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건수 줄었는데도 6대은행 3조 1천억원 늘어
시장금리 급등에 저금리 인기 정책상품 중단 한몫
美 금리 인상하면 국내금리도 오를 것으로 예상
[천지일보=김현진 기자] 지난 10월 2조원대로 떨어졌던 시중은행의 주택담보대출이 11월 들어 다시 3조원대로 증가했다.
4일 은행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우리·KEB하나·NH농협·IBK기업 등 6대 은행의 11월 말 주택담보대출 잔액이 380조 6383억원으로 10월 말(377조 4750억원)보다 3조 1633억원 늘었다.
이 같은 수치는 2조 8732억원였던 10월보다 2910억원이 더 증가한 것이다. KEB하나은행이 1조 8449억원이 증가해 가장 많이 늘었고, 우리은행도 1조 503억원이 증가했다. 특히 우리은행은 최근 주택담보대출이 감소세를 보였으나 11월 큰 폭으로 뛰었다. 그 다음으로 KB국민은행아 5412억원, 농협은행은 1169억원, 기업은행은 68억원이 각각 증가했다. 반면 신한은행은 약 4000억원 줄어들면서 유일하게 두 달 연속 감소세를 나타냈다.
통상 10월달이 이사철이라 11월에는 이사 건수가 줄어들면서 주택매매량이 감소하기 때문에 11월 주택담보대출액이 줄어드는 게 일반적이다. 그럼에도 올해는 사정이 달랐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작년 11월 서울의 주택거래량은 10월에 견줘 1676건 줄었고, 11월 주택담보대출 증가액은 10월 증가분보다 42.3%나 감소했다. 올해 역시 11월 서울 아파트 매매는 전월보다 1891건 줄었다. 반대로 주택담보대출이 늘었다. 금리가 저렴해 인기가 높은 정책금융 상품 중 상당수 대출이 중단된 점과 금리 인상을 우려한 점으로 풀이되고 있다.
특히 아낌 e-보금자리론은 연말까지 대출이 중단됐다. 보금자리론은 주택가격 3억원 이하로 자격조건이 깐깐해졌다. 적격대출도 상당수 시중은행에서 판매를 중단했다. 이 같은 악조건 속에서도 대출이 늘어난 건 미국의 트럼프 후보 대통령 당선 이후 인플레이션 우려로 시장금리가 급등하면서 국내 대출 금리가 가파르게 오름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
KB국민은행의 혼합형(5년) 고정금리는 10월 말 3.06∼4.36%에서 12월 2일 3.55∼4.85%로 올랐다. KEB하나은행의 혼합형 고정금리 역시 같은 기간 3.20∼4.4%에서 3.55∼4.66%로 뛰었다. 또한 우리은행의 혼합형 고정금리는 2.94∼4.24%에서 3.37∼4.67%로, 신한은행의 금리는 3.04∼4.34%에서 3.58∼4.69%로 각각 상승했다.
여기에 미국이 12월 금리 인상을 시작으로 내년에 2차례 이상 금리를 올리면 국내 금리가 더 뛸 것이라는 관측까지 나오고 있다. 아울러 내년부터 잔금대출에도 여신심사 가이드라인이 적용될 예정이라 미리 앞당겨서 대출을 받으려고 수요가 늘어났을 것이란 해석이 지배적이다.