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 ‘프리즌’ (제공: ㈜쇼박스)

교정 장소가 범죄구역으로
교도소 영화 공식 뒤집어

‘권선징악’ 뻔하지 않은 결말
95년 배경으로 현장감 더해

배우들 연기·존재감 압도적
남자들만의 이야기 아쉬워

[천지일보=이혜림 기자] 징역·금고·구류 등 자유형의 선고를 받고 그 형기 중에 있는 자를 수용해 행형과 교정처우를 시행하는 장소인 교도소. 법에 따라 교도소에 갇혀 있는 사람들이 철창을 넘나들며 새로운 범죄를 저지를 수 있다면 어떨까. 교도소에 갇힌 사람들은 범죄를 저지를 수 없다는 고정관념을 깨는 영화 ‘프리즌’이 관객들을 찾는다.

영화 ‘프리즌(각본·감독 나현)’은 범죄자를 사회에서 격리하고 교정·교화하는 시설이라고 믿었던 교도소를 100% 알리바이가 보장되는 완전범죄 구역으로 탈바꿈시키는 내용의 범죄 액션 영화다.

내용은 이렇다. 한 교도소에 검거율 100%로 유명한 전직 경찰 ‘유건(김래원 분)’이 입소하게 된다. 뺑소니 후 증거를 인멸하고 경찰을 매수한 죄목으로 교도소에 가게 된 ‘유건’은 흔히 말하는 미친놈 중에서도 가장 미친놈이다. 객기를 부리던 ‘유건’은 ‘교도소장(정웅인 분)’을 넘어서는 교도소의 진짜 실세인 ‘익호(한석규 분)’를 만나게 된다.

▲ 영화 ‘프리즌’ (제공: ㈜쇼박스)

밤이 되면 죄수들은 ‘익호’의 지시에 따라 교도소 밖으로 나가 완전범죄를 저지른 후 다시 돌아온다. 교도소장은 전달책 임무를 수행하며, 간수들은 이를 보고도 눈을 감아주는 방법으로 배를 불린다. ‘익호’는 교도소 안에서 세상을 손에 쥐고 흔드는 어마어마한 권력을 갖고 있는 것이다. ‘유건’은 특유의 깡다구와 다혈질 성격으로 ‘익호’에 눈에 띄고, ‘익호’는 새로운 큰 판을 짜기 시작한다.

‘프리즌’은 ▲억울하게 누명을 쓴 주인공 ▲죄수들을 억압하는 교도관 ▲교도관 몰래 탈옥을 시도하는 죄수들 등 지금까지 교도소를 다룬 영화에서 흔히 볼 수 있었던 공식들을 가차 없이 깨뜨리는 신선한 영화다.

영화에서 죄수들은 직장인이 출퇴근하는 것처럼 교도소 안팎을 자유롭게 오가며 범죄를 저지른다. 교도소 밖에서 전략 브레인인 ‘김박사(김성균 분)’가 범죄를 물고 오면 교도소장인 계획을 전달받는다. ‘익호’는 상황에 맞는 선수(죄수)를 뽑아 범죄에 투입시킨다. 누구도 의심하기 힘든 교도소에서 범죄가 다시 시작되는 것이다. 교도소는 사회의 축소판인 것이다.

나현 감독은 “교도소가 범죄의 대가를 치르는 곳이 아니라 새로운 범죄를 생산하는 곳이라면 어떨까 하는 아이디어가 떠올라 모든 관습을 뒤틀어버리는 새로운 교도소 영화를 만들고 싶었다”고 시나리오를 쓰게 된 계기를 설명했다.

▲ 영화 ‘프리즌’ (제공: ㈜쇼박스)

영화의 배경은 삼품백화점 사고 등 대형사고가 잦았고, 부정부패가 수면 위로 드러나는 등 사회가 어지러웠던 1995년도 후반에서 1996년도 초반 겨울이다. ‘프리즌’의 설정이 다소 기상천외하기에 시대 배경을 당시로 설정해 현장감을 더하려 했다는 게 나 감독의 설명이다.

같은 교도소 이야기를 다룬 영화 ‘검사외전’처럼 가볍고 코믹한 유머코드로 영화의 흐름을 이어갈 것으로 기대했다면 실망하기 크다. 영화는 생각보다 진중하고, 캐릭터들의 속내를 알 수 없는 누아르에 가깝다.

그렇다고 진부하진 않다. 화려한 액션과 인물 간 갈등, 그 속에 숨겨진 이야기는 영화의 몰입도를 높인다. 또 모두의 바람대로 권선징악, 인과응보 등 일반적으로 예상되는 결말이 아니어서 관객들의 후한 평가를 받을 것으로 보인다.

배우들의 연기는 역시 기대만큼 좋다. 한석규와 김래원은 드라마에서 입었던 의사가운을 벗고 죄수복을 입고 완벽하게 연기 변신을 했다. 한석규는 대한민국의 모든 범죄가 시작되는 교도소에 군림하는 절대 제왕 ‘익호’로 분해 악역을 연기한다. 영화 말미에 그가 내뿜는 포효를 보고 있노라면 “역시 한석규구나”라는 감탄사가 입에서 나온다.

겁 없는 형사 ‘유건’이 된 김래원은 비밀스럽고 날카로운 눈빛으로 다양한 액션을 선보인다.

여기에 카리스마 넘치는 비리 소장 정웅인과 씬스틸러 조재윤, 항상 뒤통수를 노리는 양아치 신성록 등은 독보적인 존재감을 발산하며 스크린을 꽉 채워나간다.

아쉬운 점은 너무 남성의, 남성을 위한, 남성에 의한 영화라는 점이다. 청소년 관람불가 등급을 받아 청소년까지는 보기 어렵겠지만 색다른 범죄 액션과 차별화된 재미를 맛보고 싶다면 영화관으로 달려갈 것으로 보인다. 영화는 23일 개봉 절찬 상영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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