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찬일 (사)세계북한연구센터 소장

 

어느 정도 예상은 했었지만 북핵문제 해결 등에서 큰 변화를 기대했던 미-중 정상회담은 요란한 전주곡과는 달리 싱거운 종곡으로 막을 내렸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정부는 7일(현지시간) 비핵화에 대한 북한의 태도변화가 없는 한 대화와 협상은 없다는 점을 재차 강조하면서 북한은 물론 북한의 ‘생명줄’을 쥔 중국에 대한 제재도 대폭 강화할 것임을 분명히 했지만 그 실행여부가 그렇게 확실해 보이지는 않는다. 특히 북핵 문제를 푸는 데 있어 더는 중국과의 협력이 어렵다는 최종 판단이 설 경우 미국의 ‘독자적인 방도’를 마련할 것이라고 경고해 중국에 대한 압박도 한층 강화하겠다고 엄포를 놓았지만 대관절 그 독자적 방도가 무엇이냐는 궁금증이 잘 풀리지 않고 있다.

미-중 양국 정상은 북한 핵개발의 진전이 심각한 단계에 이르렀다는 인식을 공유하고 북핵 프로그램 억제를 위해 협력을 강화하자는 데 형식상 의견을 같이했다. 렉스 틸러슨 국무, 스티븐 므누신 재무, 윌버 로스 상무장관 등 3명의 핵심 각료는 이날 플로리다 주(州) 팜비치의 마라라고 리조트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간의 첫 정상회담 결과를 공동으로 브리핑하면서 이 같은 강경한 대북정책 기조를 재천명했다. 먼저 틸러슨 장관은 “두 정상이 북한 무기프로그램 위협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한반도 비핵화에 관한 서로의 약속을 재확인하는 동시에 유엔 안보리 결의를 충실히 이행할 것을 약속했다”면서 “두 정상은 아울러 평화적으로 문제를 해결하고 또 불법 무기 프로그램을 포기하도록 북한을 설득하기 위해 국제사회와 공조하고 협력을 강화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틸러스 장관은 ‘중국으로부터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해 어떤 조치를 하겠다는 구체적인 약속을 받아냈느냐’는 질문에 “트럼프 대통령과 시 주석은 북한 문제에 관해 매우 폭넓고 종합적으로 얘기를 나눴고, 전적으로 한반도 비핵화에 관한 서로의 기존 약속에 논의의 초점을 맞췄다”면서 다만 북한 문제 해결을 위한 패키지 합의 같은 것은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시 주석이 ‘북한의 핵 능력 진전이 매우 심각한 단계에 이르렀다’는 시각을 공유한 것으로 본다”면서 “두 정상은 그 문제를 논의했다. 북핵 문제가 평화적으로 해결될 수 없는 것인지 어떤 것인지 파악하기 위해 상호 협력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독자적 방도가 무엇인지 구체적으로 공개되지는 않았지만, 기본적으로 대북 선제타격 옵션에서부터 테러지원국 재지정, 중국의 기업과 기관을 ‘세컨더리 보이콧’ 제재, 그리고 전술핵을 포함한 전략자산 한반도 배치까지 모든 대책을 아우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로스 장관은 ‘북한과 거래하는 중국의 은행이나 기업을 제재하는 문제를 이번에 중국 측과 얘기했느냐’는 질문에 “상무부가 최근 북한 등과 거래한 중국의 2번째 큰 통신장비 기업 ZTE(중싱<中興>통신)에 11억 7천만 달러(약 1조3291억원)의 벌금을 부과했다”는 사실을 상기시키면서 이런 조치가 바로 그런 불법행위 엄벌에 대한 우리의 강력한 의지를 보여주는 것이라는 점을 중국이 잘 인식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므누신 장관도 재무부는 여러 제재 프로그램, 특히 북한을 겨냥한 제재 프로그램을 가동하고 있다면서 대북제재 협력 문제와 관련해 중국의 카운터 파트와 직접 대화해 왔다고 밝혔다. 므누신 장관은 이어 화학무기를 사용한 시리아 정권에 대한 제재를 곧 발표할 것이라고 언급하면서 북한이든 시리아든 제재는 매우 중요한 수단이며, 최대한 효과를 내도록 제재카드를 활용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북한의 리종혁 조국통일연구원 원장은 이에 앞서 지난 4일 방글라데시에서 열린 국제의원연맹(IPU) 제136차 총회에서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에 대북정책 전환을 촉구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8일 보도했다. 이종혁 원장은 연설에서 “대조선 적대시를 국가 정책으로 삼고 있는 미국을 비롯한 적대 세력들은 악랄한 경제 제재 책동과 전쟁 연습에 매여 달리면서 우리 공화국을 말살하려고 발악을 다하고 있다”며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를 사촉하여 반공화국 제재 결의와 공보문 등을 끊임없이 조작해냈고 우리를 경제적으로 완전히 질식시키려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벌써 미-중 정상회담을 한 수 내다보고 큰소리 친 것은 아닌지 의심된다. 미-중 정상은 사드보복에 대한 그 어떤 언급도 없었으며 오직 양국 사이 통상과 외교에만 치중하는 자국 중심적 태도를 숨기지 않았다. 이래가지고서 어떻게 북핵불용 원칙을 지키겠다는 것인지 묻고 싶다.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