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찬일 (사)세계북한연구센터 소장

 

북한 김원홍 보위상(우리 국정원장 격)이 드디어 토사구팽의 수순에 들어갔다. 통일부의 발표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중순, 김원홍 보위상은 국가보위상에서 해임됐음은 물론 계급도 대장에서 무려 세 단계나 떨어진 소장으로 강등됐다고 한다. 북한의 정보기관의 특징은 계급을 보유하고 항상 무기를 휴대한다는 차이점이 있다. 사실상의 토사구팽 종결이라고 할 수 있다. 김원홍 보위상은 김정은 시대와 더불어 김영철 통전부장과 함께 가장 초고속 승진의 가도를 달려온 몇 안 되는 실세였다. 특히 그는 김정일이 김정은의 개인교사로 임명하면서 인민군 총정치국 조직부국장 시절인 2009년 자기 방 옆에 김정은의 사무실을 만들어 주고 일일이 통치술을 가르친 장본이기도 하다.

또 그는 1973년 5월에 창설된 국가정치보위부의 제1대 부장 김병하와 제2대 부장 이진수에 이어 장기간의 공백 기간을 거쳐 세 번째로 임명된 국가안전보위부의 제3대 수장이었다. 그의 숙청은 여러 원인이 있지만 근래 호위사령관 윤정린 대장 등과 갈등하면서 운명의 순간을 맞이했다고 할 수 있다. 미국의 ‘정밀타격’과 ‘참수작전’이 공개된 후 김정은의 신상에 큰 변화가 일어나고 있는데, 평양의 믿을 만한 소식통에 따르면 참수작전 공개 후 김정은의 경호를 두고 호위사령부와 국가보위성 간의 갈등이 점입가경에 이르렀다는 것이다. 즉 호위사령관 윤정린 대장이 과거에는 철저하게 김정은의 동선을 국가보위상 김원홍 대장에게 알려주었으나 참수작전 선포 후 심심찮게 김정은의 이동을 제때에 국가보위성에 통보해 주지 않아 둘 사이 언성을 높인 적이 한두 번이 아니란 것이다.

특히 지난 12월 김정은이 삼지연에 갈 때도 그의 동선을 국가보위성에 제때 통보해 주지 않자 김원홍 대장이 버럭 화를 내며 “내 이 윤정린을 가만두지 않겠다”면서 아무 죄도 없는 호위사령부 호위처장 A소장을 들들 볶았다는 것이다. 거기에 더해 이른바 부정부패를 구실로 호위사령부 간부 몇 명을 체포해 간악한 고문을 가함으로써 몇 명이 사망하는 엄중한 결과를 초래했다고 한다. 알려진 대로 북한에서 김정은의 경호(호위사업)는 철저하게 3선 경호 체제다. 제일 안쪽 1선에 호위사령부 경호원들이 서고 그 밖 2선에 국가보위성과 인민군 보위국, 그리고 마지막 3선에 인민보안성이 경호를 맡는다. 물론 김정은 30미터 안에는 완벽한 조직지도부 6처의 친위대가 근접 경호하니 사실은 4선 경호인 셈이다.

참수작전 선언 후 김정은의 동선은 평양에 머무를 경우 거의 호위사령부 독점으로 돼버렸다. 그의 조직지도부 청사 출근과 퇴근이 외부에 공개되지 않음은 물론 국가보위성에도 알려지지 않아 김원홍 대장과 인민군 보위국장 조경철 대장은 전전긍긍하고 있다. 지난해 10월부터 인민보안상 최부일 대장은 아예 김정은을 구경조차 못하고 있다는 후문이다. 여러 차례의 갈등과 충돌은 다행히 김여정이 나서 봉합하고 있다고 한다. 과거 같으면 장성택이 할 일을 이제 김여정이 도맡아 나선 것이다. 그러나 김원홍은 자기 파멸을 자초하고야 말았다. 이런 파워맨들의 충돌이 김정은의 귀에 안 들어갈 리 없는 것이다. 트럼프가 대통령에 취임한 이후 김정은의 경호는 더욱 삼엄해지고 있고, 김정은 턱 밑에서 핵심 엘리트들의 과잉충성은 계속되고 있다. 선제공격과 군사적 옵션, 정밀타격과 참수작전은 제임스 매티시 미국 국방장관의 서울 방문으로 더욱 고조되고 있는 분위기다. 김정은은 약간의 자제력을 보이고 있지만 곧 도발이 이어질 것이란 전망도 계속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김원홍의 숙청은 북한 권력구도에 큰 변화를 몰고 올 것이다. 김원홍은 노동당 정치국 위원이며 국무위원회 위원이기도 한 핵심 실세였다. 과연 누가 그 자리를 메꿀 것인가도 초미의 관심사다. 가장 유력한 후보는 현재 인민군 보위국장인 조경철 대장이지만 그 역시 강경파이기는 매한가지여서 김정은의 고민은 이만저만 아닐 것이다. 당분간 국가보위상을 공석으로 두고 과거처럼 제1부상 체제로 정보기관을 운영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 그러나 김정은의 권력약화와 공포정치의 후유증은 크게 나타날 것이다. 과거 채문덕 사회안전부 정치국장이 휘두른 심화조의 대숙청 회오리처럼 김원홍의 칼에 쓰러진 장성택과 현영철 등의 잔존세력이 반기를 들 가능성도 없지 않다. 2017년의 북한 김정은의 공포정치는 새해 벽두부터 심상치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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