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새노래명성교회와 합병을 결의한 명성교회가 총회 세습방지법을 교묘히 비껴간 편법세습 논란으로 지탄을 받고 있다. 명성교회 전경. ⓒ천지일보(뉴스천지)

교회분립개척 후 합병 추진
“변칙세습은 더욱 불순하다”
김삼환-김하나 입장차에도
교계, 노회·총회 ‘불허’ 압박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한국 장로교단을 대표하는 명성교회의 세습 논란이 멈추지 않고 있다. 아버지 김삼환 원로목사와 명성교회 청빙위원회는 아들 김하나 목사의 새노래명성교회 측과 합병을 결의한 상태다. 대한예수교장로회(예장통합) 총회 내 ‘세습금지법’ 조항에도 세부 사항의 미흡한 점을 이용, 논란을 교묘히 비껴간 편법으로 ‘부자(父子) 세습’을 강행했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김하나 목사는 사실상 합병을 거부 입장을 보이고는 있지만, 김삼환 목사와 명성교회 측이 세습 중단을 선언하지 않는 이상 세습논란은 쉽사리 사그라지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교회 세습을 반대해온 기독교윤리실천운동(기윤실, 이사장 홍정길 목사)은 최근 명성교회 공동의회의 합병 결의 직후 공개편지를 띄워 “합병이라고 해서 세습이 아니라는 주장은 거두라”며 “김삼환 목사의 아들이 아니면 교회를 잘 이끌어갈 수 없다는 생각은 하나님에 대한 불신”이라고 김 목사를 강하게 비판했다.

기윤실은 김삼환 원로목사에게 “김하나 목사가 청빙과 합병을 공개적으로 거절했기에 공동의회 결의는 무산됐다”며 “더 이상 새노래명성교회와 김하나 목사에게 부담을 주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이어 “단호히 요청한다. 새로운 담임목사 청빙 절차를 진행해 달라”며 “후임 목사 청빙 절차를 다시 시작함으로써 이 과정에서 하나님의 큰 뜻을 발견하시길 간곡히 요청한다”고 촉구했다.

이들은 새노래명성교회 김하나 목사에게도 “(아들) 김 목사는 명성교회의 청빙요구를 여러 차례 거절했으며 ‘교회 합병도 하지 않는다’고 선언했다”며 “그 선언에 진심이 담겨 있다고 생각한다. 끝까지 소신을 지켜주시길 간곡히 부탁한다”고 호소하기도 했다.

아울러 “당분간 명성교회와 아버지(김삼환)의 요청이 김 목사를 강력하게 흔들 것”이라며 “많은 성도와 시민들이 합병 및 청빙 거절을 응원한다. 명성교회 담임목사가 되지 않는 것만이 아버지와 명성교회, 한국교회를 지키는 길임을 꼭 기억해주시길 바란다”는 말로 마무리했다.

앞서 서울 강동구 명일동에 자리한 명성교회는 19일 저녁예배 후 공동의회를 열고, 경기도 하남시 덕풍서로에 위치한 새노래명성교회와 합병하기로 최종 결의했다. 공동의회는 8104명의 교인이 참석했다. 두 교회의 합병건은 72.1%(찬성 5860표, 반대 2128표, 기권 116표)로 통과됐다. 명성교회 위임목사 청빙건도 74.07%(찬성 6003, 반대 1964, 무효 137)를 얻어 결의됐다. 이로써 명성교회는 합병 절차를 마무리했다.

◆거세지는 편법세습 파문

대한예수교장로회(예장통합)는 2013년 9월 교단 정기총회에서 ‘교회세습방지법(세습방지법)’을 통과시켰다. 총회헌법 제2편 제5장 28조 6항 ‘​목사의 청빙과 연임청원’ 조항에 따르면 “​위임목사 또는 담임목사 청빙에 있어 ▶해당 교회에서 사임(사직) 또는 은퇴하는 위임·담임목사의 배우자 및 직계비속과 그 직계비속의 배우자 ▶해당 교회 시무장로의 배우자 및 직계비속과 그 직계비속의 배우자​는 위임·담임목사로 청빙 할 수 없다.

여기에 빈틈이 발생한 것이다. 합병에 관한 세부 조항을 넣지 않아 결국 합병에 의한 세습을 피할 수 없게 된 것이다. 법안의 허점을 이용해 사실상의 세습을 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는 배경이다.

앞서 예장통합 총회 산하 신학교 교수 78명도 명성교회 변칙세습 의혹과 관련해 세습반대 공개 호소문을 장로회신학대학교 홈페이지에 게재했다. 신학교수들은 “명성교회 당회가 시도하는 합병 및 위임 청빙 계획이 교단법의 근본정신을 훼손하는 편법적 세습”이라고 지적했다.

교회개혁실천연대(개혁연대)도 “결국 우려했던 일이 현실로 드러났다”고 탄식을 쏘아냈다. 개혁연대는 교단 헌법을 우회할 방법을 찾아야 했던 명성교회가 ‘분립개척 후 합병’이라는 편법을 동원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또한 지난 3년의 시간을 통해 부목사의 당회장직 승계에 2년 이상의 시간이 필요하다는 규정(헌법 제5장 제27조) 역시 피해 갈 수 있었다고 꼬집었다. 이들은 “교단이 제정한 법적 기준은 피해가면서 여론의 지탄을 무마하기 위함이며, 합법을 가장한 변칙세습은 더욱 불순하다”고 비난 수위를 높였다.

▲ 교회개혁실천연대가 명성교회 김삼환 원로목사의 변칙 세습을 비판하며 19일 오전부터 교회 맞은편 보도에서 피켓 시위를 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노회·총회, 세습 용납 말라”

이제는 예장통합 측 동남노회와 총회의 결의와 새노래명성교회의 행정절차만 남은 상황이다. 높은뜻연합선교회 대표 김동호 목사는 이달 중순 자신의 페이스북에 “세습하려거든 노회와 총회를 탈퇴하라”며 “명성교회의 세습시도를 노회와 총회가 절대 받아들일 경우, 나라도 노회와 총회 탈퇴 운동을 벌일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급기야 지난 22일 예장통합총회 서울동남노회 목회자들이 성명을 내고 “세습을 정당화하기 위해 합병의 방법을 동원하는 건 불법”이라고 성토하며 “명성교회의 세습결의 철회하라”고 촉구했다.

한편 ‘명성교회 합병 및 위임목사 청빈 건에 관여하지 않는다’던 김삼환 원로목사가 지난 26일 명성교회 설교(제목: 십자가의 능력)에서 이번 논란을 의식한 듯 의미심장한 이야기를 꺼냈다.

김 목사는 “너무 그러지 마라. 어지간하면 따라가고. 십자가 하나만 잡고 그 외에는 어지간하면 남하는 대로”라는 말을 했다고 교계 언론이 전했다. 이는 합병을 거부하는 아들 김하나 목사를 향하는 듯한 느낌을 지울 수 없는 게 사실이다. 이와 관련 김하나 목사가 어떠한 입장을 내놓을지 교단 안팎의 관심이 주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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