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민호. (제공: 씨네그루)

[천지일보=이혜림 기자] 작은 얼굴에 훤칠한 키, 초롱초롱한 눈망울. 최민호는 우리가 흔히 말하는 귀공자처럼 생겼다. 그런 그가 영화 ‘두 남자(감독 이성태)’에서 아이돌 그룹 ‘샤이니’로 활동하며 쌓아온 깨끗하고 맑은 이미지와 대조되는 10대 가출소년으로 분해 신선한 충격을 안겨줬다.

영화 ‘두 남자’는 열여덟살의 가출팸(가출 청소년 모임) 리더 ‘진일(최민호 분)’과 불법 노래방을 운영하는 악덕 업주 ‘형석(마동석 분)’이 각각의 소중한 이를 지키기 위해 철저한 싸움을 벌이는 범죄액션 영화다.

최민호는 영화에서 두 남자 중 한 남자인 10대 남자 ‘진일’로 분했다. 사실 이 영화가 개봉되기까지 최민호에 대한 기대치가 그다지 높지 않았다. 그간 연기력을 인정받을 기회가 없었고, 그럴 실력도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번 영화 ‘두 남자’에서 최민호는 배우라는 이름이 자연스러울 정도로 ‘진일’이라는 캐릭터를 완성했다. 첫 주연이라는 게 무색할 만큼 최민호는 자신의 이미지를 스스로 깨뜨렸다.

2일 서울시 종로구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최민호는 기자들과의 만남에 대해 “데뷔 이후 라운드 인터뷰는 오랜만인데 재밌는 것 같다”고 말했다.

▲ 최민호. (제공: 씨네그루)

다음은 최민호와의 일문일답.

-‘두 남자’에서 본인 연기에 대한 평가 중 기억에 남는 것은.

많은 좋은 글을 봤고 감사한다. 역시 연기로 인정받은 부분이 가장 좋은 것 같다. ‘그간 있던 이미지와 다르게 새롭게 다가왔다’는 말과 원래 저를 알고 계시는 분들도 저로 안 보이고 캐릭터로 보였다는 말도 좋았다. 또 배우 최민호라는 수식어가 잘 어울린다고 생각했을 때 기뻤다. 지금까지 노력해왔고 열심히 했던 부분이 빛을 내는 것 같다.

-연기가 확 늘었다. 어떤 변화가 있었나.

사실 이전에 욕을 먹고 그랬다. 욕도 조언이라고 생각한다. 그걸 무시하고 제 길만 갔더라면 똑같았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근데 어떻게 보면 연기를 안 해온 것도 아니고 조금 오래전부터 했고 작품 수가 많은 건 아니지만 1년에 하나씩은 했다. 욕먹을 때도 배운 게 엄청 많다. 너무 하고 싶었던 연기였고 몰입해서 하다 보니 잘하려고 했던 마음에 최선을 다했지만 공감을 못 샀던 것을 느꼈다.

어떻게 해야 잘하는 것인지에 대한 고민을 많이 했다. 어떤 사람들의 연기력을 타고나기도 하고, 노력해서 연기를 잘하는 사람도 있다. 저는 저 자신의 모습을 보여드려야 한다고 생각했다. 저는 저도 모르게 좀 더 멋있어 보이려고 하더라. 잘하려는 마음에 이미지를 스스로 구축해서 인간 최민호의 모습이 아니라 연예인 최민호의 모습을 이미지화했던 것 같다.

고민하다가 ‘나의 모습을 표현해보자’라는 생각을 하게 되면서 연기를 풀어가다 보니 표현하고자 했던 걸 다양하게 표현하고 생각이 바뀌게 되면서 제 자신을 찾아가고 솔직한 모습을 캐릭터 속에서 찾아간 것 같다. 그러다 보니 많은 분이 공감해주시고 어색하지 않았던 것 같다.

▲ 최민호. (제공: 씨네그루)

-쉽게 접하지 못했던 가출청소년 역이라 캐릭터를 연구하기 힘들었을 것 같다.

제가 어렸을 때 거친 삶을 살았다면 쉬웠을텐데 따뜻한 가정에서 바른 부모님의 교육을 받았고 학교생활도 친구들이랑 축구도 하고 수업도 열심히 받는 등 잘 지냈다. 그래서 감독님과 많이 이야기했다 자료도 많이 봤고, 다큐멘터리도 많이 봤다. 하지만 그 자료와 영상만으로 채워지지 않았다. 수박 겉핥기가 아니라 속까지 꽉 찬 캐릭터로 표현하고 싶어서 고민을 많이 하다가 ‘진일’ 인생의 시작부터 생각해봤다.

내가 진일이라는 가정을 하고 전사를 스스로 생각했다. 그렇게 하다 보니까 ‘이 친구에게 행복이란 게 있을까’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 ‘너한테 가장 행복한 감정이 뭐니’라는 질문을 던졌을 때 대답하기 힘들었다. 그리고 저의 행복한 기억을 지우기 시작했다. 크게 말하면 데뷔해서 1위 하고, 상 받고, 콘서트 했던 기억들. 그리고 사소한 밥 먹던 기억도 지웠고 가족과의 밥 한끼 학교생활을 하면서 급식시간에 새치기하고 끝나고 축구 하던 것들을 모두 지워봤다. 0이 되고 나니 ‘진일’이가 너무 불쌍했다. 감싸주고 싶고 안아주고 싶었다. 사실 대본 보면서 이해 가지 않았던 부분이 있었는데 오히려 그 과정에서 그 행동이 이해됐고 100% 그렇게 준비했던 것 같다.

-실감 나는 연기를 위해 실제로 흡연했었고 지금은 금연했다고 하는데.

끊었다기 보다는 참는 중이다. 4~5개월 폈다. 다행히 엄청난 중독까진 아니어서 다행이다. 그래도 담배를 11월 중순부터 봄이 올 때까지 피우다가 끊었는데 다시 날씨가 쌀쌀해지니까 생각이 난다. 영화 찍고 막판에 ‘영화 끝나고 끊을 거다’라고 했는데 못 끊겠더라. 피는 이유에 대해서도 알 것 같고 뱉은 말이 있으니까 끊어야겠다고 생각하면서도 피니까 후회스럽기도 했다. 담배를 끊을 때 하고 피고 싶을 때마다 허벅지를 꼬집거나 운동했다. 사실 이게 주변 사람들의 문제다. ‘한 대만 펴. 가자. 피면 어때’라면서 권하면 거부하기 힘들다.(웃음)

-‘두 남자’는 필모그래피에 어떻게 기록될 것 같은가.

첫 주연 영화의 캐릭터를 크게 생각은 안 했는데 영화를 찍고 나서 드는 생각은 ‘잘 만난 게 아닌가’ 싶다. 작품 통해서 많은 배움이 있었고 전에 알지 못했던 것을 알다 보니 소중한 것을 깨닫게 되는 느낌이다. 시간이 지나도 제 필모그래피에 ‘두 남자’라는 작품은 후회 없는 작품이 될 것 같다. 

▲ 최민호. (제공: 씨네그루)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