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준 민속 칼럼니스트 

 

청소년 인성교육 부재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선조들의 지혜가 담긴 ‘밥상머리 교육’이 새삼 주목받고 있다. 밥상머리 교육은 말 그대로 밥상머리에서 교육이 이루어진다는 것이다.

불과 30~40년 전까지만 해도 식사시간이면 가족들이 밥상을 중심으로 둘러 앉아 함께 밥을 먹었다. 할아버지와 손자가 한 상에 앉고 나머지 가족이 또 다른 밥상에서 오순도순 머리를 맞대고 식사를 했다. 어른들이 수저를 들기 전에 먼저 밥을 먹지 말 것이며, 맛있는 반찬은 어른들께 양보하고, 어른보다 먼저 일어나지 말 것이며, 밥알 하나도 소중하게 여기고 음식에 대한 감사함도 잊지 않았다. 이같이 어른을 공경하고 타인을 배려하며 공동체의 질서를 존중하는 법을 밥상머리에서 배웠다. 따라서 밥상머리는 가족 간의 소통의 장이 됐고 동시에 자식들에게는 인성교육이 이루어졌던 곳이다. 

조선시대 사대부 집안 식사예법이 기록돼 있는 ‘규합총서’에 밥 먹을 때 살펴야 할 5가지 즉 ‘식시오관(食時五觀)’이 있다. 첫째, 음식에 들어간 정성에 감사한다. 둘째, 착한 일을 하였는가 생각한다. 셋째, 탐식하지 말고 알맞게 먹는다. 넷째, 약이 되도록 골고루 먹는다. 다섯째, 먹을 자격이 있는지 생각하라고 했다. 식시오관은 한 끼의 밥상이 나에게 오기까지 수고로움에 감사한 마음을 가지라는 것이 선조들의 가르침이다. 

그런데 이제는 밥상머리 교육이 사라지게 됐다. 급속한 산업사회와 핵가족화 영향 때문이다. 부모는 돈 버느라 바쁘고 자식은 학원 다니느라 바빠서 아버지와 자식이 함께 밥 먹는 것은 고사하고 얼굴보기조차 어렵다는 것이다. 

이에 정부는 지난 2015년 ‘인성교육진흥법’을 세계 최초로 법제화했다. 건전하고 올바른 인성을 갖춘 시민 육성을 목적으로 지방자치단체와 초중학교에 인성교육 의무가 부여됐다. 

경상북도는 2014년 ‘할매할배의 날’을 조례로 정했다. 매월 마지막 주 토요일을 할매할배의 날로 정해 손자손녀가 한 달에 한 번이라도 조부모를 찾으라는 것이다. 조손 간 대화를 통해 가족 공동체를 복원하는 게 목적이다.

조선시대 전후기의 최고 학자인 퇴계 이황과 다산 정약용이 자식과 떨어져 살면서도 편지를 통해 엄격한 가정교육을 시킨다.

퇴계 이황은 아들에게 젊은 시절 헛되이 보내지 않을까 하는 걱정에 학문에 정진할 것과 좋은 교우 관계를 맺으라고 권한다. 손자에게는 인간의 도리를 지킬 것을 당부하면서 개인적인 수양에 대한 훈계뿐 아니라 선비로서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를 편지를 통해 가르쳤다. 

다산 정약용은 유배지에서 자신으로 인해 벼슬길에 오를 수 없는 폐족이 된 두 아들에게 편지로 생존교육을 혹독하게 시켰다. 술은 나라를 망치고 가정을 파탄시키는 만큼 금주할 것을 요구했고, 폐족은 일반인보다 100배의 공력을 기울여 학문에 정진해야 사람 축에 들 수 있다고 채찍질했다.

예나 지금이나 가정은 최소 공동체로서 사회가 유지되기 위한 ‘베이스캠프’다. 사회가 안정되고 평화로우려면 가정이 바르게 서야 한다. 가정 해체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어서일까? 밥상머리교육이 더 절실해 보인다. 가족의 소중함도 새삼 깨닫는다.

4차 산업 시대에 맞는 밥상머리교육은 과연 어떤 것일까? 우리 모두의 숙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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