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상욱 역사 칼럼니스트 

 

추기(騶忌, BC 385~BC 319)는 전국시대 제나라 사람으로 제환공 전오(田午)의 대신이었다. 제위왕 전인(田因)의 시대에 거문고를 정치에 비유한 유세로 상국으로 임명됐고, 강소성 비현의 서남쪽인 하비(下邳)를 봉지로 받았다. 호는 성후(成侯)이다. 나중에 맹자와의 토론으로 유명한 제선왕을 섬겼다. 제위왕에게 신하와 백성들에게 간언을 장려하라고 권했으며, 정치혁신, 법률수정, 인재선발, 현신장려, 간리처벌을 주장했다. 힘 있는 대신들에게 사방을 지키게 하자 제는 점점 강해졌다. 시세가 영웅을 만든다. 추기는 재능과 대범한 군자로서의 풍모를 갖추어 위왕을 도왔다. 그러나 손빈(孫臏)과 전기(田忌)의 위망이 높아지자 자신의 자리를 지키기 위해 전기를 사지로 몰아넣었다. 

추기는 키가 8척이 넘었고, 대단한 미남자였다. 의관을 챙겨서 거울을 보다가 아내에게 나와 성북의 서공(徐公) 가운데 누가 더 미남자냐고 물었다. 아내는 당신이 더 미남자라고 말했다. 성북의 서공은 제에서 유명한 미남이었다. 자신이 없었던 추기는 첩에게 물었다. 첩도 아내처럼 말했다. 어느 날 손님이 와서 이야기를 나누다가 나와 서공 가운데 누가 더 미남이냐고 물었다. 손님도 서공을 어떻게 군과 비교하겠느냐고 말했다. 다음 날 서공이 오자 그를 살펴보니 자기가 못했다. 거울을 보니 훨씬 더 못했다. 저녁에 잠자리에서 생각하더니 아내가 나를 미남이라고 한 것은 내가 남편이기 때문이고, 첩이 나를 미남이라고 한 것은 나를 두려워했기 때문이고, 손님이 나를 미남이라고 한 것은 나에게 원하는 것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조정에서 제위왕을 만난 추기가 말했다.

“신은 서공보다 미남이 아닙니다. 신의 처는 신을 편애하고, 신의 첩은 신을 두려워하며, 신의 손님은 신에게 원하는 것이 있어서 모두 서공보다 미남이라고 했습니다. 지금 우리 제는 땅이 천리이고, 120개의 성이 있습니다. 궁궐의 여자들은 왕을 사사로이 여기지 않는 사람이 없고, 조정의 신하들은 왕을 두려워하며, 나라 안에서 왕에게 원하는 것이 없는 사람은 없습니다. 이렇게 보니 왕은 완전히 거짓말쟁이들에게 가려져 있습니다.”

그렇다고 말한 제위왕은 즉시 자기의 잘못을 지적하는 사람들에게 상을 주겠다고 공포했다. 처음에는 간언하는 신하들이 문전성시를 이루었다. 몇 달이 지나자 드문드문 나타났다. 몇 년이 지나자 아무도 나타나지 않았다. 제위왕의 잘못이 사라졌다는 의미였다. 

순우곤(淳于髡)이 추기에게 커다란 수레라도 균형이 무너지면 무거운 것을 실을 수 없고, 거문고는 줄을 교정하지 않으면 아름다운 음을 낼 수 없다고 지적했다. 정치는 일정한 제도적 약속이 있어야 정부와 국민의 조화가 이루어져서 제 기능을 한 수 있다는 뜻이었다. 추기는 그의 건의에 따라 법률을 바로잡고 간사한 관리들을 감독했다. 기강이 잡히자 제에서는 부정이 사라졌다. 이름이 같았던 추기와 전기는 사이가 나빴다. 공손한(公孫閈)이 추기에게 건의했다.

“전기에게 위를 정벌하게 하십시오. 이기면 당신의 계책 덕분이고, 지면 전기의 책임입니다.”

추기가 위왕을 설득하여 전기에게 위를 정벌하게 했다. 전기는 세 번 싸워 모두 이겼다. 추기가 고민하자 공손한이 사람을 시켜 점쟁이를 찾아가게 했다.

“나는 전기의 부하다. 장군이 세 번 싸워 모두 이기자 대사를 도모할 것이다. 길흉이 어떤가?”

겁을 먹은 점쟁이가 도망가자 공손한은 그를 잡아서 제왕에게 데려갔다. 두려웠던 전기는 화를 피해 도망쳤다. 추기의 최대 정적이 사라졌다. 추기는 자기 사람들을 많이 등용했다. 제선왕은 기분이 좋지 않았다. 공족인 안수(晏首)는 추천한 사람이 많지 않았다. 제선왕이 비교하면서 꾸짖자 전기가 말했다.

“집안에 한 명의 효자가 있는 것보다 5명의 효자가 있는 것이 좋습니다. 안수가 추천한 사람 가운데 유능한 자가 몇 명이나 됩니까?”

선왕은 안수가 유능한 사람이 등용되는 길을 막는다고 생각했다. 제법 그럴싸한 일화들이지만 어딘가 석연치는 않다. 선악을 구분하기 어려운 재사들이 오로지 재능만으로 설치던 시대가 전국시대였다.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