저 흔들리게 된다.

중국 더블스타가 금호타이어 인수 조건으로 제시한 채무 5년 상환 유예 수용 여부를 두고서 채권단 내부에서 이견이 있는 것도 매각 불발 요인이 될 수 있다.

우리은행을 비롯한 일부 은행들은 2~3년 이상의 연장은 어렵다며 난색을 표하고 있는 상태다. 우리은행은 채권단 내에서 의결권 34%를 쥐고 있어 채권 상환 연장에 반대표를 던질 경우 금호타이어 매각에 차질이 빚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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