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순휘 정치학 박사/청운대 교수 

 

태영호(太永浩) 전 주영 북한공사(이하 태영호)는 지난해 8월 17일 한국으로 망명했다. 태영호의 형 태형철은 김일성종합대학 총장이고, 아내도 국방위원회 전 부위원장 오백룡의 손녀로서 북한의 엘리트 로열패밀리(elite royal family)다. 그의 망명이 시사하는 의미는 북한 엘리트층도 흔들리고 있고, 심리적 공략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태영호가 지난해 12월 27일에는 통일부 출입기자단과의 기자회견에서 북핵문제와 관련하여 어느 누구보다도 명쾌하게 “김정은이 있는 한 북한은 1조 달러, 10조 달러를 준다고 해도 핵무기를 포기하지 않는다”며, “김정은의 핵개발 정책을 포기시키느냐 마느냐 문제는 (경제적)인센티브의 문제가 아니다. 김정은 정권이 곧 핵무기”라고 북핵문제의 현주소와 미래 위협의 본질을 증언했다.

태영호의 발언은 2003년부터 14년간 북핵 6자회담에 매달려온 한미일 3국의 노력이 북한의 지연기만전술에 걸려서 헛수고가 예정됐다는 증언 아닌가? 또한 그는 “김정은은 2017년 말까지 핵 개발을 완성한다는 목표로 핵 질주를 하고 있다”고 하면서 시기적 설정 이유는 “이 기간에 국내정치(대선과 개헌) 일정 때문에 미국과 한국이 북한의 핵개발을 중지시킬 수 있는 물리적, 군사적인 조치를 하지 못할 것이라는 타산이 깔렸다”고 언급할 정도로 북한의 핵무기고도화에 관한 로드맵(road-map)은 결정돼 있었는데 이것도 모른 채 끌려 다닌 꼴이라니 북핵 6자회담 책임자들의 무능함에 기가 막힐 지경이다. 

추가로 태영호는 12월 28일 M일보에서 개별 인터뷰를 하면서 북한의 현 실태를 상세히 증언했다. 그가 쏟아낸 북한의 현실에 대한 증언은 안보적 차원에서 소중한 정보이기도 하고, 실질적인 조언과 대안(代案)이기도 하다.

우선 북핵문제에 대해 태영호는 “한국 사람들은 ‘같은 민족인 우리에게 김정은이 핵무기를 쓰겠는가’라고 생각한다. 안일한 생각이다”라고 증언했다. 김정은은 핵무기를 장기독재집권을 위한 중대한 무기로 준비 중이고, 북한내부의 급변사태를 가장 두려워한다는 사실과 러시아의 크림반도 침공에도 서방측이 반격하지 못한 것은 러시아의 핵무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는 것도 증언했다. 따라서 북핵은 생각처럼 순수하게 해결될 것이 최초부터 아닌 것이었다. 이제는 우리에게 국가생존의 위협으로 실제적 위협이 돼 버렸다. 

둘째로 대한민국에 대한 김정은의 평소 생각을 밝혔는데 “남한은 없어져야 할 실체다”라는 증언과 한국 사람들이 “설마 북한이 공격하겠느냐?”는 식의 무사안일한 생각은 위험하다는 것도 지적했다. 특히 북한에서 사람 처형하는 것을 언급하며 인권이 없는 무자비한 정권이라는 것도 강조했다. 김정은의 심리상태가 과격하고 불합리하다는 점과 인권유린의 사각지대라는 북한의 현실을 재확인 할 수 있었다.

셋째로 북한주민이 보는 남한 국민을 보는 안보적 시각에서는 남한이 풍요롭게 산다는 것을 알지만 남한이 군사력 차원에서 약하다고 생각한다고 증언했다. 북한군은 전쟁은 장비가 아닌 사상으로 한다고 교육받으며, 남한 병사는 입대하면 제대할 날짜만 꼽고 컴퓨터게임만 한다고 여기고, 남한 군대는 군대도 아니라고 생각한다는 말도 했다. 이 말은 남북한의 군사력 불균형도 실체적 안보의 위협인데 적군이 한국민과 한국군에 대한 평가가 ‘허약한 수준’이라는 점은 자기성찰을 해야 한다. 

거듭 태영호 전 공사가 자유민주주의 대한민국에 찾아온 것에 대하여 온 국민과 더불어 환영하고자 한다. 우리는 그가 “나의 1차 목표는 오는 2020년 도쿄올림픽 전까지 통일을 실현하는 것이다”라고 주장한 대로 3만 탈북민들과 더불어 김정은 독재정권의 붕괴를 위해 대한민국에서 충분히 일하도록 확실한 기회를 주어야 한다. 

그 길만이 과거 1997년 망명한 황장엽 선생이 김정일 타도를 주장하며 활동하고자 했으나 활동제한과 가택연금상태로 뜻을 못 펴게 했던 좌파정부에 의한 과오의 재발을 방지하는 것도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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