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눈이 펑펑 내리는 영화의 날씨에도 21일 오후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제13차 촛불집회가 열리고 있다. 박근혜정권퇴진 비상국민행동은 이날 주말 촛불집회를 ‘박근혜 즉각 퇴진 조기탄핵 13차 범국민행동의 날’로 정하고 대국민 참여를 호소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재벌 뇌물죄 처벌 촉구… 이재용 영장기각 비판
덕수궁·청계광장 맞불집회… 대통령에 러브레터

[천지일보=이지수 기자] 함박눈이 내리는 영하의 날씨에도 설을 일주일 앞둔 21일 서울 광화문 광장은 13차 촛불집회 열기로 뜨거웠다. 지난 한 주간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 변론과 형사재판 등을 통해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를 둘러싼 새로운 의혹이 다수 제기된 만큼 이날 집회에는 한파에도 불구하고 많은 시민이 몰렸다.

이날 집회 참가자들은 기존처럼 박근혜 대통령의 즉각퇴진과 헌재의 조기탄핵을 요구하면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비롯한 재벌총수의 구속을 촉구했다.

특히 지난 19일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청구한 이 부회장의 구속영장이 법원에서 기각된 만큼 재벌을 규탄하는 시민의 목소리는 더욱 높았다.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을 반대하는 ‘박근혜를 사랑하는 모임(박사모)’이 주축인 ‘대통령 탄핵기각을 위한 국민총궐기운동본부(탄기국)’는 서울 덕수궁 대한문 앞과 청계광장에서 집회를 열었다.

◆ “이재용 구속… 블랙리스트는 범죄”

촛불집회를 주관해 온 ‘박근혜정권퇴진 비상국민행동(퇴진행동)’은 이날 오후 6시 광화문 광장 일대에서 ‘내려와 박근혜 바꾸자 헬조선 설맞이 촛불’을 주제로 1월 마지막 촛불집회를 진행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구속영장이 기각된 후 처음 열리는 집회로 재벌 총수 구속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컸다.

최종진 민주노총 위원장 직무대행은 “조윤선과 김기춘이 구속됐지만 430억원의 뇌물을 준 이재용은 구속되지 않았다. 박근혜를 탄핵해도 재벌총수를 구속하지 않는다면 재벌천국 헬조선은 바뀌지 않을 것”이라며 “재벌에 책임과 죄를 묻고 재벌공화국을 해체하는 것이 진정한 촛불의 승리”이라고 말했다.

퇴진행동 법률팀의 김상은 변호사는 “법원이 재벌의 온갖 추악한 행태에 솜방망이 처벌을 해온 것이 오늘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를 불러왔다”며 “이재용 구속은 수십년간 지속된 정경유착 고리를 끊어내는 첫 출발점”이라고 강조했다.

‘문화계 블랙리스트’ 작성과 관리의 핵심 인물로 지목된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과 조윤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구속된 직후여서 문화예술계의 규탄 발언도 이어졌다.

▲ 박근혜정권퇴진 비상국민행동이 21일 오후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박근혜 즉각 퇴진 조기탄핵 13차 범국민행동의 날’ 주말 촛불집회를 열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독립영화 배급사 시네마달 김일권 대표는 “세월호 다큐멘터리를 배급했다는 이유로 블랙리스트에 올라 내사를 당하고 국가지원 사업에 배제됐으며 직원은 핸드폰 사찰까지 당했다”며 “블랙리스트는 헌법을 위반한 중대한 범죄다. 김기춘과 조윤선이 구속됐지만 박근혜 대통령의 최측근이다. 당연히 박 대통령은 범죄 행위에 책임지고 대통령직에서 당장 내려와야 한다”고 말했다.

본 집회에 앞서 오후 4시 민중대회를 시작으로 오후 5시에는 시민 자유발언대가 이어졌다.

발언자로 나선 한국여성의 전화 활동가인 나눔씨는 “박근혜 정권의 실패는 유신정책과 불통에서 비롯됐다”며 “여성 정치의 실패가 아니라 여성 정치의 시대는 아직 오지 않았다. 평등의 새 시대를 열기 위해 계속 투쟁할 것”이라고 말했다.

100일 넘게 시흥캠퍼스 실시 협약 전면 철회를 요구하며 점거 농성 중인 서울대 학생인 이시헌 서울대 본부점거본부 정책팀장은 “박근혜 대통령이 꽂아 놓은 성낙인 총장이 재벌 요구대로 대학 정책을 추진하는 대표적 사례가 시흥캠퍼스”라고 꼬집었다.

오후 3시에는 용산참사 8주기를 맞아 ‘강제퇴거 없는 세상을 바라는 이들의 발언대’ 행사가 열렸다.

경찰은 이날 서울 도심에 193개 중대 약 1만 5500명의 경비병력을 투입해 집회 및 행진 관리에 나섰다.

◆ 탄핵반대 집회… “블랙리스트가 왜 죄냐” 

박근혜 대통령 탄핵을 반대하는 ‘박근혜를 사랑하는 모임(박사모)’이 주축인 ‘대통령 탄핵기각을 위한 국민총궐기운동본부(탄기국)’는 서울 덕수궁 대한문 앞에서 집회를 개최했다.

이날 영하의 날씨에도 박 대통령의 탄핵을 반대하는 시민이 몰려 대한문 일대를 가득 메웠다. 집회 한쪽에는 ‘대통령께 러브레터 보내기’ 부스가 마련돼 박 대통령을 지지하는 사람들이 편지를 쓰기도 했다. ‘한 번 속지 두 번 속냐’ ‘대한민국 지켜내자’ ‘종편 폐지’ 등의 문구가 적힌 피켓을 든 많은 사람도 눈에 띄었다.

이날 발언자들은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과 조윤선 문체부 장관에 대한 구속영장 발부한 법원을 강하게 비판하며 이재용 부회장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 기각에 대해선 환영했다.

권영해 전 국방부 장관은 “판사가 종북세력의 협박에 못 이겨 판단이 왔다 갔다 해 정의로운 판사들에게 힘을 실어줘야 한다”며 “우리는 검찰과 종북세력 언론의 독재국가에서 살고 있다. 국민은 태극기 운동에 동참해 달라”고 말했다.

대통령 탄핵에 반대하는 또 다른 단체인 ‘새로운 한국을 위한 국민운동’도 청계광장에서 집회를 열었다. 이들은 ‘문화계 블랙리스트’ 작성에 대해 옹호하는 목소리를 높였다.

조갑제 ‘조갑제닷컴’ 대표는 “대한민국을 적대하는 세력을 블랙리스트로 만든 게 왜 잘못이냐. 그런 김기춘과 조윤선을 왜 구속하느냐”고 말했다.

주최 측 추산 5000여명의 참가자들은 ‘탄핵을 반대한다’ ‘박영수(특별검사)는 빨갱이’ 등의 구호를 외쳤다. 경찰은 촛불집회와 맞불집회의 추가 참가 인원수를 놓고 매번 논란이 일자 추산 인원수를 밝히지 않았다.

▲ 21일 제10차 탄핵반대 태극기 집회에 참석한 시민들이 태극기를 흔들며 환호하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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