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라곤 논설실장/시인

 

‘울릉도 동남쪽 뱃길 따라 이 백리/ 외로운 섬 하나 새들의 고향/ 그 누가 아무리 자기네 땅이라고 우겨도/ 독도는 우리 땅…’. 오래전 남녀노소에게 인기를 끌었던 이 노래 영향으로 독도가 전 국민의 관심을 받았고, 1999년 일본인들이 독도(일본이 주장하는 명칭, 다케시마: 竹島)에 호적 등재 움직임이 있자 우리 국민이 ‘독도 호적 옮기기 운동’을 전개해 작년 10월까지 3286명이 호적을 옮기는 등 독도는 지금도 전 국민의 사랑을 꾸준히 받고 있는 섬이다.

그러한 독도에 대해 요즘 들어 일본의 망발이 심해지고 있으니 일본이 내년부터 모든 고등학교에서 독도에 관한 교육을 강화한다는 일본 언론의 보도기사가 이를 증명해주고 있다. 지난 24일 일본 문부과학성은 교과용 도서 검정심의회를 열고 왜곡 내용을 담은 교과서 검정 결과를 확정·발표했다. 그 내용은 ‘다케시마를 한국이 점령하고 있다’는 왜곡된 내용인 바, 이미 일본의 초·중교 사회과목 교과서에 실린 데 이어 이제는 고등학교 교과서에까지 번지고 있다.

과거 일본의 초·중학교 교과서에 독도가 일본 고유영토라는 억지 주장이 들어가기 전부터 우리 정부는 강력 항의하면서 “즉각적인 시정을 촉구한다”고 여러 차례 경고했지만 소용없었다. 일본 정부에서는 독도문제를 국제 분쟁지역으로 몰고 가기 위해 의도적인 행위를 반복하고 있는 바, 2014년 1월 28일자 학습지도요령해설서에서 독도가 일본 고유의 영토라는 내용을 지리, 현대사회, 정치경제, 일본사 과목에 넣도록 한 지시에 따라 세계사를 제외한 사회과 교과서 전 과목(지리, 일본사, 정치경제, 현대사회)에 독도 영유권 주장이 실려져 있는 것이다.

이 같은 일본의 도발은 지난해 ‘부산 소녀상’ 설치 이후 일본 정부가 주한대사를 본국으로 일시 귀국시킨 후 나타난 강력한 대한(對韓) 압박용이기도 한데, 외교적으로 한일관계가 더 어려워질 수 있는 대목이라 느껴진다. 역사 자료에 의해서나 위치적, 실정법적으로 한국 영토가 명백한 독도를 두고 일본의 집요한 도발은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는다. 역사 자료를 들춰내자면, 신라 지증왕 때 이사부 장군이 우산국을 정벌함으로써 이미 복속된 것이고, 또한 일본이 독도 편입을 근거로 삼는 1905년 2월 22일 시마네현의 고시가 공포되기 이전인 1900년 10월 25일, 대한제국의 칙령 41호 선포는 울릉도와 독도에 대한 고유 영유권의 제도적 조치였다.

모든 역사적 사실들이 명백한 가운데 현재 실효적으로 대한민국이 지배하고 있는 독도에 대해 일본이 지속적으로 분쟁을 야기시키는 것은 나름대로 고도의 전략으로 보인다. 일본이 2005년부터 매년 2월 22일을 ‘다케시마의 날’로 정해 정부주관으로 행사하고, 이 날에 맞춰 일본 정치인들이 독도방문을 시도하거나 또는 미래 세대들을 대상으로 ‘일본 영토인 다케시마를 현재 한국이 점령하고 있다’는 등 왜곡 교육은 우리 정부와 국민이 경계해야 할 사안들이다.

우리 국민의 사랑을 받고 있는 독도는 아름다운 섬이긴 하나 그 이름처럼 오랜 세월동안 외로운 섬이었다. 우리나라가 36년간 일본 식민지배로부터 광복된 이후에도 독도는 아픈 상흔과 영토 지키기 투쟁의 장(場)이 되기도 했다. 1947년 당시 연합국 최고사령관 각서에 의해 주일 미 공군의 폭격연습지로 지정돼 1948년 6월과 1952년 7월 등 두 차례나 맹폭을 받아 인명피해와 함께 섬이 심하게 훼손되는 과정을 겪었고, 6.25전쟁 기간 중에는 일본인들이 독도에 무단 착륙해 일본 땅이라는 영토 표지목을 설치하는 등 우여곡절을 겪어온 한 많은 섬이었다.

어제께 ‘독도·한국 점령’이라는 일본의 망발 뉴스를 접하면서 나는 학창시절 읽었던, 이제는 너무나 오래돼 기억마저 가뭇한 내용 하나를 떠올려본다. 위에서 언급한 바 있거니와 6.25 전쟁 당시 독도 관리가 허술한 틈을 타서 일본이 독도와 울릉도 정찰을 나섰을 때 이들 무리에 항거했던 우리 용사들의 무용담이다. 학원 책에 실린 실화 제목은 ‘이름 없는 독도경비사령관’으로 이름이 없다는 것은 독도경비사령관 편제가 없었고 민간인이 대신 수행했음을 말한다. 그 내용 중에는 일본 항공기, 배가 정찰 나왔을 때 큰 향나무로 기둥을 만들어 멀리서 보면 마치 대포로 보이도록 위장하는 등 독도를 지키기 위한 민간의용수비대의 눈물겨운 노력들이 담겨져 있었다.

학원 잡지에서 내가 읽었던 ‘이름 없는 독도경비사령관’ 이야기를 까마득히 잊고 있었는데, 올해 8월경 울릉도에서 독도의용수비대기념관이 문을 연다는 소식과 일본의 망발 뉴스를 듣고서  그 애국 사연들이 다시금 생각났던 것이다. 당시 이야기가 독도의용수비대의 공훈을 담은 것인지는 정확히 알 순 없으나 울릉주민으로 구성된 의용수비대가 1953년 4월 25일 구성돼 경찰에 그 임무를 넘긴 1956년 12월 30일까지 존속됐고, 그 활동상으로 보아서는 아무래도 그들의 무용담이 아닌가 느껴진다. 일본의 독도에 관한 기사 내용, 자기네 땅을 ‘한국이 점령하고 있다’는 왜곡 내용이 담긴 초·중·고 교과서 확정 발표를 접하면서 나는 독도를 지키고자 애국심으로 가득했던 수비대원들과 ‘이름 없는 독도경비사령관’을 떠올리며 무한한 감사와 함께 그 분들을 기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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