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훈 국민정치경제포럼 대표

 

설마 그렇게까지 하겠어 했던 생각들이 뒤집어졌다. 중국은 한국에 사드를 배치하면 가만있지 않겠다는 의지를 밝혔지만 미국과 중국에 끼여 이도 저도 선뜻 취하지 못한 우리는 결국 사드를 받아들였다. 설마 어떡하겠어. 이왕 이렇게 된 거 잘 다독이면 되겠지 했을 것이다. 그런데 중국이 본격적인 선전포고를 시작했다. 중국 정부가 전국에 한국 관광상품 판매금지를 선언했다. 여행사들에게는 한국여행상품을 아예 취급하지 말라는 전달이 있었고 이에 따라 우리나라로 오려던 유커들은 발이 묶였다. 나홀로 여행족 외에 단체 여행객들은 전면 차단된 상태이며 한국산 상품의 판매도 중단됐으니 여행업계와 중소상점들은 매출절벽에 직면했다.

사실 이러한 본격적인 작업 전에 한류 차단이 먼저 이루어졌다. 한국드라마 방영 금지, 한류 연예인 중국 방송 출연금지 등으로 조여 왔다. 이러한 모든 조치들이 정식 문서가 아닌 말로만 전달됐으니 우리 정부 측에서는 정식으로 항의조차 못하고 일선에 있는 사람들은 숨이 턱턱 막힌다.

사실 우리 경제는 수년 동안 제자리, 아니 겨우 마이너스를 면하는 수준으로 버티기를 하고 있다. 내수 경기도 꽁꽁 얼어붙어 그나마 바닥 경제를 돌리고 있던 것이 바로 한류와 유커였다. 거리상 가깝다는 이점으로 한류문화에 혹한 세계 최대의 인구를 유혹하여 한국을 쇼핑천국으로 만들어 놓은 이유였다. 민관의 협약 등으로 단체 관광이 이루어지고, 쇼핑데이, 치맥파티 등 다양한 지원이벤트로 관광객들의 만족도를 올리면서 관광수입을 제고했다. 그런데 갑작스런 중국의 조치는 그나마 겨우 유지하던 우리의 바닥경제마저 혹한기로 밀어 넣을 것이다. 다음은 어떻게 되겠는가.

해를 거듭할수록 펼쳐지는 살림이 아니라 점점 늘어가는 부채로 쪼그라드는 재정이다. 그렇다고 단가 낮게 들어오는 중국산 물건을 무조건적으로 막아댈 수도 없다. 보복한답시고 한국에서 그들의 상품을 판매금지 시키면 1000원에 사던 물건을 5000원, 6000원에 사야 할 것이다. 나라살림뿐 아니라 우리 가계 살림도 빚이 많다. 수입은 일정하고 올라버린 물가 덕분에 오히려 지출이 더 늘어버린다면 국민들 역시 못살겠다고 아우성이 날 것이다. 눈에는 눈, 이에는 이하고 덤빌 수도 없다. 우리는 대외교역으로 살아내야 한다. 때문에 외교가 필요하고 전략이 필요하다. 세계적으로 경제가 침체기를 겪고 있어 모두 남의 나라 사정보다는 자국 경제가 우선이 돼 버렸다. 이러한 상황을 무시하고 우리의 입장만 내세울 수는 없다. 문제는 이제 시작이라는 점이다. 중국은 전면전을 시작한 것이 아닌 말로만의 제재를 시작한 것이고 아직은 본 게임은 구경조차 못했다. 중국은 경제보복에는 일가견이 있는 나라이다. 이제까지의 판례를 보더라도 그들의 보복외교는 쉽게 끝날 것 같지 않다.

보복을 이기는 방법은 하나다. 원론에 충실한 반격이다. 한번 얕보이면 지속적인 갈굼을 당할 것이다. 누구보다 중국은 우리가 자국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알고 있고 이를 압박하여 유리한 고지를 갖고 우리를 이용하려 들 것이다. 세계 최대 인구를 가진 큰 시장이기도 한 중국은 우리로서도 포기하기 힘든 시장이다. 따라서 양국의 오래된 역사만큼 현명한 처세가 필요하다. 상대의 전술을 읽고 이를 이용하여 우리도 유리한 포지션을 찾을 수 있는 방안을 세우고 일국에 편중된 의존도를 분산시켜 다양한 세계시장을 개척하는 계기로 삼아야 할 것이다. 고인 물은 썩기 마련이다. 고른 분산은 다양한 가능성으로 물살을 만들어 내고 흐르는 물은 다양한 분야에 양분을 주어 고른 발전을 모색할 수 있는 토양을 만들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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