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20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롯데 총수 일가 첫 정식 재판에 출석하고 있는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 ⓒ천지일보(뉴스천지)

[천지일보=이승연 기자]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 회장이 약 40년 만에 롯데쇼핑 대표이사 자리에서 물러났다. 롯데쇼핑은 24일 오전 서울 영등포 롯데빅마켓에서 제47기 정기주주총회를 열고 강희태 롯데백화점 사장과 이원준 롯데 유통BU(Business Unit)장을 공동 대표이사로 선임했다.

지난해까지 신격호 총괄회장과 이원준 BU장, 故 이인원 전 롯데그룹 부회장 등이 3인 공동대표체제를 유지했던 롯데쇼핑은 이 전 부회장의 자살로 2인 공동대표 체제로 운영됐었다. 이날 신 총괄회장의 등기이사 선임이 이뤄지지 않고 강 사장이 새로운 대표이사로 선임되면서 강희태·이원준 공동 체제가 된 것.

신 총괄회장은 지난 19일 등기이사 임기가 만료됐지만 이번 주총에서 재선임을 하지 않으면서 자연스럽게 롯데쇼핑에서 물러나게 됐다. 신 총괄회장이 1979년 롯데쇼핑을 창립한 후 38년 만에 물러난 셈이다. 앞서 2015년 롯데 경영권 분쟁을 치르며 롯데그룹의 지배구조의 핵심인 일본롯데홀딩스 대표이사에서 해임됐고 지난해는 롯데제과, 롯데호텔 등기이사직에서도 물러났다. 나머지 일본 계열사에서도 임기가 끝난 후 재선임되지 않았다. 롯데건설, 롯데자이언츠, 롯데알미늄 사내이사직도 임기가 만료되면 자연스럽게 물러날 전망이다.

롯데백화점과 롯데마트 등 그룹의 중요한 유통계열사를 거느린 롯데쇼핑에서 신 총괄회장이 물러남에 따라 본격적인 신동빈 회장 시대로 전환했다는 분석이다.

롯데쇼핑은 이외에 재무제표 승인, 정관 변경, 이사선임, 이사보수한도 승인, 임원 퇴직위로금 지급규정 변경의 건 등 5개의 안건을 원안대로 통과시켰다.

사내이사로는 두 강희태 대표이사와 윤종민 경영혁신실 HR팀장 사장을 사내이사로 선임했다. 모두 신동빈 회장의 핵심 참모로 알려져 있다. 강 대표는 경희대 영문과 졸업 후 롯데백화점 상품본부장과 차이나사업부문장을 거친 영업통이다. 윤종민 대표는 서울대 철학과 졸업 후 정책본부(現 경영혁신실) 인사팀장, 인사실장을 거친 인사전문가다. 사외이사로는 강혜련 국무총리실 인사추진위원회 위원, 이재술 전 딜로이트코리아 회장을 선임했다.

또한 롯데쇼핑은 대표이사 선임 등의 정관 내용도 변경했다. 기존 ‘이사회의 결의로 대표이사, 부사장, 전무이사, 상무이사 등을 선임할 수 있다’는 내용을 ‘대표이사 약간명을 선임할 수 있다’로 바꿨다. 이를 통해 복수의 대표이사 선임이 지난달 조직개편을 통해 신설한 BU조직에 힘을 실어주는 장치라는 분석이다. 롯데쇼핑 외에 롯데제과 등 다른 롯데계열사들도 복수 대표이사를 선임하도록 정관을 변경했다. 이외에 이사 임기를 기존 2년에서 3년으로 연장하고 이사회 결의로 상담역이나 고문을 둘 수 있게 했던 규정은 삭제했다.

롯데쇼핑은 2016년 매출 16조 424억원, 영업이익 7199억원을 달성했다. 이원준 유통BU장은 “지난해 롯데쇼핑은 불안정한 상황에서도 국내 1위의 유통기업 위상을 확고히했다”며 실적 설명을 이어갔다. “백화점 부문에서는 아울렛 의정부점, 롯데 진주점, 아울렛 남악점을 오픈하며 성장동력을 강화했다”며 “엘큐브 홍대, 이대 가로수점을 오픈하며 신성장 동력인 전문점 출점을 가속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마트부문에서는 국내 4개 점포를 신규오픈해 121개 점포를 운영 중이며 해외에서는 7개점을 오픈해 글로벌 네트워크를 한층 강화했다”고 덧붙였다. 슈퍼사업 부문에서는 17개점포를 신규로 오픈해 총 543개 점포를 돌파하는 성장을 이뤘다고 말했다. 또한 “올해 백화점, 마트, 슈퍼, 롭스(H&B) 부문은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지속적인 국내외 출점을 통해 진정한 사업 다각화와 유통 네트워크 확대를 이룰 것”이라며 “올해도 경영환경을 낙관할 수 없지만 여러 경제 여건에 맞춰 치밀한 사업계획과 효율적인 투자를 기반으로 국내 유통업계 리딩컴퍼니의 위상을 더 확고히 할 것”이라고 밝혔다.

강희태 사장은 주총 직후 기자들과 만나 “중국 사업이 만만치 않지만 잘 해결하도록 노력하겠다”며 중국 사업에 대한 고민을 털어놓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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