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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대공원을 다시 보다, 김준수 사진전… 2개 사진이 3개 시공간을 잇다

기사승인 2017.03.21  08:4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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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7° 32’ 55.902” N 127° 4’ 57.756” E> 어린이대공원 코끼리 앞 작품 (제공: 갤러리 류가헌)

갤러리 류가헌에서 4월 25일부터

[천지일보=김현진 기자] 2017년 4월 25일부터 류가헌 전시장의 벽면은 김준수가 두 번째 촬영한 사진들로 랩핑된다.

그의 사진들의 제목은 <7° 32’ 58.41” N 127° 4’ 42.918” E> <37° 32’ 55.902” N 127° 4’ 57.756” E> 등등 숫자와 기호, 영문의 배열들로 돼있다. 제목을 보고 사진을 유추하기란 쉽지 않다.

지리에 능한 관람객이라면 이 배열이 GPS 좌표를 의미한다는 것을 알 수도 있다. 북쪽을 뜻하는 N, 동쪽을 뜻하는 E, 앞은 경도다. 그런데 이 좌표와 사진의 연관성은 무엇일까. 단순히 사진을 찍은 자리를 의미한다면 왜 하필 그 자리가 사진의 제목이 되어야 하는 것일까.

<37° 32’ 55.902” N 127° 4’ 57.756” E>의 좌표는 어린이대공원 코끼리 앞이다. 어린이대공원은 1973년 5월 5일 박정희 정부시절 어린이날을 기념해 개장했다. 당시 52억의 예산이 투입된 동양 최대 규모의 시설로 지어졌다.

박정희 정권의 붕괴 이후 투자와 관리가 이뤄지지 않아 퇴락을 거듭하던 어린이대공원은 2006년 무료 공원화됐고, 2009년 개장 36년 만에 대대적인 재단장과 함께 가족 단위 휴식공간으로 변화했다. 정체성이 변화한 공간 앞에 선 사진가 김준수는 ‘어른’이자 ‘사진가’로서 사진을 남겼다.

사진가 김준수는 어린이대공원 코끼리 앞에서 2009년 찍은 사진을 들고 같은 위치에서 또 한 장의 사진을 찍었다. 이전에 찍은 첫 번째 사진은 위치를 나타내는 표지판처럼 두 번째 사진 가운데 섰다. 3개의 시공간과 2개의 사진 사이를 잇는 것은 GPS좌표가 나타내는 그 자리다. 시간의 흐름과 기억의 흐름에서 명확하게 남아있는 것은 객관화된 좌표뿐이었다. 기억에서 사진으로, 사진에서 또 다른 사진으로 이미지화된 어린이대공원은 현실의 어린이대공원과 동일하다고 말할 수도, 동일하지 않다고 말할 수도 없다. 하필 그 자리가 사진의 제목이 돼야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어린이대공원은 여전히 서울 광진구 능동에 존재하지만, 전시장에는 김준수가 재구성하여 재현한 어린이대공원이 존재한다. 그러나 김준수의 어린이대공원은 이전 그대로를 복재한 어린이대공원이 아니라 어떤 시점과 시대를 통과한 ‘그 다음’의 어린이대공원이다. 사진의 제목인 좌표들은 전시장으로 옮아와 사진을 찍었던 자리만을 지시하는 것에서 나아가 익숙하지만 낯선 공간으로 탈바꿈한 자리를 지시하게 된다. 다시 반복된 어린이대공원이지만 작가는 ‘다시’가 아닌 ‘어린이대공원’에 방점을 찍었다.

김준수 사진전 ‘어린이대공원-다시’는 작업의 과정부터 그 결과물까지 사진가 김준수가 어린이대공원에서 맞닥뜨렸던 고민과 감정을 그대로 재현한 사진전이다. 진실의 공간이라기보다는 거짓의 프로파간다 공간에 가까운, 어린이대공원. 그곳에서 인생의 무력함을 실감하게 되는 것을 왜일까. 그곳을 방문할 때마다 느끼는 익숙함에서, 안도감과 불쾌감을 동시에 마주한다. 내게 낯익은 대상이었던 어린이대공원을 낯선 공간으로 다시 포착함으로써 혹시 이 무력감에서 벗어날 수 있지는 않을까. 새로 포착한 진실로 구시대의 진실을 갱신하는 일은 옳을까 등등의 감성을 불러일으킨다. 전시장을 찾는 관람객들 역시 동일한 물음표를 갖고 전시장을 나가게 될 것으로 보인다.

전시는 오는 4월 25일부터 30일까지 서울 종로구 청운동 갤러리 류가헌에서 열린다.

   
▲ <37° 32’ 54.498” N 127° 4’ 53.586” E> 어린이대공원 원숭이 앞에서 찍은 작품 (제공: 갤러리 류가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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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진 기자 yykim@newscj.com

<저작권자 © 뉴스천지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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