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창우 안전사회시민연대 대표 

 

10일 국토부는 ‘5월부터 주거취약계층 전세임대주택 신청 시 즉시 지원’이라는 제목의 보도자료를 돌렸다. 국토부는 “전세임대 즉시 지원 제도는 전세임대주택 지원이 필요한 주거취약계층에게 전세임대 입주자 모집 시기와 관계없이, 곧바로 전세임대주택을 공급하는 제도”라고 밝히고 있다. 그러면서 단서를 달고 있다. 입주 자격 1순위를 충족해야 하고 시급성이 인정돼야 한다는 것이다. 국토부의 보도자료 내용에는 많은 문제가 있다. 

우선 보도자료 제목을 보면 모든 취약계층에게 주택을 제공하는 것처럼 보인다는 점이다. 하지만 ‘1순위에 더해 시급성’이라는 단서를 단 까닭에 주거취약계층 가운데 극히 일부만 정책 대상이 될 뿐이다. 전세임대 1순위는 주로 생계급여 수급자, 의료급여 수급자와 법정 한부모 가정이다. 조건이 매우 까다로운 것이다. 부양의무제 때문에 생계 또는 의료 수급자에 들지 못하는 많은 ‘주거취약계층’은 여전히 배제된다. 폐지를 수집하는 많은 노인들이 극도의 빈곤에 시달리고 지하에 거주하는 사람이 많지만 부양의무제 때문에 기초생활수급에서 배제되고 있다. 이들에겐 전세임대는 그림의 떡일 뿐이다. 이 같은 문제를 보완하는 대책이 나와야 하는데 전세임대 1순위에 해당하는 사람에게 한정하고 시급성을 추가한 까닭에 극소수의 대상층을 넓혔을 뿐이다. 보도자료를 통해 엄청난 변화나 생기는 것처럼 요란을 떠는 건 국토부가 제도 변화를 과장하는 것이고 실상을 크게 왜곡하는 것이다.      

무엇보다 큰 문제는 국토부가 ‘전세임대주택’을 이미 확보하고 있고 이 주택을 ‘주거취약계층’에게 ‘즉시’ 제공하는 것처럼 연출을 했다는 점이다. LH나 지방공사가 보유하고 있는 ‘취약계층용 공공전세주택’은 없다. 그럼에도 주거취약계층에게 “곧바로 전세임대주택을 공급”한다고 말하고 있다. 존재하지 않는 주택을 어떻게 공급하겠다는 것인가? 

이 대목에서 국토부가 이번에 발표한 전세임대 선정과 계약과정을 살펴보자. 전세임대 1순위자(기초생활수급권자, 한부모 가정 등)가 신청을 하면 시급성을 조사한 뒤 전세임대 대상자로 선정을 하게 된다. 전세임대 당첨자가 민간주택을 알아볼 경우 8500만원 한도에서 95%의 전세금을 지원하게 된다. 물론 이자를 받는다. 앞에서도 말했지만 LH 등이 이들에게 즉시 제공할 수 있는 이미 확보해 놓은 주택은 없다. 선정자가 주택을 직접 물색해야 한다. 주택을 구할 수 있을지 없을지 모른다. 아예 ‘전세임대’는 받지 않는 임대인이 많고 전세임대를 받아 주는 임대인도 까다롭게 대하거나 비싸게 부르는 경우가 많다. 그 결과 전세임대가 전세값 상승요인이 되고 있다. 전월세 상한제를 도입하지 않은 채 시행하기 때문이다. 근저당이 안 잡혀 있거나 조금 잡혀 있는 주택이어야 한다. 더군다나 일정한 시간 안에 알아보아야 하기 때문에 민간주택을 찾기가 하늘에 별 따기다. 요즘 맘에 드는 민간주택을 못 찾아서 ‘전세임대’를 포기하는 사람이 속출하고 있다. 2년 살고 이사 가라고 할 경우 시간은 촉박해 집 구하는 건 더욱 힘들어지기 때문에 전세임대를 포기하는 사람이 늘고 있다. 이 같은 현실을 생각할 때 “즉시 전세임대주택을 제공한다”는 표현이 얼마나 황당한 말인가.       

정부와 LH 등 정부기관은 현재 지원되는 ‘전세임대’를 공공임대주택으로 분류하고 있다. 그런데 실제는 공공임대주택이 아니다. ‘민간주택 전세자금 융자지원제도’일 뿐이다. 공공의 융자금을 받아서 민간주택을 임대하는 제도를 공공임대주택으로 부르는 건 명백한 통계조작 행위이다. 그렇게 하는 이유가 뭘까? 공공임대주택이 많이 공급되는 것처럼 보이기 위한 것이다. 언론에서도 공공임대주택이라고 부르면 안 된다. 대부분의 언론은 실제 모습대로 보도하지 않고 정부가 불러주는 대로 쓰고 있다. 정부가 통계를 조작하면 지적해서 바로잡는 게 언론의 소임일 텐데 정부가 추는 춤에 장단 맞추고 있으니 문제가 심각하다.

앞으로 ‘전세임대’ 유형을 늘리는 건 재고해야 한다. 그 대안은 공공전세와 공공월세다. 세입자는 물론 주택 소유자의 주거권도 파괴하는 뉴타운 같은 대규모 재개발 사업은 앞으로 가급적 지양해야 한다. 이미 지정된 구역을 가능한 한 신속히 해제하고 해제된 지역의 토지와 주택을 정부가 사들여 공공전세와 공공월세를 놓는 것이다. 공공전세는 형편에 맞게 전세금을 내고 살고 공공월세는 3개월 정도의 월세를 보증금으로 내고 경제적 형편에 따라 이자를 내고 사는 제도로 설계할 수 있다. 이렇게 되면 현재 전세임대 제도의 문제점을 극복할 수 있고 주거취약계층의 주거권 보장과 주거안정을 가져 오는 데도 도움이 될 것이다. 

한국은 공공임대주택이 적은 나라로 유명하다. 전체 주택의 5% 밖에 안된다. 세입자 비율이 높고 고시원, 지하, 옥탑, 비닐하우스 거주 등 삶의 질을 보장할 수 없는 주거형태가 많은 걸 생각할 때 공공임대주택은 전체 주택의 15~20%는 확보돼야 한다. 주거의 공공성을 보장하지 못하는 전세임대는 지양하고 주거안정을 가져 올 수 있는 매입임대주택을 늘려 주거불안에 시달리는 사람들에게 공공월세, 공공전세를 보급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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