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 20여일도 남지 않은 차기 대선을 앞두고 ‘검증’이라는 이름의 네거티브전이 난무하고 있다. 특히 양강 구도를 형성하고 있는 문재인-안철수 후보 측의 공방전이 연일 불을 뿜고 있다. 근거가 있는 것인지, 설사 근거가 있다고 하더라도 과잉해석과 과잉대응으로 맞서는 것은 아닌지 심히 걱정될 정도이다. 좀 더 전향적인 공약이나 비전을 말하는 것은 별 효과가 없는 것일까. 굳이 검증이라는 이름의 네거티브 공세와 ‘아니면 말고 식’의 의혹제기를 하는 것이 실제 득표에 도움이 된다고 보는 것일까.

이번 19대 대선은 탄핵정국 여파로 대선 기간이 짧아도 너무 짧다. 그렇다 보니 제대로 된 검증을 하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자질이나 리더십 등은 말할 것도 없으며 주요 공약마저 꼼꼼하게 살피기도 어렵다. 이런 이유로 검증이라는 이름의 온갖 네거티브 공세와 악의적인 비방 그리고 무차별적인 흑색선전이 판을 치고 있는 것이다. 우리 선거정치의 현 수준을 여과 없이 보여주는 대목이다. 말로는 민주주의나 정당정치를 말하지만 그 실상은 이처럼 저급한 비방과 악담으로 가득 차 있다는 점이 그저 놀랍고 또 두렵다.

지난 탄핵정국 때 광화문 촛불 민심을 상징했던 가수 전인권씨의 사연은 정말 충격적이다. 특정 대선후보를 지지한다는 이유로 온갖 비방과 수모를 당했으며, 심지어 ‘적폐 가수’라는 이름까지 얻었다고 한다. 한 때는 촛불광장의 영웅이었지만 이번 대선 정국에서는 특정 후보에 우호적이라는 이유로 하루아침에 ‘적폐 가수’가 돼버리는 이 기막힌 현실을 어떻게 할 것인가. 도대체 누가 이 시대의 상식과 양심을 이토록 무차별적으로 난도질 하고 있다는 말인가. 이것이 그들이 꿈꾸는 새로운 나라의 실상이라는 말인가.

번듯한 사무실을 내서 조직을 가동해 특정 후보를 돕다가 발각되자 선대위 캠프에서 하차한 전직 중진 정치인의 모습은 슬프다 못해 참담하다. 상대 후보를 비방하거나 여론을 농락하는 데 앞장섰을 그도 한 때는 민주주의와 양심을 위해 싸웠던 전력이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뿐이 아니다. 특정 후보에 대한 네거티브 지침을 내린 ‘내부 문건’도 공개됐다. 명색이 유력 후보 선대위 차원에서 행한 선거전략으로 보기엔 정말 악의적이고 치졸하다. 만약 그들이 정권을 잡았을 때 또 어떤 일이 벌어질지 생각만 해도 아찔하다. 박근혜 정부에서의 후유증이 워낙 크고 현재도 진행형이기 때문일 것이다. 지금의 정세로 볼 때 이번에는 사실상 정권교체가 이뤄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광장의 촛불민심이 만들어 준 것이다. 그렇다면 이제부터라도 ‘어떤 정권교체인가’를 놓고 양측이 수준 높은 비전과 가치로 승부해야 한다. 비방과 악담, 무차별적 문자폭탄 등으로 이기려 해서는 안 된다. 아니 그렇게는 이길 수도 없을 것이다. 거듭 강조하지만 국민을 우습게 봐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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