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찬일 (사)세계북한연구센터 소장

 

역시 북한은 말로만 허장성세할 뿐 행동은 비겁했다. 큰소리치던 6차 핵실험은 유보되고 대신 김일성광장의 열병식 보여주기로 끝냈다. 만약에 칼빈슨호가 회항하지 않고 미국과 중국이 우유부단했다면 김정은이 4.15 105돌을 그냥 넘어갈 수 있었을까. 그렇지 않았을 것이다. 북한에게는 강력한 압박과 응징이 특효라는 것을 다시 한번 보여준 사례가 될 것이다. 미국과 일본을 비롯한 외신들은 일제히 15일 북한의 군사 퍼레이드를 톱뉴스로 다루며 큰 관심을 나타냈다. 특히 열병식 말미에 원통형 발사관에 담긴 채로 등장한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추정 미사일의 실체를 분석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미국 일간 월스트리트저널은 전문가들의 분석을 인용해 북한의 새로운 군사 장비가 예상보다 훨씬 향상된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특히 데이브 슈머러 미들버리 국제관계연구소 연구원은 “어안이 벙벙하다. 이렇게 많은 신형 미사일을 보게 될 줄 예상하지 못했다”며 놀라움을 표시했다. 슈머러는 “새 ICBM은 기존에 북한이 선보였던 KN-08과 KN-14 미사일의 기능을 모두 갖춘 것으로 보인다”며 “괴물 미사일(Franken-missile)”이라는 표현을 써가며 우려를 표시했다.

그는 “이 중 대다수가 협박용이거나 허세를 부리기 위한 것일 수도 있지만 향후 다가올 일에 대한 신호로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같은 연구소의 제프리 루이스 동아시아 국장은 다른 종류의 세 가지 ICBM 발사대가 등장했다고 해서 세 가지 ICBM 프로그램을 갖췄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보기는 어렵다면서도 북한이 핵 타격 능력에 계속 집중하고 있다는 것은 명백하다고 판단했다. 루이스는 “북한은 미 본토와 한국과 일본에 배치된 미군을 위협할 수 있는 핵무기 개발에 진지하게 임하고 있다”면서 “김정은 체제에서 이를 이루기 위한 다수의 프로그램이 진행되고 있음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역시 북한은 ‘증강무력’ 타격에 집착하고 있다는 것이다.

제임스 마틴 핵무기확산방지 연구센터의 선임 연구원 멀리사 해넘은 미 일간 워싱턴포스트(WP)와의 인터뷰에서 “북한은 고체 연료 미사일로 나아가고 있다는 메시지를 전달하려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해넘은 “북한은 이제 토착형 탱크 시스템을 보유하고 있고, 더 많은 발사장치와 고체 연료를 갖췄다. 이는 연료를 재충전하지 않고 재빨리 연속해서 더 많은 미사일을 발사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면서 우려를 나타냈다. 또한 북한이 이전에 공개한 적 없는 최신 미사일을 과시함으로써 미국의 핵 추진 항공모함 칼빈슨호의 출동에 반응을 나타낸 것이라고 분석했다.

외신들은 이번 열병식에 등장한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북극성’에도 주목했다.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는 “북한과 미국이 핵무기를 놓고 긴장이 높아지는 가운데 처음으로 SLBM을 선보였다”고 보도했다. 북한은 신형 북극성을 실은 열병차량에 당당하게 해군을 탑승시킴으로써 마치 SLBM이 실전배치된 것처럼 ‘위용’을 과시했다. 일본 교도통신도 “북한이 SLBM을 공개한 것은 처음”이라며 “올해 2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플로리다에서 회담할 당시 시험 발사한 중장거리 전략탄도미사일(IRBM) ‘북극성 2형’도 등장했다”고 전했다. 북한의 보여주기는 주석단의 인물들을 통해서도 과시됐다. 김정은의 여동생 김여정은 지난 2015년 10월 10일 노동당 창당 70주년 열병식 때처럼 주석단을 종횡무진하며 자신이 이 엄청난 정치이벤트를 준비했다는 사실을 ‘과시’하는가 하면 한때 숙청설이 무성하던 김원홍 국가보위상을 대장 계급장을 붙인 군복 그대로 입혀 등장시켜 모두를 놀라게 만들었다. 마치 김정은의 공포정치는 이제 끝났다는 것을 보여주기라도 하려는 것 같았다.

그러나 그의 자리는 인민보안상 최부일 대장보다 아래였다. 즉 그것은 그가 원래의 권좌에서 밀려나 현재 ‘불안한 교육’ 중임을 의미하는 것이다. 국가보위상 자리는 군부의 3인방인 총정치국장 황병서 차수, 총참모장 이명수 차수, 인민무력상 박영식 대장 다음인데, 인민보안상 최부일 대장 아래 섰다는 것만으로도 과거의 김원홍이 아님을 광고하고 있는 것이다.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도 등장하지 않았다. 아마 건강이 이유일 수 있다. 그는 이미 94세의 고령으로 장시간 주석단에 서서 박수를 치기에는 체력이 보장되지 않을 것이다. 노동당 부부장 이병철과 박도춘 등도 모습을 드러내지 못했는데 이는 최근 잇따른 무수단 미사일 발사 실패가 원인일 수 있다. 아무튼 4월은 아직 많이 남아 있다. 북한군 창설 85주년인 4월 25일이 북한에게 D데이가 될 수도 있다. 모처럼 마주 선 미국과 북한의 대결이 싱겁게 끝나지는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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