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창우 안전사회시민연대 대표 

 

문재인 정부가 탄생했다. 새로운 시대가 열렸다. 문재인 후보는 거대한 촛불민심의 힘으로 당선됐다. 문재인 정부는 촛불민심에 충실한 정부가 돼야 하는 이유다. 촛불민심의 정신은 헌법과 법률을 바르게 세우는 것이고 켜켜이 쌓인 각종 적폐를 청산하는 것이고 인간 존엄성을 짓밟는 제도와 관행을 없애는 것이다. 촛불항쟁은 동학농민혁명, 3.1운동, 4.19혁명, 광주항쟁, 6월 항쟁의 역사적 전통을 잇는 국민항쟁이다. 우리나라 국민은 불의한 권력을 용납하고 넘어간 적이 없다. 참고 참다가 기성정치가 해결하지 못하면 직접 해낸다. 이전의 여러 항쟁과 마찬가지로 이번 촛불항쟁도 불의에 대한 저항을 넘어 민생개혁과 사회혁신에 대한 염원을 담고 있다.

촛불국민들은 비정규직 만연과 차별, 주거권 유린과 주거 불안이 조장되고 방치되는 현실, 빈곤의 대물림, 노후에 대한 무대책, 고등학교와 대학교 학비 고통, 병원비 고통에 분노했다. 불평등과 불공정, 차별의 제도화에 저항했다. 서민대중의 깊고 넓은 분노가 없었다면 촛불항쟁으로 발전하지 못했을 것이다. 문재인 정부는 이 점을 놓치지 말아야 한다. 촛불민심에 충실한 정부, 촛불민심을 받드는 정부가 돼야 한다. 촛불 민심을 받드는 가장 빠른 길은 민생을 혁신하는 것이다. 무너져 가는 민생을 세우는 ‘민생 최우선 정부’가 돼야 한다. 민생정부가 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정부가 민생 하나하나를 챙기는 것도 중요하지만 더욱 중요한 것은 민생의 변화를 위해 예산을 투입하는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후보 시절 내놓은 공약에 대한 재원대책이 부실하다는 건 정치인은 물론 전문가들이 공통적으로 지적하고 있다. 재원대책이 부실하다는 것은 그 자체로 큰 문제를 안고 있다. 재원대책이 부실한 만큼 공약의 실행도 부실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공약이 이행되지 않으면 정부 자체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지고 결국 민심이 이반되는 결정적인 이유가 된다. 그렇게 되면 불행한 정부가 된다. 정부만 불행해지는 것이 아니다. 국민 모두가 불행해진다.

재원대책이 부실한 공약은 셋 중의 하나의 운명이 된다. 인수위 있을 때 흔히 써먹던 방법인데 인수위에게 책임을 떠넘기는 것이다. “인수위가 검토해 보니까 그 공약은 실행하기 어렵다”고 말하는 식이다. 분명 공약을 했는데 공약 책임을 질 대통령은 뒤로 빠지고 애먼 인수위를 방패막이로 세우는 것이다. 또 다른 방법은 공약 이행을 지연시키는 것이다. 차일피일 미루다가 임기가 끝날 때쯤 하는 체 한다. 다음 정부를 탄생시켜야 하니까 마지못해 하는 이미지 개선 차원이다.

또 하나의 방법은 공약을 언제 했느냐 싶게 아예 거론조차 하지 않는 것이다. 무시하기 전략이다. 2012년 새누리당은 공공임대 120만호 공약을 했다. 대서특필 된 건 물론이다. 이 공약은 매년 확보할 수치를 명시했다는 점에서 특별했다. 총선 다음해인 2013년부터 2018년까지 매년 20만호씩 공급하겠다는 것이다. 이후 이 공약은 정부와 새누리당은 물론 야당도 언급하지 않고 언론도 다루지 않았다. ‘유령 공약’이 돼 버렸다. 더욱 말이 안 되는 것은 같은 해 대선을 앞두고 새로운 공공임대주택 공약이 등장했는데 매년 11만호씩 공급하겠다는 것이다. 같은 당 대선 후보인데 불과 몇 달 사이에 9만호가 잘려 나간 공약이 등장했음에도 아무도 묻지도 따지지도 않았다. 이후 매년 11만호 공약이 지켜졌느냐 하면 그것도 아니다. 전세 자금을 지원해 주고는 공공임대주택 통계에 끼워 넣었다. 여기서 말한 세 가지 경우 모두 원칙과 상식이 안 통하는 전형적인 예다. 그동안 있어서는 안 되는 일이 통용됐다. 이제는 같은 일이 더 이상 반복돼서는 안된다.

촛불항쟁으로 탄생한 문재인 정부가 공공임대주택 같은 민생 공약을 상당한 규모로 내는 것은 당연한 것이고 잘 한 일이다. 문제는 재원대책이다. 문재인 후보의 주거 공약만 해도 재원대책은 상당히 부실한 것으로 보인다. 장기공공임대주택 13만호, 공적지원주택 4만호, 청년 ‘맞춤형 주택 30만호실’, 연 10조원의 주거재생 프로그램처럼 돈 단위가 큰 공약을 많이 했다. 이들 공약을 지키기 위해서는 부실한 재원 문제를 해결할 특단의 재정대책이 있어야 한다.

공약은 이행해도 되고 안 해도 되는 문제가 아니다. 반드시 이행돼야 하는 문제다. 정부에 대한 신뢰는 공약이행부터 시작된다. 공약, 특히 주거공약 같은 민생 공약을 이행하지 않으면 민심이 떠난다. 국민의 높은 기대감이 있고 정부의 정직성을 믿었는데 공약이 실행이 되지 않으면 기대가 실망과 분노로 변하는 건 피할 수 없다.

문재인 정부는 공약이행에 모든 노력을 다 기울여야 한다. 문재인 대통령이 후보 시절 “법인세 증세는 나중에!”를 반복했지만 법인세는 물론 상속세, 자본 이득세, 보유세를 증세해야 한다. 대기업과 상류층에 대한 증세 없이 온전한 공약이행은 불가능하다. 혹시라도 공약을 이행하지 않을 꼼수논리를 찾아내기 위해 시간 쓰지 말기 바란다. 공약은 하늘이 두 쪽 나도 지킨다는 마음가짐을 가지고 공약이행에 열과 성을 다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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