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경 한국성폭력상담소 소장 

 

5월 24일, 육군보통군사법원이 A대위에게 동성과 성관계를 했다는 이유로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했다. 현행 군형법 제92조의 6은 “항문성교나 그 밖의 추행을 한 사람은 2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 조항은 동성 간의 성관계는 동의여부를 따지지 않고 무조건 처벌하겠다는 것으로, 제도화된 동성애 혐오조항이다. 

대학성소수사모임연대의 한 대학생은 신문의 기고 글에서 “나는 군대에 들어가서도 나의 정당한 성적 권리를 포기할 생각이 없다. 나는 건강한 삶을 영위할 권리가 있다. 내게는 이것이 아름다움이고, 국가가 지켜야 할 내 인간 존엄이다”며 나라다운 나라를 위한 ‘촛불의 외침’을 여전히 이어가고 있다고 토로했다. 지금 이 시각에도 대한민국의 군대 내에서 단지 동성애자라는 이유로 낙인찍히고 범죄자가 될지도 모르는 군인들이 있다. 그들의 소중한 삶이 더 이상 편견과 무지, 혐오에 의해 짓밟혀서는 안 될 것이다.

군형법의 동성애 관련 조항은 그동안 3번에 걸쳐 헌법재판소의 위헌심사를 받았지만 매번 헌재는 합헌결정을 했고, 최근 4번째로 인천지방법원의 이연진 판사가 헌재에 위헌 제청을 한 상태이다. 국제적으로도 2012년에 유엔 국가별 보편적 정례검토(UPR)에서는 성적지향이나 성별정체성에 기반한 차별에 관한 권고를 하면서, 군대 내 성적지향을 이유로 형사처벌하는 법률의 폐지 가능성을 재검토할 것을 권고했다. 2015년 유엔 시민적 정치적 권리규약위원회에서는 대한민국 정부는 군형법상 추행죄를 폐지하고 1년 이내에 위원회에 이행사항을 보고하도록 강경하게 권고했다. 그리고 바로 어제, 이웃나라 대만의 사법원(대법원)에서는 동성결혼을 금지한 현행법이 위헌이라고 결정내림으로써 아시아 최초로 동성결혼을 합법화했다.

이와 함께, 우리 국회에서도 어제 김종대 의원 등 10명의 의원들이 관련법 조항을 삭제하는 군형법 일부개정안을 발의했다. 이 법안 발의로 인해 해당 의원들에게 반대자의 조직적인 비난이 만만치 않은 현실에서 용기 내어 정의를 위한 발걸음을 내딛어주신 의원들께 깊은 감사를 드린다. 이분들의 용기와 결단으로 시작된 ‘마중물’ 입법활동에 앞으로 많은 의원들이 함께해주실 것을 촉구하고 또 기대한다.

차별과 혐오가 있는 세상에서는 직접 그 차별을 받지 않는다 하더라도 누구도 온전한 평등과 자유를 누릴 수 없다. 작년 6월 11일 퀴어퍼레이드 행사장인 서울광장 밖을 에워싸며 우려와 비난과 반대의 목소리를 위협적으로 외치던 사람들을 비롯해, 서울특별시 인권헌장을 무화시켰던 사람들, 학교 성교육에서 성소수자 이야기는 아예 언급조차 하지 못하게 지침을 만들고도 부끄러운 줄 모르는 교육부, 군형법 제92조의 6을 존속·유지시키고 있는 국방부와 사법부, 나아가 우리 사회 전반의 잘못된 인식과 관행은 변화돼야 한다. 

이번 군형법 제92조의 6의 폐지 입법 발의는 인권의 큰 한 걸음을 위한 시작이다. 다소 시간이 걸리더라도 지치지 않고 나아가야 할 것이다. 여럿이 함께 힘과 지혜를 합하면 이 세상을 성소수자라는 이유로 범죄자가 되지 않는 사회, 상식이 통하는 사회, 평등하고 안전한 사회로 바꿔갈 수 있다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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