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라곤 논설실장/시인

 

朴 선생! 올해 들어 첫 편지를 띄우네요. 그것도 새봄이 찾아드는 길목에서 이국의 이모저모를 둘러보며 느껴지는 감정들, 낯설긴 해도 화려함 또는 경외함에 젖어든 여정(旅情)의 속살들을 담아 보냅니다. 흔히 여행지에서 만나는 것은 아름다운 자연 경관이지만 이번처럼 풍광이 화려하다는 말은 아무래도 홍콩에 도착해 마카오를 둘러보고 받아들인 제 느낌입니다. 이렇듯 여행에서 얻는 게 때로는 흐뭇한 마음속에서 새로운 쇼크를 주기도 하니 지난해 가을 이후 얼마간 기대감으로 가득 찼던 자유여행은 이번 여행에서 더 큰 설렘으로 다가 서는가 봅니다.

겨우내 기다려왔던 봄 여행에 대한 설렘 속에서 여정이 시작된 첫날, 홍콩공항에 도착해 곧장 배를 타고 마카오로 건너왔지요. 마카오는 전부터 익숙한 이름이었지만 내가 알고 있는 상식선의 지식이었지요. 도박의 도시, 카지노의 천국 정도로만 알고 있었던 바, 직접 이곳을 둘러보고서는 마카오를 새롭게 보았답니다. 지역 전체가 그다지 크지 않고 건물과 풍경에서 느껴지는 포르투갈 풍에다가 동양의 가옥 형태가 섞여 아기자기한 도시, 무비자로 입국할 수 있어서 외국여행하기 딱 좋은 곳이 바로 마카오임을 이곳 여행을 통해 실감하게 됐지요.

중국이 포르투갈로부터 마카오(Macau)의 주권을 반환받은 지가 16년이 됐지요. 오랫동안 포르투갈의 지배를 받았던 영향으로 이 도시는 거리, 건물 표지판이나 군데군데에서 중국어와 함께 포르투갈어가 상용돼 ‘중국속의 이국’으로 느껴진답니다. 중국 발음으로는 아오먼(澳门)인 마카오는 면적(30.5㎢)이 서울의 종로구 면적과 비슷한데 인구는 65만 2천명(2016통계)이 모여 살지요. 하지만 사시사철 관광객들이 찾아오는 곳이라 유동 인구가 훨씬 많은 편이지요.
미리 예약해둔 숙소가 알고 보니 시내 중심 문화유적지와 가까운 거리라 여행하기가 편했지요. 먼저 찾아간 곳은 성 바울 성당, 이 성당은 1637년에 건축되면서 동양 최대 규모를 자랑했으나 1835년 화재로 인해 건물 토대와 정면계단만 남고 모두 불탔지요. 남은 벽체 모양이 중국 전통의 패방을 닮았다하여 중국어로 ‘따삼빠파이팡(大三巴牌坊)’으로 불리고 있는데 이곳이 마카오를 상징하는 대표적인 장소의 하나지요. 평일에도 넘쳐나는 인파속에서 비좁은 골목길을 밀려 올라가며 바라보는 폐허 건물은 그 자체만으로도 훌륭한 유적지랍니다.

성 바울 성당을 찾는 여행객들이 많아서 놀랐지만 내가 더 놀란 것은 한국 여행객들로 인해서지요. 이곳을 찾는 한국인들이 얼마나 많은지 순간적으로 나의 뇌리 속으로 국민가방 ‘3초 백’이 떠올랐지요. 한때 명품가방이 한국여성들에게 인기를 끌었던지라 거리를 다니다보면 3초안에 같은 가방을 본다고 해서 이름 붙여진 것처럼 여기 성 바울 성당, 세나도 광장 거리에서는 3분이면 한국말이 끊어지지 않고 다시 들려올 정도니 마카오를 찾는 우리나라 여행객들이 넘쳐나는 게지요. 이를 어떻게 표현해야 할는지, ‘3분 코리언’이라는 말이 딱 어울렸답니다.

성 바울 성당과 그 위쪽 산 정상에 자리 잡은 대포대(大炮台)를 구경하고서 세나도 광장 쪽으로 내려왔지요. 광장 길목에 있는 성 도미니크 성당을 보고서 곧장 가면 정면에 펼쳐지는 곳이 물결무늬로 유명한 세나도 광장이지요. 그 길목과 광장에 독특한 모자이크로 꾸며져 있는 보도블록들, 갖가지 기하학적 문양이나 동물 모양을 새겨 넣은 포르투갈식 도로포장인 ‘깔사다(Calcada)’는 좋은 구경거리가 되지요. 이 광장 주변에 민정총서 대루, 대당, 인자당 대루 등 마카오의 세계문화유산 총 25개 가운데 15곳 정도가 옹기종기 모여 있으니 세나도 광장은 ‘아시아의 작은 유럽’이라는 별칭을 가진 마카오의 상징물로 최고의 휴식처이자 관광지이지요.

명물이 된 광장 주변에 한국인들이 즐겨 찾아 유명해진 황치지(黃枝記)라는 음식점이 있지요. 예전에 우리나라 연예인이 마카오에서 한국 여행객이 가장 많이 찾는 음식점을 소개하면서 완탕면을 먹는 장면이 TV를 탔는데, 그 후 인터넷상에서 정보를 얻고 찾아오는 한국인들이 더욱 많아졌다고 하네요. 마카오를 다녀온 딸이 이번 여행을 나서는 엄마에게 그 사실을 세세히 알려주고 꼭 드셔보라는 권유에 우리 부부는 황치지를 찾아 완탕면을 먹었지요. 종업원에게 한국인이 많이 오느냐 물었더니 “하루 100∼200명이 온다”는 말을 듣고 나는 깜짝 놀랐답니다.

박 선생! 마카오에서 3일간 머물며 그 밖에 마꺼미야오(妈阁庙: 아마사원)를 비롯한 유적지와 아랫섬 땅즈(氹仔; Tai Pa)에 있는 베네치안 리조트, 파리지앵 등 카지노호텔을 다니며 마카오의 명소를 구경하는 내내 강한 의문이 생겼답니다. 어떻게 해서 한국인들이 마카오를 그리 많이 찾아올까 하는 의문이었지요. 오래도록 생각하다가 다시 찾아가본 세나도 광장에서 여가를 즐기고 있는 예닐곱의 한국인가족 모습을 보면서 해답을 얻었지요. 가족들이랑 좋은 사람과의 마음편한 동행길, 결국 여행은 자신에게 더 다가서기 위한 채움 혹은 비움의 준비이니까요. 마카오 여행을 끝내고 이어지는 다음 여행길에서 봄빛 가득 찬 소식을 다시 올리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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