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라곤 논설실장/시인

 

朴 선생! 곳곳에 꽃이 흐드러지게 피어 천지를 아득하게 만드는 이 봄날에 춘심을 어떻게 달래고 계신지요. 시간이 유수와 같이 흐른다더니 정말 빠른 게 세월인가 봅니다. 올해 첫봄이 찾아오는 시기에 홍콩과 마카오 여행길에서 이국에서 만난 봄소식을 올렸습니다만 이번에는 오랜만에 나선 국내여행길, 제주여행을 다니다보니 즉흥적으로 마음 속 깊이에서 솟아올라 억누를 수 없는 이끌림에 빠져 제주의 풍광 몇 가지 소재로 담아 화신(花信)을 띄워 보냅니다.

일상생활을 하면서 여행이 주는 매력에 한번이라도 빠져 본 사람이라면 누구라도 여행길 충동을 겪었을 테고, 여행을 위한 핑계거리도 많겠지요. 무료한 생활에서 어디든 떠나고 싶은 마음이 생겨날 때마다 그들은 여정(旅情)의 빌미를 만들고서는 가까운 어디라도 다녀오기 마련인데 나의 경우는 다분히 계획적이랍니다. 지금까지도 그래왔지만 집사람과 함께 갖는 봄가을 정기적인 중국자유여행이나 혹은 가족들의 기념행사가 있을 때마다 그냥 지내기보다 조금의 의미라도 부여하고, 나이 들수록 형제자매 간에 정의(情誼)를 더해 여정(旅情)의 빌미를 만들곤 했지요. 그래서 이번에는 둘째 형수님 칠순을 기념해 함께 제주여행을 떠나오게 된 것이지요.

제주도에는 자주 와봤지만 관광명소답게 새로운 볼거리가 끊임없이 만들어지고 있네요. 형제자매들과도 몇 번 제주여행을 했던 터라 이번 가족여행은 가족 간 더 끈끈한 화목 다지기와 함께 자연풍물 소재로 여가를 즐기는 힐링 위주 여정(旅程)으로 계획했지요. 봄꽃 축제장 둘러보기, 해안 힐링길과 카멜리아힐의 동백꽃길 걷기, 곶자왈도립공원 등을 가보기로 하고, 먹을거리도 사전에 인터넷으로 검색해 향토 특산물과 우리 가족들의 취향에 맞게끔 정했답니다.

오래전 제주를 찾은 여행객들은 대표적인 관광지라 할 수 있는 성산일출봉과 산굼부리, 만장굴, 용두암, 산방굴사, 폭포 등 특이한 자연지형물을 구경했었지요. 또 꽃과 나무, 수석으로 인위적으로 꾸며진 수목원 정도가 제주의 자랑거리였지요. 그러나 지금은 제주 여행객들이 한 해에도 여러 번 이곳을 찾다보니 알려진 관광지는 이미 다 다녀본 터라 이제는 가족 휴식을 겸한 아름다운 자연경관에 어울리는 새로운 볼거리, 먹을거리, 즐길 거리가 등장하고 있지요.

첫나들이는 한담 해안산책로 걷기였지요, 물허벅여인상에 앞에서 기념사진을 찍고서 바닷가로 내려가는 계단에서 아래쪽을 내려다보니 바다물빛에 잠긴 쪽빛 모래사장이 정말 예뻤지요. 많은 여행객들에 묻혀 우리 일행도 해안산책로를 따라 힐링길을 걸었답니다. 가지가지 모양의 바위에 이름붙인 안내 팻말들, 악어바위, 고양이바위 등 이름이 바위 생김새와 같은지 살펴 보기도 하고, 아름다운 경치를 배경삼아 기념사진도 찍으며 오전 한때 즐거운 시간을 보냈지요.

두 번째 들른 카멜리아힐(camellia hill)은 동백꽃나무들이 저마다 예쁜 매무새를 자랑하는 곳이었지요. 전 세계 80여국의 희귀 동백 500여종과 동백나무 6천 그루가 뒤덮인 카멜리아힐이 동양 최대의 동백 정원이라고 하니 제주의 볼거리로 손색없지요. 공원 전체에서 잘 가꿔진 동백나무를 비롯해 제주도에서 자라나는 자생식물도 보고, 또 아름다운 꽃길을 걷으며 봄의 풍치를 구경하는 데 안성맞춤 정원이랍니다. 몇 년 전만 하더라도 이름이 잘 알려지지 않았던 이곳이 제주의 새로운 명물 관광지로 자리 잡았는데, 다음에 제주에 오시면 한번 들러보세요.

박 선생! 뭐니 뭐니 해도 제주도 봄 풍경은 단연 유채꽃이 으뜸이지요. 많은 사람들이 제주도라 하면 자연 성산 일출봉이나 산굼부리 등 자연절경을 떠올리지만 섬을 온통 진노랑으로 물이는 유채꽃 향연은 제주도를 상징하는 풍경이기도 하지요. 오는 날이 장날이라는 말처럼 때마침 ‘제주유채꽃축제’가 열리는 날이라 서귀포시 표선면 일대에서 열려 가장 아름다운 곳이라는 가시리 유채꽃 광장에서 우리 가족들은 샛노란 물결 속에서 잊지 못할 추억을 만들었지요.

제주의 또 하나, 유명한 꽃축제인 ‘한림공원 튤립축제 2017’ 행사는 봄날 꽃향기와 함께 자연속의 힐링 밭으로 여행객들을 유혹했다지요. 아열대 수목이 잘 가꿔진 한림공원에서 지난달 25일부터 4월 16일까지 열리고 있는 튤립축제는 시기상으로 볼 때에 행사 막바지에 다다랐지만 아직 갖가지 모양과 고운 색상을 빚어내고 있는 튤립 모습은 볼만했지요. 마치 ‘튤립의 아름다움에는 설명이 필요 없다’는 영국 속담을 제대로 알려주는 듯한 멋진 장광이었답니다.

곶자왈 도립공원길도 마음 편히 걷는 힐링길이었지요. 화석 암괴들이 널브러진 천연 숲길을 걷는 재미도 쏠쏠했지만 소중한  사람들과의 동행이 의미를 한층 더해주었답니다. 그것은 여행이 가져다주는 작은 행복일 테고, 가족사랑이 질펀히 묻어난 추억쌓기였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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