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훈 국민정치경제포럼 대표

 

파란만장한 시간을 뒤로 하고 대선도 하루 앞으로 다가섰다. 대통령이 없는 나라에 대한 무수한 걱정에도 큰 탈 없이 반년을 보냈지만 구멍이 숭숭 뚫려버린 외교는 참담하다. 사실 갑작스런 탄핵으로 대통령 보궐선거를 치르게 되어 선거 자체가 과정을 충분히 치러낼 시간을 가지고 있지 못하다. 때문에 후보자들은 자신들을 온전히 알릴 시간도 부족했고 선거가 끝나면 인수인계의 취임준비시간도 없이 바로 취임해야 한다.

따라서 새 정부는 승리의 기쁨보다 당장 살림 꾸리기가 급하고 적체된 막중한 책무에 더 부담을 갖게 될 것이다. 물론 선거에 전력을 다해 당선 후에 대한 전략이 미흡하겠지만 국민들은 기억하고 있다. 전 대통령이 지명한 여러 총리후보자들이 청문회를 통과하지 못하여 기존 총리가 사임을 표명하고도 총리직을 수행할 수밖에 없던 일 등 적절한 인재의 신임에 대한 안타깝고 아픈 기억이 있다. 특히 지지 당이 적은 후보가 당선되는 경우 당장 총리지명부터가 신경전이 되어 당파싸움으로 또 많은 시간들을 흘려보낼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을 수 없다.

지금은 흘려보낼 시간이 없다. 대외적으로 압박하는 수위가 높고 특히 세계의 시각이 북한에 쏠려 있어 즉각적인 피해를 감당해야 하는 우리로서는 대통령의 부재로 인해 감수했던 패널티를 빠르게 복구해야 하기 때문이다. 또한 반년 이상 표류하고 있는 외교 라인도 바로 잡아야 한다.

국민들의 기대는 살기 좋은 환경이다. 자신들이 하고자 하는 일들을 편안하게 펼쳐갈 수 있고 주위 환경에 위협받지 않으면 된다. 정부가 바뀌면 바뀐 티를 내려고 잘 굴러가고 있던 제도나 정책도 단순히 전 정부의 것이라고 잘라버리고 새 이름으로 다시 시작하는 경우가 빈번하다. 새 주인이 주도권을 잡았다는 티를 내고자 틀은 비슷하지만 이름을 바꾸고 담당자도 바뀌기 때문에 기존에 잘 돌아가던 시스템은 다시 자리 잡기를 하며 일보 전진이 아닌 퇴보를 겪게 된다. 새 정부는 이러한 티내기보다는 합리적인 운영을 펼쳐야 할 것이다. 오랜 동안의 대통령의 부재로 기존의 정책과 시스템이 공회전을 하고 있는 곳이 많다. 모두를 분석하고 정돈하여 효율 좋은 시스템은 더 가속도를 낼 수 있도록 촉매제를 투입해야 한다. 또한 지지부진한 시스템은 리뉴얼을 감행해야 한다. 이러한 일련의 체제 정비가 새 정부라는 이름의 NEW라는 딱지를 달려고 진행하는 것이 아닌 효율을 올리는 기능성에 주력하여 정책과 시스템이 정비돼야 한다.

소리 나지 않게 기름치고 정비하는 모습으로 국민들의 신뢰를 회복해야 한다. 사실 국민들은 지난겨울부터 광장에서 변화를 외쳤고 기다렸다. 신뢰할 수 있는 정부, 실질적으로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시스템을 원하고 이를 위해 귀한 시간을 투자한 것이다. 이러한 국민들의 한 표를 받아 선택된 정부이니만큼 그들의 마음을 헤아리는 정책이 구현돼야 한다. 권력을 가지기 전 당신들이 소원하던 정치, 나라의 모습을 잊지 않고 올바른 권력을 행사하는 한 국민들의 의지에 반하지 않을 것이다.

오랜 대통령의 부재에도 나쁘지 않은 경제 성적을 올려준 경기에 힘을 빼지 말고 더 달릴 수 있는 기반 마련에 박차를 가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하나 잊지 말아야 할 것이 지난 정부가 했던 오류에 빠지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비리와 부정이 싹을 틔울 수 있는 환경 자체가 성립되지 못하도록 해야 하며 모든 과정이 투명하게 진행되도록 하여 언제 어디에서든 행동의 근거가 확인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우리는 지난 정부의 전적이 그리 투명하지 못한 과거를 가지고 있다. 국민이 바꿔낸 정권의 시작이 또다시 번복되는 역사는 만들지 말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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