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창우 안전사회시민연대 대표 

 

서울중앙지법이 ‘법률적 다툼의 여지’와 ‘법적 사유 불충분’을 들어 이재용에 대한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영장실질심사 하는 데 ‘이례적으로’ 오랜 시간을 쓰고 이재용에게 구치소에 가서 대기하라고 한 게 모두 쇼였는가. 사법정의가 무너졌다. 유전무죄다. 사법부 치욕의 날이다. 보통 시민들에게 적용되는 잣대와 재벌총수에게 적용되는 잣대가 명백히 다르다는 걸 보여주었다. 두 개의 저울을 가지고 판결하고 있는 사법부를 다시 한 번 목격했다. 5200원을 훔쳤다는 이유로 20대 청년은 구속하면서 탐욕을 채우기 위해 400억이 넘는 법인 돈을 정권과 그 정권을 배후에서 조종하는 최순실에게 갖다 바치고 국민연금에 수천억 손실을 가져다주기까지 한 ‘정경유착 기업’의 총수는 구속하지 않는 사법부를 누가 신뢰하겠는가.  

재벌 앞에만 서면 맥을 못 추는 사법부가 국민 앞에 서서 정의를 말하며 판결할 수 있을지 걱정이 앞선다. 재벌은 한국사회의 최대 권력이다. 정치권, 국회, 학계, 문화계, 법조계, 언론계 할 것 없이 안 뻗친 데가 없고 많은 곳이 재벌에 포획됐다. 곳곳에 삼성 장학생이 있고 이들이 끼치는 패악은 이루 헤아릴 수도 없다. 재벌을 손보지 않고 한국사회가 정상적으로 돌아가는 게 불가능하다는 걸 보여 주고 있다. 국민촛불이 타올랐지만 재벌은 여전히 무소불위의 막강파워를 자랑하고 있다.      

재벌들 가운데 가장 많은 돈을 미르, K스포츠 재단에 갖다 바치고 최순실 일가에게 천문학적인 규모의 검은 돈을 갖다 바친 삼성의 ‘총수’ 이재용을 구속하지 않음으로써 앞으로 SK, 롯데, CJ 등 관련 기업들에 대한 수사에도 차질이 생기고 박근혜 대통령 수사도 악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커졌다. 이재용 구속영장 기각은 전관 법조인을 중심으로 구성된 수백명의 법조팀을 운영하는 거대권력 삼성의 힘을 다시 한 번 확인한 사건이지만 재벌 앞에서는 대한민국 사법정의가 여지없이 무너지는 현실을 보여준 사건이기도 하다. 

지난해 조의연 판사는 횡령 배임 혐의를 받던 롯데 신동빈 회장에 대한 구속영장도 기각한 바 있다. 재벌총수 앞에만 서면 한없이 작아지는 존재라는 걸 이번에도 입증했다고 본다. 이재용은 자신과 삼성의 안정적인 승계를 위해 국민연금을 사금고처럼 쓴 혐의를 받고 있고 징역 1년 이상인 국회 위증죄까지 범했는데 이런 사람을 구속시키지 않으면 누구를 구속할 수 있겠는가. 밖에 놓아두면 증거인멸 가능성이 아주 높음에도 구속하지 않는 이유를 아무도 납득하지 못할 것이다. 

그동안 사법당국이 직무유기 하고 청와대를 성역으로 인정한 탓에 박근혜-최순실 헌정 파괴 행위로 이어졌다. 법원은 재벌 총수나 주요 인사에게 추상같은 심판을 하는 게 아니라 ‘국민경제에 기여한 점’을 내세워 솜방망이 처벌을 하기 일쑤였고 이런 저런 이유를 들어 형집행을 정지하는 경우도 많았다. 이 같은 사법부의 나쁜 행태가 사법부와 재벌은 한통속이라는 인식을 심어 주었고 국민의 법 감정을 악화시켰다. 검찰이 똑바로 서고 사법부가 제 역할을 했다면 미르, K스포츠 재단 같은 비리가 발생하고 삼성이 최순실 일파에게 천문학적인 검은 돈을 갖다 주고 정유라가 이화여대에 부정입학하는 일이 가능했겠는가. 정윤회 문건이 폭로될 때만 검찰이 똑바로 대응했어도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의 폐해를 많이 줄일 수 있었을 것이다.  

일부 사람들이 조의연 판사를 ‘난세의 영웅’이라고 치켜세우고 이재용 영장 기각을 ‘올바르고 정의로운 결정’이라고 말하는 모양인데 국민 절대 다수는 잘못된 결정으로 본다고 생각한다. 영장 기각이 특검을 위축시킬까 봐 두렵다. 특검은 주눅 들지 말고 국민만 믿고 나아가라. 헌법적 기치와 정의 실현, 적폐 청산을 위해 거리로 나온 국민촛불의 힘이 특검을 출범시켰다. 특검 뒤에는 국민이 있다. “법원의 구속영장 기각 결정은 매우 유감이나 필요한 조치를 강구하여 흔들림 없이 수사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힌 특검을 믿는다. 흔들림 없이 국민만 믿고 앞으로 나아가기를 바란다. 특검이 무너지면 모든 게 무너진다. 특검이 살아야 대한민국 사법정의가 살고 대한민국의 미래가 있다. 부정부패, 정경유착에 대한 단죄 없이 대한민국은 앞으로 나아갈 수 없다. 부정부패와 정경유착의 뿌리를 뽑을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날아가지 않을까 노심초사하는 마음이다. 

특검이 힘을 낼 수 있도록 국민들이 더욱 관심 갖고 더욱 참여해야 한다. 참여 없이 권리 없다. 적폐청산도 정경유착 근절도 파괴된 헌법 바로 세우기도 ‘모두가 잘 사는 사회 만들기’도 국민 참여 없이는 불가능하다. 참여 속에 희망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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