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훈 국민정치경제포럼 대표

 

내일은 내일의 태양이 뜬다는 말로 오늘의 어려움을 덮어 희망적인 메시지로 사람들을 다독이곤 한다. 그러나 내일은 또 하나의 오늘이다. 내일은 내일의 태양이 뜬다는 말은 영원히 내일을 기다리라는 의미이다. 오늘 그 태양을 만날 수가 없기 때문이다.

우리는 그렇게 불행한 오늘을 덮어두려고 한다. 이제 법기관의 판결이 났으니 어제까지의 우리는 없고 다시 리셋버튼을 누른 것처럼 새로 시작하자고 한다. 그러면 리셋하는 사람들은 누구인가? 어제까지 특정 주장을 한 사람들이 하루아침에 리셋이 될 수 있을까? 리셋하면 자동으로 업그레이드되는 건가? 프로그램이야 보이지 않는 누군가의 꾸준한 연구로 버전을 높여 두었고 업그레이드로 새로운 버전의 편리함을 만날 수 있다. 그런데 현실의 세계에서 갑자기 리셋버튼을 누른다는 개념도 우습지만 이제부터 달라지자는 말 하나로 달라지는 것이 무엇이란 말인가.

헌정사상 최초의 여성대통령을 우여곡절 끝에 파면으로 내몰고 서울의 한복판에선 축포를 올리며 민주주의의 꽃을 피워냈다고 한다. 그것이 어떤 꽃인가. 폭죽을 올리며 기뻐할 만큼 행복한가. 천길 절벽 끝 흔들리는 바위 위에서 지르는 함성이다. 꼭 닫힌 소통의 루트는 안타까움으로 바라보는 전문가의 충언을 하늘로 날려 버렸다. 가뜩이나 신중한 그들은 그 한마디를 말하려고 수많은 망설임을 했는데 용기를 내어도 루트가 막혀 있으니 하늘만 바라볼 뿐이다. 탄핵에 이른 절차상·심의상의 문제 등 짚어야 할 것들은 제쳐두고 국민의 힘으로 태어난 대통령이다. 우리의 눈을 우리의 판단을 우리의 체계를 다시 봐야 함에도 누구하나 정신을 차리지 못하였다. 밖에선 힘으로 압박하는 외교에 숨 막히는 경제 그리고 정신 못 챙기는 정국, 수순으로 5월에 대선을 치른다고 하지만 누구에게 대권을 맡겨야 할까. 대통령만 바꾸면 모두 안정을 찾고 괜찮아지는 건가?

자고 일어나면 어제까지의 내가 만났던 환경이 하루아침에 바뀌는 일은 없다. 대통령을 바꿔도 우리가 가진 정치조직과 문화가 있다. 파워가 있는 곳에 항상 피어나는 비리, 파워가 파워를 만나기 위한 야합, 그리고 대를 이어 권력을 가지게 되는 자의 적폐가 하루아침에 사라지진 못한다. 어설픈 말로 희망을 유도하고 세상이 바뀔 거란 유혹을 할 것이 아닌 냉정한 현실을 바라볼 수 있는 쓴소리를 들어야 한다.

이대로 내일의 희망을 말한다면 그동안 멈춰 있던 국정은 또 다시 눈치를 보면 차일피일 느슨함을 만들 것이다. 새로운 대통령이 자리해도 온전히 힘을 실은 바퀴가 돌아가려면 시간이 필요할 것이고 또 이미 실망의 끝을 본 국민들의 인내심은 그리 녹녹치 못할 것이다. 게다가 숨을 조여 오는 경제는 골든타임을 넘어서 단순한 조치로는 어림없고 물러설 곳 없이 몰려버린 외교 역시 쉽사리 걸음을 내지를 수도 없다. 한 사람의 힘으로는 쉽지 않을 오늘의 상황이기에 어설픈 언어몰이의 희망론이 어줍게 보인다.

불통의 끝자락을 보았으니 소통의 의미를 알았을 테고 비리와 적폐의 폐해를 보았으니 이들이 자리 잡을 여지를 없애야 한다. 투명한 문서를 동반한 지시로 예외 없는 적용과 어설픈 특혜가 없어야 한다. 미루어 짐작하는 것이 아닌 확실한 근거 하에 작동하는 체계 그리고 책임수위가 분명하여 이리저리 여지를 주는 환경이 근절돼야 한다. 분명 내일은 올 것인데 오늘같은 내일을 맞이하지 않으려면 내일이 아닌 오늘 바꿔야 내일이라는 새로움을 만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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