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병용 칼럼니스트

 

새 학년이 되면 학생뿐만 아니라 교사도 ‘새학기 증후군’을 앓는다. 겉으로 드러나지 않을 뿐이다. 교사의 새학기 증후군을 단적으로 비유하는 유머가 있다.

엄마 : 아들아. 학교가야지.

아들 : 엄마. 나 학교 가기 싫어. 아이들이 절 얼마나 싫어하는데요.

엄마 : 쓸데없는 소리하지 말고 어서 일어나.

아들 : 아이들도 싫어하지만 선생님들도 다 저를 싫어한다고요. 정말 학교 가기 싫어요.

엄마 : 그래도 가야 한다.

아들 : 그럼 제가 학교에 가야 하는 이유를 2가지만 말해 봐요!

엄마 : 넌 지금 55살이고, 네가 그 학교 교장이잖니.

서울의 D중학교에 근무하는 정희주 교사(45, 여)는 새 학년이 시작되는 2월말이 되면 공황장애 비슷한 증상을 겪는다. 수시로 심장이 ‘쿵쿵’거리며 뛰고, 얼굴도 붉게 달아오른다. 심지어 식구들 사이에 ‘개학’이란 단어는 금기어가 될 정도로 큰 스트레스를 받는다. 몇 년 전 학부모 한 명을 잘못 만나 1년 내내 학급을 이끌기 힘들 정도로 고통을 겪고 시달림을 당한 후 생긴 증상이다. 요즘 신세대 학부모들의 취향도 신세대만큼 강해져 학부모에 대한 두려움이 커졌다. 교사에게 호의적이던 가정과 가정교육이 사라지고 학교에서 배움을 찾으려는 학생이 줄어든 탓도 크다.

새 학년이 시작하는 2월보다는 덜 하지만 2학기가 시작되는 8월 중순에도 비슷한 증상을 겪는다. 이런 고충을 주변에 이야기 하면 “여름방학, 겨울방학이 있는 교사들만큼 최고의 직업이 없다. 못하겠으면 그만 두어야지”라며 “배부른 소리 한다”고 핀잔을 주는 바람에 혼자서 끙끙 앓기만 한다.

‘새학기 증후군’은 아이들이 새로운 환경에 적응해가는 과정에서 느끼는 하나의 스트레스 같은 장애현상을 말하는데 아이들과 마찬가지로 교사도 새학기 증후군 증상을 겪는다. 개학 후 한 달 정도 지나면 안정이 되어 정상으로 돌아오긴 하지만 그동안 두통, 수면장애, 복통 등 스트레스로 인한 각종 질병에 시달린다.

교사 개인의 성향에 따라 다소 차이가 있지만 새 학교로 이동하는 교사들은 훨씬 심각하다. 5년 단위로 학교를 이동하며 근무하는 공립학교의 교사들은 새로운 장소와 새로운 환경, 새로운 관계에 적응해야 하는 중압감이 더해져 이동하는 첫 해는 적응에 애를 먹는다.

새로운 학교로의 전출은 물건, 장소, 위치 이동과 함께 새로운 인간관계 형성에서 오는 스트레스가 크다. 새로 부임하는 교사는 새 학교에 대한 반가움보다 새로운 학교 분위기에 대한 두려움으로 가득하고, ‘어떻게 적응할까?’ 하는 걱정이 크다. 새로 같이 근무하게 되는 교장, 교감과의 만남, 새로운 교사들과 만남, 새로운 업무와 만남에 대한 걱정이다.

맞이하는 교사들도 ‘새로 온 교사들과 잘 융화할 수 있을까?’ 걱정한다. 기존에 있던 학교의 체제와 다른 새 학교에 잘 적응하지 못하고 자기주장을 너무 내세워 분위기를 망가뜨리는 교사가 많기 때문이다.

새로운 학생들과도 만남도 설렘보다 두려움이 더 커졌다. 흔히 말하는 ‘간보기’가 관행처럼 학생들에게 이어져 온다. 기존에 있던 교사들에게는 인사도 잘하고 말 잘 듣는 착한 학생도 새로 온 교사에겐 똑같이 행동하지 않는다.

학생들은 자기 담임교사가 아니면 거의 말을 듣지 않는다. 성적이나 벌점 등 직접적으로 관련돼 있지 않은 교사에게는 안하무인 태도를 보이는 경우가 많다. 체벌이 있던 시절과 다르게 학생들에게 자신만의 강단을 보여주며 휘어잡기가 쉽지 않다. 속이 뒤집어져도 그저 인내하고 참는 방법 외엔 대안이 없다. “새 학기에 대한 거부감을 떨쳐내야 생존할 수 있다”라고만 몰아치기엔 교권이 너무 추락해 있다.

교사들에게 2월과 8월은 생각보다 잔인하다.

‘교사가 행복하지 않으면 행복한 교실은 완성될 수 없다’는 진리를 한번쯤은 생각해 보아야 할 계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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