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병 정치평론가 

 

그동안 관심을 모았던 이른바 ‘양강구도’가 다소 흔들리는 모습이다. 안보 이슈가 크게 부각되면서 전통적 보수세력이 다소나마 결집하는 모습으로 읽힌다. 여기에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의 부진과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의 좌우 이념공세가 더해지면서 민주당 문재인 후보의 대세론이 더 탄력을 받고 있는 모습이다. 그러나 이것은 일부 여론조사에 나타난 지표일 뿐 실제로 민심이 어떻게 이동하고 있는지는 알기 어렵다. 여론조사의 오류와 한계는 이미 우리도 수많은 경험으로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정권교체의 질이 중요하다

19대 대선이 앞으로 열흘 남짓 남았지만 아직도 그 결과를 예상하기가 쉽지 않다. 침묵을 지키는 다수와 표류하는 합리적 보수세력의 결심을 파악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여론조사 지표와는 달리 현장에서 느끼는 바닥민심은 너무도 팽팽하다. 이런 점에서 일찌감치 ‘대선 승리를 피부로 느낀다’는 문재인 후보의 발언이 오히려 섣부르다는 생각이 들 정도이다. 그리고 앞으로 열흘, 한국의 대선 시계로는 결코 짧은 시간이 아니다. 대변혁을 갈구하는 민심의 역동성을 감안할 때 또 어떤 일이 벌어질지 알 수 없는 일이다. 각 후보들 모두 진중하고 경계해야 한다.

지금까지의 여론과 민심을 종합해 볼 때 대체로 양강구도인 것은 부인하기 어려워 보인다. 최근 안철수 후보의 지지율이 많이 빠지고 홍준표 후보의 지지율이 조금 올랐다는 여론조사가 많지만 기존의 양강구도를 뒤흔들 어떤 변화로는 보기 어렵다. 대선이 가까워질수록 지지층은 어떤 방식이든 양강구도로 더 집결할 것이다. 이런 흐름을 과연 홍준표 후보가 깰 수 있을지는 하나의 관전 포인트라 하겠다. 물론 선거구도와 이번 대선의 성격 등을 감안할 때 쉽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번 대선은 우리 헌정사상 처음으로 ‘야권 후보끼리의 대결’이라는 첫 사례가 될 전망이다. 다시 말하면 박근혜 정부의 몰락 이후 그 결과로 ‘정권교체’가 이미 기정사실화 됐다는 뜻이다. 사실 문재인, 안철수 어느 쪽으로 결과가 나오더라도 정권교체인 것은 분명하다. 그렇다면 이제는 ‘어떤 정권교체인가’를 따져보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점이다. 국정운영에 대한 양측의 핵심 가치가 무엇인지, 캠프를 구성하는 인적 자산의 정치적, 도덕적 수준이 어떤지 그리고 정책적 비전이 어떻게 다른지를 짚어봐야 한다. 그래야 질적으로 ‘더 높은 수준의 정권교체’를 이룰 수 있기 때문이다.

막연하게 ‘정권교체’라는 구호에 현혹돼서는 안 된다. 문재인과 안철수의 양대 세력이 추구하는 가치와 비전 그리고 지향성은 생각보다 그 간격이 크다. 따라서 어느 쪽이 돼도 정권교체라는 단순한 생각은 접어야 한다. 어느 쪽이 승리하느냐는 것은 정권교체 이상의 의미가 있다는 뜻이다. 따라서 정권교체 자체가 아니라 ‘어떤 정권교체인가’를 놓고 유권자들의 꼼꼼한 검증과 선택이 필요한 시점이다.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