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춘태 중국 북경화지아대학교 교수

 

조직을 다스리는 데 있어서 리더의 통치이념은 크게 덕치(德治)와 법치(法治)로 구분할 수 있다. 덕치가 조직과 구성원을 다스리는 데 있어서 덕(德)을 준거로 한다고 하면, 법치는 법률과 상벌의 원칙에 의한다고 볼 수 있다. 어느 것이 옳고 그르다고는 할 수 없다. 이는 조직이 처한 상황이나 조건 등이 다를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두 가지 모두 변화하는 시대 상황에 맞도록 바꿔 나가야 한다. 만고불변의 덕치와 법치란 없기 때문이다.

법치의 기본 역할은 신분과 계급의 벽을 허무는 데 큰 비중을 둬야 한다. 법 앞에 만민이 평등하다는 것을 보여줘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않은 경우가 많다. 돈과 힘의 논리 때문에 정당하고 공평한 법 적용에 한계가 있다. 때로는 속수무책으로 당하는 경우도 있었으니 정의를 구현해야 할 사회적 방패막이로서의 구실을 충분히 해내지 못했다고 봐야 할 것이다. 아무리 잘 만들어진 법이라도 구성원의 공감대와 법의 효율성을 결함 없이 보장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왜냐하면 법망을 피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은 물론 오히려 이를 악용하기 위한 다양한 수단과 방법을 강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성공한 리더들의 공통점을 보면 법치만 실천한 것이 아니라 ‘덕’과 ‘덕치’를 실천하는 데 중점을 뒀다. 사마천(司馬遷)은 ‘엄격한 법치는 백성들에게 법망을 뚫기 위한 방편을 줄 수 있으며 이는 궁극적으로 망국의 지경에 이르게 한다”라고 할 만큼 법치의 한계와 폐단을 지적했다.

리더가 구성원을 진심으로 복종시키려 한다면 구성원의 마음에서 진정성을 이끌어내야 한다. 여기에 주도적 역할을 하는 것이 덕(德)이다. 리더가 민심을 얻으려면 덕을 베풀어야 한다. 이를 위한 필요한 전제 조건이 있다면 자기수양이라 하겠다. 자기수양 없이 덕치를 실천하는 것은 현실성이 없다. 덕치의 기반이 ‘예의’와 ‘자율’에 두고 있기에 이는 리더가 갖춰야 할 중요한 자질이라 할 수 있다. 여전히 조직의 구성원들은 리더의 권력과 위세에 복종하려 한다. 권위주의가 깔려 있다는 방증이다.

최근 뉴질랜드에서는 현직 총리가 일부 사람들의 취업 문제에 약물 검사가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음을 주장한 바 있다. 이에 해당 기관에서는 즉각 반박에 나섰는데, 총리가 발언한 내용은 구체적 자료 제시가 없어 신뢰성이 떨어져 공적 발언으로 적절치 못함을 지적했다. 이렇듯 신분과 계급에 의한 힘의 논리가 적용되지 않으며 의견 제시 과정이 수평적임을 알 수 있다. 이러한 현상이 바로 개인의 인권을 존중하고 의견 개진을 활발히 하는 촉매제가 아닐까 한다.

조직의 발전은 공공의 이익, 구성원 간의 호혜관계가 지속됨에 있다. 리더 역시 역할을 제대로 하려면 권위도 있어야 한다. 하지만 법과 규제가 엄할수록 리더가 조직을 조화롭게 이끈다는 것은 힘들다. 사실 리더의 입장에서는 법, 규제라는 틀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왜 그러한가. 정책의 시행 면이나 목표 달성에 있어서 어느 정도 효율성이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조직과 구성원 모두를 조화롭게 이끄는 원리는 법치와 덕치의 융합이 아닐까 한다. 조직의 지속가능한 발전에는 구성원들의 신뢰, 감화가 수반돼야 하는데 그것이 바로 덕에 근거하기 때문이다.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