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은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지만 도무지 연합되지 않는 곳이 한국기독교다. ‘원수사랑’은 둘째고 같은 개신교 지도자끼리 툭하면 이단 논쟁에 이단 시비가 붙어 바람 잘 날이 없다. 

이번에는 한기총 대표회장 입후보자에 대한 이단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 박태선 전도관 출신으로 오랫동안 이단 논란이 있었던 김노아(개명 전 김풍일) 목사가 22대 한기총 대표회장에 입후보했다. ‘이단 전력을 가진 이가 한국교회를 대표하게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와 함께 ‘이번 기회에 한기총 내 이단을 척결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김노아 목사는 전 대표회장 홍재철 목사가 한기총에서 제명될 당시 홍 목사를 지지했다는 이유로 함께 제명됐던 인물이다. 그랬던 김 목사가 한기총에서 입지를 굳힌 건 신천지예수교회 덕이다. 신천지예수교회가 지난해 교리비교 100강을 선보이자 대처할 실탄이 없던 한기총이 ‘신천지를 잡겠다’는 김 목사를 한기총 신천지대책위원장으로 선임했다. 한기총이 김노아 목사나 신천지나 모두 이단으로 배척해왔던 점에 비춰보면 ‘이단을 앞세워 이단 잡겠다’고 나섰던 셈이다. 한기총에서 입지가 다져지자마자 김 목사가 대한예수교장로회(예장) 성서 총회장 자격으로 지난 16일 변경된 정관에 따라 한기총 발전기금 5000만원과 운영기금 1억원을 동시에 납입하면서 후보로 등록한 것이다. 후보 등록비는 교인들의 피 같은 헌금일 것이다. 목사들이 이처럼 막대한 돈을 들여가며 한기총 대표회장이 되고자 하는 이유에 대해 누군가는 ‘대통령과 식사할 수 있어서’라고 꼬집은 바 있다. 종교 권력이 정치 권력과 하나 되는 대한민국의 현실에 비춰봤을 때 목사들이 한기총 대표회장이 되려는 이유는 한기총 대표회장에게 머리를 숙이고 들어오는 정치인들을 주무르고 싶어서가 아닌가 싶다. 

이단 논란에서 자유로운 목사가 없는 마당에 이단 전력이 있는 목사가 한기총 대표회장에 입후보 했다고 굳이 나무랄 필요는 없어 보인다. 그러나 한기총 내의 오락가락한 이단규정 실태에 대해 한기총 스스로 부끄럽게 여기는 양심만은 남아 있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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