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부가 27일 성주골프장에 들어간 사드(THAAD) 장비가 유사시 북한 탄도미사일을 요격하는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상태라고 밝혔다. 다시 말하면 이미 요격체계를 갖췄으며 실제로 운용할 수 있다는 뜻이다. 불과 며칠 만에 실제 운용을 밝힐 정도라면 빨라도 너무 빠르다. 이는 이미 내밀한 절차를 다 밟은 상태에서 사드 장비가 들어오자마자 곧바로 실전 배치시킨 것으로 보인다. 사전에 치밀하게 준비했다는 뜻으로 읽힌다.

대북 군사무기를 최대한 빨리 배치하는 것을 나무랄 필요는 없다. 이미 결정이 됐다면 하루라도 빨리 배치하는 것이 그 의미에 더 부합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번의 경우는 다르다. 이번에는 빨리 배치하는 과정과 그 의도가 심히 우려스럽기 때문이다. 우선 국방부의 설명은 이번에도 믿을 수 없다. 대선 이후에나 실제 배치되고 운용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거짓말이 되고 말았다. 국민을 속인 것에 다름 아니다. 그것도 대선을 불과 보름여 앞두고, 쉬쉬 하면서 전격적으로 야음을 틈타 사드 장비를 들여온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 무엇이 그렇게도 두려웠던 것인가.

더욱이 사드 장비가 들어오자마자 실전에 운용할 수 있다고 말한 것도 석연치 않다. 사실이라면 국민에게는 대선 이후를 언급하며 관심을 돌린 뒤에 안으로는 치밀하게 실전 배치를 준비하고 있었다는 것인가. 이런 상황이라면 앞으로 국방부의 발표를 그대로 믿을 국민이 얼마나 되겠는가. 강군의 요체는 군에 대한 국민의 무한 신뢰에 있다. 그러나 국방부의 최근 언행은 이와는 멀어도 너무 멀다. 군에 대한 국민의 불신이 두려울 따름이다.

이제 열흘 뒤에는 새 정부가 들어선다. 사드 배치는 이미 결정됐다 하더라도 그 운용의 구체적 로드맵은 새 정부 들어서 논의하는 것이 옳다. 국가이익을 위해 새 정부가 협상할 수 있는 여지가 더 클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새 정부의 새로운 국방정책과도 맞물린 문제가 아니겠는가. 그러나 국방부는 이런 여지마저 없애버렸다. 미국 측의 요구대로 아예 ‘되돌릴 수 없을 정도’로 쐐기를 박아버렸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불과 열흘 뒤에 들어설 새 정부에 엄청난 부담만 안긴 꼴이다. 참으로 유감스런 일이 아닐 수 없다.

사드 배치를 반대하는 논리가 아니다. 사드 배치를 결정하는 과정, 그 장비를 들여와서 운용하는 과정 등은 철저하게 국내법 절차에 따라야 한다. 대북 안보태세를 강화하겠다는 취지 못지않게 그 절차도 매우 중요하다는 뜻이다. 이것이 민주정부가 가져야 할 당연한 수순 아니겠는가. 그럼에도 마치 군사작전 하듯이 밀어붙이는 군 당국의 모습은 국민의 신뢰를 받기 어렵다. 정말 왜 이러는지, 그 후유증을 어떻게 감당할지 정말 이해하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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