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병 정치평론가 

 

이제 한 달 앞으로 다가온 19대 대선을 앞두고 선거 판세가 급속하게 양강구도로 재편되고 있다. 민주당 문재인 후보의 독주체제를 위협하는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의 추격세가 예사롭지 않기 때문이다. 이대로 가서 안철수 후보가 역전시킬 만큼의 정치변동을 이끌어 낼지, 그리고 지지부진한 홍준표, 유승민 후보의 지지율이 이대로 무너지고 말 것인지가 주요 관전 포인트라 하겠다. 물론 앞으로 한 달이나 남아있다. 대선시계로 본다면 결코 짧은 기간이 아니다. 예상 밖의 돌발변수와 판세 변동도 몇 차례나 더 있을 수 있다.

구체제: 해체와 재구성 

이번 19대 대선을 하나의 흐름으로 본다면 주목할 만한 특징이 발견된다. 첫째는 탄핵정국의 연장선에서 ‘박정희 패러다임’의 몰락이 본격화 되고 있다는 점이다. 이제는 박정희 시대의 신화와 역사 그리고 그 통치방식과 유산까지 사실상 막을 내리고 있는 것이다. 한 시대가 사실상 끝나고 있다는 뜻이다. 단순한 정권교체의 수준을 뛰어넘는 ‘새로운 정치패러다임’이 창출되고 있는 것이다.

둘째는 정치 기득권세력이 전가의 보도처럼 휘둘렀던 ‘낡은 선거구조’마저 사실상 붕괴되고 있다는 점이다. 우선 ‘여야 대결’ 자체부터 큰 의미가 없게 됐다. 더 나아가 이념적 대결구도마저 거의 무력화되고 있다. 보수는 옛날의 그 보수가 아니며 진보 또한 전통적인 그들이 아니다. 보수와 진보가 하나같이 분화하고 있는 것이다. 동시에 이와 맞물리는 개념인 ‘영호남 지역주의’ 대결방식도 바뀌고 있다. 영남의 보수 집중화와 호남의 몰표 현상은 상당부분 완화될 것이다. 이념과 지역을 양분시키면서 이른바 ‘진영논리’로 정치적 기득권을 지켜왔던 기득권세력의 지배수단이 붕괴되고 있는 것이다. 이 또한 새로운 정치패러다임을 창출하는 핵심 동력이 될 것이다.

박정희 패러다임의 종언과 낡은 선거구조의 붕괴는 ‘구체제(앙시앙 레짐)의 해체’를 의미한다. 그만큼 이번 대선이 몰고 올 정치변동의 폭과 깊이는 이전과는 확연히 다르다는 뜻이다. 그렇다면 구체제의 해체 이후는 어떻게 될 것인가. 그 방식과 비전이 바로 이번 19대 대선에서 결정될 것이다. 이념이 쇠퇴한 곳에는 가치가, 지역주의가 쇠퇴한 곳에서는 정책과 인물이 유권자들의 시선을 모을 것이다. 이전에는 볼 수 없었던 다양한 선거행태가 곳곳에서 나타날 것이다.

이번 대선 경쟁은 이런 흐름에서 이해되고 승부가 결정 날 것이다. 기득권 체제를 인위적으로 유지하려는 시도는 무지하거나 아니면 국민을 속이는 일이다. 거대한 흐름 앞에 스스로 소멸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낡고 병든 잣대로는 구체제가 해체되는 지금의 정치변동과 다가올 미래의 폭과 깊이를 알 수 없다. 억지와 맹목에서 깨어나야 한다. 해체된 그 기득권 체제의 텅 빈 공간에 누가 무엇을 또 어떻게 재구성할 것인가. 새 대통령의 지적 능력과 시대적 가치 그리고 정치적 리더십이 어느 때보다 더 높은 수준으로 요구되는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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